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16일부터 국채선물 14조원 순매도
환율은 40원 급등...자산 가치 하락에 매도
11월 15조 순매수에 환율·정치 리스크에 투매
[서울=뉴스핌] 김연순 기자 = 외국인 투자자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이후 연말까지 국채 선물 순매도 규모가 14조원에 달했다. 대통령 탄핵안 가결 이후에도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 등 탄핵 정국 불안이 지속되면서 자금 이탈이 가속화됐다. 지난달 31일 법원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하면서 새해에도 외국인의 매도세가 이어질 지 관심이 쏠린다.
1일 채권시장 따르면 외국인은 대통령 탄핵 가결 이후인 지난달 16일부터 30일까지 3년 만기 국채선물을 7만1652계약, 10년 만기 국채선물은 5만9921계약 순매도했다. 모두 13만9460계약으로 액면가는 약 14조원에 달한다.
외국인들은 11월만 해도 15조3000억원 가량을 순매수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전망 아래 시세차익을 노리고 선물을 대거 매수한 것이다. 국채금리가 떨어지면 국채 가격은 상승한다. 하지만 12.3 계엄 사태를 기점으로 흐름이 바뀌었고 대통령 탄핵안 가결 이후에는 채권시장에서 투매를 이어갔다.
3년 만기 국채선물의 경우 외국인은 16일 이후 23일을 제외하고 매일 국채선물을 대거 내다 팔았고, 10년 만기 국채 선물도 17일과 23일 소규모 순매수를 제외하고는 매도로 일관했다. 외국인은 지난해 말 채권시장에서 31일 휴장을 앞두고 2거래일 동안 3년 국채 선물을 9000계약, 10년 국채 선물을 2만 계약 가까이 팔아치웠다.
채권시장의 한 관계자는 "탄핵 정국에서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며 한국 국채에 대한 외국인의 불안감도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며 "원화 약세 역시 외국인들이 국채선물 매도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환율이 급등하면 국채를 비롯한 원화 자산 가치는 떨어지기 때문에 외국인이 원화가치 하락에 따라 국채선물을 대거 팔고 있다는 분석이다.
[서울=뉴스핌] 양윤모 기자 = 지난달 30일 오후 3시 30분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5.00원(0.34%) 상승한 1,472.50원에 오후 거래를 마감한 가운데,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2024.12.30 yym58@newspim.com |
달러/원 환율은 대통령 탄핵안 가결 이후 급등하고 있다. 탄핵안 가결 직전인 지난달 13일(오후 종가 기준) 1435.20원이었던 달러/원 환율은 지난달 30일 1472.50원을 기록하며 40원 가까이 급등했다.
전세계적으로 강달러 흐름이 이어지고 있기는 하지만 달러/원 환율은 연일 전고점을 갈아치우며 원화 약세가 유독 가파르다는 평가다.
국내 정치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달러/원 환율 상승→외국인 국채선물 매도→환율 상승으로 이어지는 악순환 고리가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연말 종가 기준으로 국고채 3년물 금리는 2.597%로 마감했다. 탄핵안 가결 전인 13일 2.536%보다 0.061%포인트(p) 오른 수치다. 국고채 10년물 금리 역시 같은 기간 2.675%에서 2.855%까지 0.18%p 뛰었다.
한편 금융투자협회가 공개한 2025년 1월 채권시장지표에 따르면, 1월 채권시장 종합지표(BMSI)는 103.1로 전월(111.5)보다 8.4p 하락했다.
BMSI는 채권시장 전문가들에 대한 설문조사로 산출되는 심리 지표로 100 이상이면 채권 가격이 상승(금리 하락)할 것으로 기대해 시장 심리가 양호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대로 100 이하일 경우 채권 시장의 심리가 위축됐다는 의미다.
이는 최근 달러/원 환율이 급등하고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내년 금리인하 횟수를 축소할 것이라는 우려가 퍼지면서 내년 1월 채권시장 심리는 전월대비 악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