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청문회서도 후보자 감싸고…지도부 "보좌진에 소명했다"
與보좌진 일각 "자정 노력 보이지 않아…실망감 들어"
[서울=뉴스핌] 박찬제 기자 = 야당인 국민의힘에서 추진 중인 '강선우 갑질 방지법'을 두고 더불어민주당 보좌진 일각에서 허탈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야당이 입법을 추진하는 정치적 목적은 경계해야 하지만, 민주당 내에서 갑질 의혹 가해자인 강 후보를 감싸고만 있기 때문이다.
16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위원인 한지아·우재준 국민의힘 의원은 강 후보자의 갑질 논란 이후 '직무 외 지시' 등을 부당지시로 규정하는 내용의 강선우 갑질 방지법을 발의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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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선서를 하고 있다. 2025.07.14 mironj19@newspim.com |
이들이 예고한 법안은 보다 구체적으로, ▲사적 심부름·사생활 침해·야간 및 주말 호출 등 직무 외 지시를 '부당지시'로 규정 ▲폭언·모욕·무시·부당한 업무 배제 등의 행위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분류한다는 내용이 담긴다. 또 ▲국회 내 익명 고충신고 시스템을 설치 의무화 ▲국회의원 및 보좌진 대상 연 1회 이상 인권·감정노동·직장 내 괴롭힘 예방 대면 교육 의무화 등이다.
강 후보에 대한 의혹이 처음 제기된 이후 청문회장에서 거짓 해명 논란과 민주당 의원들의 후보자 감싸기가 이어지며 보좌진들의 실망이 깊어졌다고 한다.
강 후보자는 보좌진에게 자택 쓰레기를 버리게 하고 고장 난 변기를 수리하라고 지시했다는 '갑질 의혹'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의원들은 지난 14일 인사청문회 당시 강 후보자 감싸기에 급급했다. 당 지도부 역시 인사청문회 다음날인 지난 15일 강 후보자가 해명을 잘 했다고 평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병기 원내대표는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어제 청문회 첫 날, 국민의힘은 비방과 인신공격, 반대를 위한 반대로 일관했는데 안타깝고 유감"이라며 "몇 명을 낙마시키느냐가 어떻게 청문회 목표가 될 수 있는지, 현행 청문제도에 대한 회의감마저 든다"라고 했다.
또 박상혁 원내소통수석부대표는 SBS 라디오에서 "청문회 전 걱정에 비하면 후보자가 나름 소상하게 설명하고, 국민과 마음에 상처받았을 보좌진에게 사과·소명했다"며 "청문회가 예상보다 무난하게 진행됐다"고 말했다.
민주당 보좌진들은 당 국회의원들의 인식이 국민적 눈높이와 한참 다르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실 보좌진은 "우리 당 지도부와 국회의원들의 인식이 저런데, 어떻게 국민의힘처럼 입법안을 내놓겠나"라며 "(국민이힘이) 입법한 목적 중에 분명히 정치적 목적이 있겠지만, 우리 당에서 자정의 노력이 보이지 않는 게 참 슬프다"고 했다.
그는 또 "안 그래도 '보좌진은 파리 목숨'이라는 말이 있는데, 당 의원들의 태도를 보니 정말 보좌진을 파리 취급하는 것 같다"며 "의원들에게는 강 후보자만 함께 일한 사람이고 보좌진은 함께 일한 사람이 아닌 것 같다. 열심히 일을 한 게 허탈하기도 하다"고 했다.
수도권 지역의 한 재선 의원실 보좌진은 "대선 기간 동안에는 의원들이 불참하면 우리들이 머릿수를 채운다고 국회에서 광화문까지 매일 도보행진을 대신 하기도 했었다"며 "솔직히 당시에 동원됐던 것도 의원들의 갑질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번 사태를 보며 우리 당에서 갑질 방지법을 내놓기는 무리라는 실망감이 들었다"고 전했다.
민주당 역대 보좌진협의회 회장단도 이날 입장문을 통해 "아이러니하게도 청문회장에서 그들(피해자)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위로해 준 사람이 국민의힘 의원이었다는 사실에 더욱 가슴이 아프다"며 강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pcja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