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애 전 장관, 지역구 민원 예산 갑질 주장
참여연대 비판, 권영국 대표 "즉각 자진사퇴"
[서울=뉴스핌] 이재창 정치전문기자 = 여권이 '강선우 딜레마'에 빠졌다. 이재명 대통령이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를 임명키로 했으나 갑질 논란이 사그러들지 않고 있어서다. 인사청문회 뒤에도 강 후보자의 새로운 갑질 의혹이 불거졌다.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떨어졌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지지율에도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다.
이 대통령은 논문 표절 논란을 빚은 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자의 지명을 철회했으나 갑질 논란이 꼬리를 무는 강 후보자는 임명하기로 한 상태다. 이 후보자 한 명의 낙마로 청문회 정국을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후폭풍이 거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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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5.07.14 mironj19@newspim.com |
강 후보자의 새로운 갑질 의혹이 제기되고 이에 따른 부정 여론이 커지는 상황이다. 강 후보자의 예산 갑질 의혹이 새롭게 불거졌다. 문재인 정부서 일한 정영애 전 여성가족부 장관이 강 후보자에 대해 "부처 장관에게도 지역구 민원 해결과 관련한 '예산 삭감 갑질'을 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정치권에 따르면 정 전 장관은 "강선우 의원과 관련해 보도가 심상치 않아 제가 여가부 장관이었을 때 있었던 일을 한 가지만 말씀드리겠다"며 강 후보자와 관련된 일화를 담은 글을 지인들에게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장관은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0년 12월부터 2022년 5월까지 여가부 장관을 지냈다.
정 전 장관은 "강 후보자가 본인 지역구(서울 강서갑)에 해바라기센터를 설치하려고 제게 요청했는데, 센터 설치를 위해 산부인과 의사를 비롯해 여러 전문가를 확보해야 했다"며 "산부인과 의사는 확보하기 어려워서 해당 지역에 있는 이대서울병원을 (관장하는) 이화여대 총장과 의논했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는 "총장은 '이대서울병원이 개원하면서 산부인과 레지던트 티오(정원)를 한 명밖에 받지 못했다. 막 개원한 병원의 운영이 우선이니 다음 기회에 협조하겠다'고 했다"며 "이런 내용을 강 의원에게 전달하니 '하라면 하는 거지 무슨 말이 많냐'고 화를 내고 여가부 기획조정실 예산 일부를 삭감해버렸다"고 주장했다.
그는 "결국 강 의원실에 가서 사과하고, 한 소리 듣고 예산을 살렸던 기억이 난다"며 "부처 장관에게도 지역구 민원을 해결 못 했다고 관련도 없는 예산을 삭감하는 등 갑질하는 의원을 다시 여가부 장관으로 보낸다니 정말 기가 막힌다"고 했다. 강 의원이 여가부 기조실 예산 30%를 삭감하려 했고 사과로 이를 돌렸다는 것이다.
청문회 여파로 이 대통령 지지율이 취임 후 처음 떨어졌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14~18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51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 대통령 국정 수행은 긍정 평가가 2.4%포인트(p) 하락한 62.2%로 집계됐다. 부정 평가는 2.3%p 오른 32.3%였다.
서울과 여권 지지기반인 광주·전남에서의 낙폭이 컸다. 서울은 7.4%p 떨어져 하락폭이 가장 컸다. 광주·전라에서도 5.9%p가 빠졌다. 이어 대구·경북(3.8%p 하락), 부산·울산·경남(2.7%p 하락) 등 순이었다. 지지율이 여전히 높지만 인사 청문회 여파로 추세가 하락으로 바뀐 것이다.
여당 지지율도 크게 밀렸다. 17~18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민주당 정당 지지도는 전주 대비 5.4%p 하락한 50.8%였다. 국민의힘 텃밭인 대구·경북에서 지지율이 17.6%p 빠졌고 이어 서울(6.2%p 하락)과 인천·경기(5.1%p 하락)도 하락 폭이 컸다.
두 조사는 무선 자동응답 전화 설문으로 진행됐다. 대통령 국정수행 평가 표본 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2.0%P, 정당 지지도 표본 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1%P다. 응답률은 각각 5.2%, 4.4%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야당은 "임명해도 장관으로 인정치 않겠다"며 정치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강선우 여가부 장관'을 전제로 한 어떤 행동에도 협조하지 않겠다"며 "다양한 상임위, 국회 본회의 등에서 장관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했다.
진보 진영의 비판은 더 아픈 대목이다. 친여 성향의 시민단체도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참여연대는 21일 입장문을 통해 "강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보좌진 갑질 해명 과정에서 거짓 해명으로 공직자와 정부에 대한 불신을 키웠다"며 "강 후보자 임명 강행은 '제 식구 감싸기'로 비판받고 새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훼손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권영국 정의당 대표도 22일 성명을 통해 "문재인 정부 장관에도 지역구 민원 문제로 갑질을 했다는 정 전 장관의 폭로는 황당할 정도"라며 "강 후보자는 즉각 자진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갑질 의혹이 사그러들지 않으면서 이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명 강행으로 정리될 것으로 보고 밀어붙인 여권으로서는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자칫 정권에 부담이 될 수 있는 상황이다. 진보 진영서 자진 사퇴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강 후보자의 거취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