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미국 정부가 한국을 비롯해 일본, 네덜란드, 독일 등 동맹국에 중국 반도체 기술 접근 제한을 더욱 강화하라고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한국과 독일도 세계 반도체 공급망 핵심 기업의 본거지라면서 미국 정부가 이들 국가를 일본, 네덜란드와 함께 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 합의로 끌어들이려고 시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더 많은 국가를 참여시켜 미국이 지난 2022년 10월부터 시행한 대(對)중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의 허점을 막으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반도체와 미국, 중국 국기 일러스트 이미지. [사진=로이터 뉴스핌] |
블룸버그는 한국이 반도체와 반도체 제조장비 부품을 공급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짚으며, 지난해 미국은 한국에 반도체 수출 통제 대열에 합류해 달라고 요청했고 올해 2월에는 이와 관련해 양국 간 체계적인 대화가 오갔다고 알렸다.
독일의 경우 네덜란드 ASML에 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광학 부품을 공급하는 유리 제조기업 칼자이스가 있다. 미국은 칼자이스가 중국에 그러한 부품을 수출하지 않길 바라고 있고 수출 통제에 동참 중인 네덜란드도 독일이 수출 통제에 합류하길 바란다는 전언이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오는 6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전에 이런 합의가 이뤄지도록 추진하고 있다.
미국은 첨단 반도체 제조장비 수출 통제에 참여 중인 네덜란드에 올해 수출통제 시행 전에 중국 업체에 판매한 장비에 대한 수리 및 서비스를 제공하지 말 것을 압박했다.
일본에는 반도체 제조 핵심 소재인 화학물질 포토레지스트의 중국 수출을 제한할 것을 요구했단 전언이다. 일본에는 신에쓰화학공업, 도쿄오카공업(TOK) 등 여러 선두 기업이 있다.
일본과 네덜란드 모두 미국의 이러한 요청에 냉담하게 반응했으며, 수출 통제 강화를 추진하기 전에 현재 수출 통제의 영향을 먼저 평가하고 싶단 입장이란 전언이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국이 일본과 네덜란드에 범용 반도체 제조장비까지 수출 통제를 확대하도록 요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 중국 수출 통제 대상은 10~14나노미터(nm) 이하의 첨단 반도체 생산에 쓰이는 제조장비다.
범용 반도체는 비교적 저사양이지만 각종 전자기기와 가전, 자동차, 국방에 널리 쓰이는 재료다. 중국 화웨이가 지난해 8월 7nm 반도체를 탑재한 스마트폰을 출시하면서 미국을 당황케 했는데 미국은 중국이 범용 반도체 제조장비를 개량해 생산해 낸 것으로 보고 있다.
신문은 "미국 정부가 수출 통제 강화를 도모하는 이유가 중국의 기술혁신을 늦추겠다는 당초 전략이 의도대로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위기감을 느낀 미국 정부가 제조장비 수출 통제를 한층 더 강화해야 할 필요를 느낀 것"이라고 진단했다.
wonjc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