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플레이·카메라 모듈 공급 다변화
원가 절감·생산 이원화로 돌파구 모색
[서울=뉴스핌] 김정인 기자 = 애플이 아이폰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의 공급망 다변화에 속도를 내면서 국내 전자부품 업계에 긴장감이 돌고 있다. 특히 LG디스플레이와 LG이노텍 등 애플 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은 중국 업체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 기술력과 원가 경쟁력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 애플, 주요 부품 공급처 다변화하나
1일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생산 일정의 정밀한 관리와 제품 품질의 일관성 확보를 위해 사전 협의, 테스트, 계약, 납품 등 전 단계를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로드맵에 따라 운영하고 있다. 공급망 결정은 주요 신제품 출시를 약 1년 앞둔 시점부터 구성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엔 애플이 디스플레이, 카메라 모듈 등 주요 부품의 공급처를 다변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생산 안정성 확보와 가격 협상력 제고 등을 위한 포석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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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디스플레이 파주 사업장 전경. [사진=LG디스플레이] |
◆ 中 디스플레이·카메라모듈 위협
특히 스마트폰용 디스플레이에서 중국의 공급망 진입 가능성이 감지되고 있다. 애플은 최신 제품인 아이폰16 시리즈 중 상위 모델인 프로·프로맥스에만 '저온다결정산화물(LTPO)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채택하고 있으며, 하위 모델인 일반·플러스에는 저온다결정실리콘(LTPS) OLED를 적용하고 있다. LTPO OLED는 LTPS(저온다결정실리콘) OLED보다 고급형으로, 단가 역시 약 2배 수준이다. 프로 라인업 물량은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전량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업체인 BOE는 아직 아이폰용 LTPO OLED는 공급하지 못하고 있으며, 일반·플러스 모델에만 LTPS OLED 패널을 납품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선 BOE가 기술력에선 아직 한계가 있지만 공격적인 단가 제시를 통해 중저가 라인업 물량을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BOE가 점진적으로 품질 안정성과 생산 수율을 끌어올리고 있어, 중장기적으로는 LG디스플레이의 공급물량 일부가 잠식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LTPO OLED' 시장에서 한국의 점유율(매출 기준)은 74.3%로 중국(25.6%)보다 약 3배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중국은 탄탄한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OLED 개발·양산에 역량을 쏟아부으며 2023년 15% 수준이었던 점유율을 1년 사이 10%포인트 이상 끌어올리는 등 한국과 격차를 점점 줄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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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이노텍 구미사업장 전경. [사진=LG이노텍] |
카메라 모듈 분야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아이폰16 시리즈부터 중국 업체들이 카메라 모듈 공급망에 일부 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LG이노텍의 입지도 위협받고 있다. LG이노텍의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카메라 모듈을 다루는 광학솔루션 부문 영업이익은 전년(6612억원)보다 10%가량 줄어든 5966억원을 기록했다.
◆ 기술·원가 경쟁력 확보 총력
이같은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LG디스플레이는 기술 개발은 물론, 적기 양산과 안정적인 공급 체계 구축, 원가 경쟁력 강화 등을 통해 애플 공급망 내 입지를 지킨다는 방침이다. 정철동 LG디스플레이 사장은 지난 1월 '4세대 대형 OLED 신기술 설명회'에서 "지난해 개발, 품질, 원가 경쟁력 쪽으로 굉장히 열심히 노력해 온 만큼 올해도 차별화된 역량으로 성과를 달성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LG이노텍은 지속적인 기술 개발과 함께 범용(커머디티) 제품과 고부가·하이엔드 제품의 생산 거점을 분리하는 이원화 전략을 통해 원가 경쟁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문혁수 LG이노텍 대표는 지난 24일 주주총회에서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카메라는 상당 부분 커머디티화 되고 있다"며 "중국 경쟁사들과 가격 싸움을 하고 있는데, 기술 격차가 나지 않는 제품은 베트남 공장에서 하고 기술 차이가 나는 제품은 구미사업장에서 생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kji0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