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3구 12월 아파트 낙찰률 24%...8개월 만에 최저
주택경기 침체 버티던 강남권도 수억원 '뚝'
2차 조정 본격화...투자수요 "더 지켜보자"
[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주택경기 침체가 본격화하자 실수요뿐 아니라 투자수요가 풍부한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의 아파트가 부동산 경매시장에서 찬바람을 맞고 있다.
지난 2022년에 이어 2차 집값 조정이 이뤄져 주택을 더 싸게 매수할 기회가 있을 것이란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강남권의 경우 시장 호황기 때 시세가 급격히 상승했기 때문에 반대로 하락기에 들어가면 가격 조정이 더 가파르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경기둔화, 고금리 장기화, 대출 규제 등으로 주택 거래시장이 급격히 냉각된 만큼 경매시장에 대한 투자수요의 눈높이가 더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 주택경기 냉각에 '강남3구' 아파트 새주인 찾기 어려워
8일 대한민국 법원정보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강남3구 아파트의 경매 낙찰률이 24.3%로 지난 4월 이후 8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경매물건 10건 중 2건 정도만 주인을 찾은 셈이다.
강남3구 중 강남구의 낙찰률이 가장 부진했다. 아파트 13건 중 낙찰된 건수는 2건(15.4%)에 불과했다. 서초구는 13건 중 3건(23.1%), 송파구는 11건 중 4건(36.4%)이 각각 낙찰됐다.
주택경기 참체가 본격화하면서 경매시장에서 강남권 아파트의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다.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도심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정일구 기자] |
강남3구의 경매 낙찰률은 지난해 1월 정부가 주택시장 규제완화 정책을 발표한 이후 반등세를 탔다. 집값 상승과 맞물려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주택을 매입하려는 수요가 몰렸기 때문이다. 5월 27.3%에 불과하던 아파트 낙찰률은 6월 33.3%로 상승하더니 7월에는 연중 최고치인 50.0%를 기록했다. 2건 중 1건이 새로운 찾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8월 47.8%로 보합세를 기록하다 9월 36.1%로 하락했고, 10월과 11월 각각 30.4%, 28.7%로 내려앉았다.
주택시장에 2차 집값 조정이 본격화하면 강남권도 약세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타지역과 비슷한 수준의 하락폭을 기록해도 거래금액 자체가 높다 보니 빠지는 금액이 더 크다. 대기 수요자 입장에서는 주택 매수에 성급하게 나설 이유가 크지 않은 것이다.
경매시장은 부동산 경기의 선행지표로 인식된다. 일반 매매와 달리 경매는 낙찰받더라도 소유권이전등기 등의 촉탁, 부동산 인도명령, 배당절차 등으로 재산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간이 길다. 이 때문에 일반 거래보다는 시장 전망에 더 신중할 수밖에 없다.
아파트값 하락이 두 달 정도 이어지면서 서울 아파트의 경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도 지난 4월 이후 8개월 만에 70%대로 하락했다. 지난해 12월 낙찰가율은 77.6%로 전달 80.0%보다 2.4%p(포인트) 낮아졌다. 연중 최고치인 8월(88.3%)과 비교하면 10.7% 급락한 수치다. 주택시장의 시세 하락분과 전망치가 경매 낙찰가율에 반영된 셈이다.
◆ 집값 2차 조정 본격화...투자수요, 매수시기 늦추는 게 유리 '판단'
거래량 감소와 투자심리 악화로 강남 아파트의 경매 지표가 더 악화할 여지가 있다.
주택경기 침체에도 버티던 강남지역 아파트의 가격도 하락세로 전환했다. 서울 외곽지역과 비교해 하락폭이 작지만 최고 대비 20%대 하락한 단지가 심심치 않게 나타나고 있다.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선수기자촌2단지(5540가구)의 전용 83㎡는 지난해 12월 18억2000만원에 실거래됐다. 직전 최고가 24억7000만원에서 6억5000만원(26%) 하락한 금액이다. 지난해 재건축 안전진단 통과로 개발 기대감이 높아졌으나 시장이 냉각되면서 직격탄은 맞았다.
서초구 서초래미안(1129가구) 전용 84㎡는 지난해 12월 18일 직전 최고가 25억2000만원에서 5억2000만원(20%) 빠진 20억원에 손바뀜했다. 강남구 압구정동 신현대11차(559가구)는 전용 108㎡가 최고가 44억원에서 5억원(11%) 하락한 39억원에 거래됐다.
올해 상반기 미국 중앙은행이 금리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보이지만 경기침체,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 등으로 국내 부동산 시장은 상반기 내 위축될 공산이 크다. 급매물이 소진되지 않고 쌓여 부동산 시장의 매수심리가 당분간 부진할 것으로 보인다.
이주현 지지옥션 전문위원은 "고금리와 부동산 경기침체 등으로 집값 반등에 대한 기대감이 떨어지다 보니 경매시장 지표가 악화하고 있다"며 "경매물건이 늘고 있고 매수세 둔화가 이어질 전망이어서 시장 위축이 당분간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leed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