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언론에 얘기...지금 계획 바꾸면 다 틀어져"
尹, 이상민에 경향·한겨레 등 단전·단수 지시도
[서울=뉴스핌] 홍석희 기자 = 내란우두머리 혐의로 구속 기소된 윤석열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에서 "장관들의 상황 인식과 책임감은 대통령으로서 보는 것과 다르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3일 뉴스핌이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윤 대통령 공소장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 직전 대통령실 대접견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것은 대통령인 내가 결단한 것이고 대통령이 책임을 지고 하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탄핵심판 4차 변론기일에 출석해 있다. [사진=뉴스핌 DB] |
윤 대통령은 이어 "지금 이 계획을 바꾸면 모든 게 다 틀어진다. 이미 언론에 다 얘기했고 문의도 빗발치는 상황"이라며 "지금 계엄을 선포할 수밖에 없다. 국무회의 심의를 했고 발표를 해야 하니 나는 간다"고 말하며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대접견실을 나온 후, 대통령실 1층 브리핑룸에서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검찰은 비상계엄 직전 국무회의에서 비상계엄에 대한 실질적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채 윤 대통령의 일방적 통보만 있었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공소장에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은 비상계엄 선포를 위한 국무회의를 하면서 비상계엄 선포 안건을 국무회의에 의안으로 제출하지 않았다"며 "국무회의 구성원 11명이 모인 이후에는 해당 국무위원이 대통령실로 소집된 이유와 안건의 내용이 무엇인지조차 파악할 수 없는 상태에서 비상계엄 선포에 대한 대통령의 일방적 통보만 있을 뿐이다. 국무회의록도 전혀 작성되지 않았다"고 적시했다.
아울러 검찰은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법령상 절차에 따르지 않은 채 국무회의 심의가 이뤄졌으며, 헌법과 계엄법에서 정한 선포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도 지적했다.
검찰은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선포했음에도 그 이유, 종류, 시행일시, 시행지역 및 계엄사령관을 공고하지 않았고, 지체 없이 국회에 통고하지도 않았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또 헌법 제82조에 의하면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는 문서로써 하고, 이 문서에는 국무총리와 관계 국무위원이 부서해 대통령의 권한 남용을 견제하고 국무위원의 책임을 명확히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하지만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의 선포와 국회에 대한 통고를 문서로써 하지 않고, 관계 국무위원인 김 전 장관은 이에 부서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국무총리 역시 부서하지 못했다"고 부연했다.
이는 앞서 김 전 장관이 윤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4차 변론기일에서 주장한 것과 상반되는 내용이다.
당시 증인으로 출석한 김 전 장관은 정형식 재판관이 '11명이 모였을 때 피청구인이 현장에서 실체적 요건, 일시, 실행지역, 계엄사령관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 한 적 있는가'라는 질문에 "11명이 모였을때 말한 것은 듣지 못했고, 개별적으로 계엄 당위성에 대해서는 말했다"며 절차에 문제가 없다는 취지로 답했다.
아울러 그는 "(계엄 당일) 20시30분경부터 국무위원들이 도착하기 시작했고, 22시15분 정도까지 대통령실에서 국무위원들이 1시간30분정도 심의를 진행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다만 김 전 장관은 당시 회의록 작성과 관련해선 "행정안전부 소관이라 제대로 알진 못하지만, 회의결과에 대한 결과물은 남아있는 것으로 안다"고 즉답을 피한 바 있다.
한편 검찰은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를 전후해 대통령 집무실에 함께 있었던 이상민 전 행안부 장관에게 "자정에 경향신문·한겨레신문·MBC·JTBC·여론조사 꽃을 봉쇄하고 소방청을 통해 단전·단수를 하라"는 내용이 적힌 문건을 보여주며 비상계엄 선포 이후의 조치사항을 지시했다고도 적시했다.
포고령 발령 당일 오후 11시34분경 이 전 장관이 조지호 경찰청장에게 전화해 경찰의 조치사항을 확인하고, 오후 11시37분경 허석곤 소방청장에게 전화해 "자정에 경향신문·한겨레신문·MBC·JTBC·여론조사 꽃에 경찰이 투입될 것인데 경찰청에서 단전·단수 협조 요청이 오면 조치하라"고 지시했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hong9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