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체장애인 권리 보장 미비...국가배상책임
[서울=뉴스핌] 김기락 기자 = 지체장애인의 권리를 제대로 보장하지 않은 행정입법에 대해 국가에 배상책임이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장애인 접근권이 헌법상 기본권이라는 최초로 판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이숙연 대법관)는 김모 씨 등 3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차별 구제 소송 상고심을 19일 열어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했다. 동시에 대법은 정부가 장애인인 원고 2명에게 1인당 10만원씩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파기자판했다.
파기자판은 원심 판결을 깨면서도, 사건을 하급심으로 돌려보내지 않고 직접 판결하는 것이다.
대법은 "행정입법 부작위는 행정입법을 통해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의무 대상시설의 범위를 정하도록 재량을 부여한 법률의 취지와 목적 및 내용에서 현저히 벗어나 합리성을 잃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회적 타당성이 없는 행위로서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였으므로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이 정한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에 위반'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대법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일상적으로 부정당한 장애인의 고통이 지속되었고, 그 고통을 위자하는 것은 국가에 대하여 적시의 적절한 행정입법의무의 이행과 적극적인 장애인 보호정책의 시행을 촉구하는 수단으로서 의의가 있다"고 판시했다.
대법은 장애인 접근권이 헌법상 기본권이라고 최초로 판시했다.
대법은 "장애인의 접근권은 헌법상 인간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장애인에게도 동등하게 보장하고,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이 인간다운 생활을 하는 데 필수적인 전제가 되는 권리로서, 비록 헌법에 명시되지는 않았으나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으로서의 지위를 가진다"고 판시했다.
옛 편의법 시행령에 따라 편의점 등 소규모 소매점은 바닥면적 합계 300㎡ 이상일 때만 경사로 등 지체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을 설치할 의무가 있었다. 때문에 95% 이상의 소규모 소매점은 1998년 4월부터 장애인의 접근권을 보장할 편의시설의 설치의무가 면제됐다. 이로 인해 원고 측은 해당 시설 이용 시 휠체어를 사용하거나, 유아차를 빈번하게 사용하게 됐다.
대법은 이날 판결이 장애인의 권리를 미흡하게 보장하는 행정입법에 대해 통제했다는 데 의의를 부여했다.
대법 관계자는 "그동안 장애인의 권리 보장과 관련하여, 국회가 법률을 제정하더라도 그 위임에 따른 행정입법 단계에서 권리 보장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아 문제라는 점이 지적되어 왔는데, 이 판결을 통해 장애인의 권리를 미흡하게 보장하는 행정입법에 대하여 법원이 사법통제를 함으로써 헌법과 법률이 보장하는 장애인의 권리가 법원을 통해 실현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다"고 전했다.
앞서 1심은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고, 2심도 항소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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