2018년 전체 살인 범죄 중 존속범죄 비중 갈수록 증가 추세
"가정폭력 반의사불벌죄 폐지해 외부기관 개입 여지 넓혀야"
가정폭력 반의사불벌죄 적용 폐지 발의 법안은 자동폐기
[서울=뉴스핌] 이정화 기자 = 배우자나 직계가족을 대상으로 벌어지는 존속범죄가 해마다 꾸준히 늘면서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아동학대, 폭력 등 가정의 문제로 치부하는 것이 문제라고 진단하면서 가정폭력에 대한 반의사불벌죄 적용을 폐지해 외부 개입 여지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28일 경찰청의 존속범죄에 관한 가장 최근 통계에 따르면 2018년 존속범죄 검거 건수는 총 2258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4년 1206건과 비교해 1000건 이상 늘어난 수치다. 전체 살인범죄 중 존속범죄가 차지하는 비중도 갈수록 커지는 추세다. 전체 살인범죄 중 존속살해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5.6%, 2017년 5.6%에 각각 그쳤지만 2018년에는 8.5%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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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도 존속상해·존속살해 등 존속범죄는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4월 서울 중랑구 주택에서 치매를 앓던 자신의 아버지를 때려 숨지게 한 4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 남성은 "자신의 행동으로 아버지가 사망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전혀 인식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같은 달 서울 동작구 상도동의 한 빌라에서는 70대 어머니와 12세 아들을 살해하고 시신을 비닐로 싸 자택 장롱 안에 숨긴 혐의를 받는 40대 남성이 구속됐다.
아동학대도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지난 5월에는 경남 창녕에서 9세 여아가 계모와 친부로부터 학대를 당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줬다. 여아의 계모와 친부는 쇠사슬로 묶어 감금하고, 욕조에 물을 받아 머리를 담그고 쇠파이프로 때리는 등 가혹행위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달 천안에서는 동거남의 아들인 9세 아이를 7시간가량 여행용 가방 안에 가둬 숨지게 한 4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전문가들은 가정 내에서 일어나는 폭력에 사법기관이 개입할 여지가 크지 않다는 점을 존속범죄가 줄어들지 않는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아동학대를 포함해 가정폭력이 전반적으로 다 증가하고 있는 것은 외부기관이 개입하기 굉장히 어렵기 때문"이라며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인명피해로 이어지는 사례들이 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서양과 비교해 집을 떠나지 않으면서 가정에 오래 머물다 보니 갈등이 뿌리 깊게 남아 인명피해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유교적인 가부장제 등의 영향으로 사법적인 개입을 가능하면 피하려 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과 대검찰청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가정폭력 관련 대검찰청 통계분석 결과'에 따르면 가정보호사건을 제외한 상해 단일죄명 사건에서 피해자가 처벌 불원 의사를 밝힌 경우 62.6%가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이는 대검 검찰통계시스템의 가정폭력사범 자료 중 상해 관련 범죄를 대상으로 2017년 1682건, 2018년 9~11월 1427건을 분석한 결과다. 가족 내 구성원에 대한 처벌이 이뤄지는 만큼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는 피해자가 많다는 의미다.
지난 20대 국회에서는 가정폭력에 대해서는 반의사불벌죄를 폐지하는 방안이 잇따라 발의됐지만 대부분 국회 임기가 끝나면서 자동 폐기됐다. 반의사불벌죄는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면 처벌할 수 없는 범죄다.
지난해 6월 당시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가정폭력범죄처벌특례법 개정안은 가정폭력 범죄에 대해 반의사불벌죄 적용을 폐지하는 내용이 골자였지만 법제사법위원회에 한 차례 회부된 뒤 자동폐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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