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신뢰 훼손 우려 제기
중복 감점 방지 조항 건의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한국경제인협회는 주요 회원사 의견을 모아 '공정거래 자율준수프로그램(CP) 운영·평가에 관한 규정'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했다고 8일 밝혔다.
이번 개정안은 지난해 6월 시행된 규정이 불과 9개월여 만에 다시 손질되는 것으로, 한경협은 "기업들의 의견 수렴이나 일정에 대한 고려 없이 발표됐다"고 지적했다. 제출한 의견서는 ▲현행 등급 평가 기준 유지 ▲중복 감점 제한 조항 신설 ▲평가 등급 하향 요건 명확화 등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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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등급 기준점수 변경(안) [사진=한경협] |
'CP등급평가'는 CP를 운영하는 기업 중 신청한 곳을 대상으로 공정위가 운영 실적을 평가해 AAA부터 D등급까지 6단계로 나누는 제도다. A등급 이상을 받아야 과징금 감경 등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다.
기업들은 CP등급별 기준점수를 바탕으로 연초에 목표를 세우고 인력과 예산을 편성한 뒤, 연간 계획을 수립해 이듬해 평가를 신청한다. 그러나 공정위는 평가 신청을 불과 열흘 앞둔 지난 2월, A등급과 AA등급 기준점수를 각각 10점, 5점 올리는 방안을 발표해 기업들의 혼란을 키웠다.
한경협은 "기준점수 변경은 CP제도의 법적 안정성과 수범자의 신뢰를 훼손할 우려가 크다"며 현행 점수를 유지한 채 기업 참여도와 부작용을 지켜본 후 점진적 개선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정안에 담긴 또 다른 문제는 하나의 법 위반에 대해 두 번 감점될 수 있다는 점이다. 직전년도 1월부터 평가결정일까지 과징금이나 고발조치를 받으면 3점을 감점하는데, 동일 위반 행위라도 2년 연속 감점이 발생할 수 있다.
한경협은 "한 번의 법 위반으로 두 번 감점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감점을 1회로 한정하는 제한 조항 신설을 요청했다.
또 개정안은 '등급하향제'를 '감점제'로 전환하면서 '사회적 물의' 등 정성적 기준을 새로 도입했지만, 기준이 모호해 평가자의 재량이 과도하게 개입될 수 있다는 문제도 지적했다. 기업 소명 절차도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다.
한경협은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고, 기업에게 소명 기회를 보장하는 절차적 보호장치 마련을 건의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CP 운영‧평가에 대한 고시가 시행된 지 일 년이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기준 변경을 무리하게 추진하면 기업들의 참여 의지가 위축될 수 있다"며 "기업의 자율적 법 준수 문화 조성을 위한 제도의 취지가 훼손되지 않도록 제도 개선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sy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