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장환수 스포츠전문기자= 이제 축구팬들은 손흥민(LAFC)의 경기를 보기 위해 밤잠을 설칠 필요는 없다. 대신 일찍 일어나야 한다. 자칫하면 출근 시간을 놓칠 수도 있다. 손흥민이 잉글랜드에 비해 시차가 좀 더 나는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로 활동 무대를 옮겼기 때문이다.
MLS는 대부분 경기가 일요일과 월요일 아침에 시작한다. 현지시간으로는 주말 저녁이다. 정규시즌 막판이나 플레이오프를 제외하곤 유럽과 달리 평일 경기가 없는 게 특징이다. 이에 따라 손흥민의 미국 데뷔전은 10일(한국시간) 시카고 파이어 FC 또는 17일 뉴잉글랜드 레볼루션과 경기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경기 시간은 둘 다 오전 8시30분이다.
같은 축구이지만 확연하게 다른 길을 걸어온 유럽축구와 MLS의 차이점을 총 정리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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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장환수 스포츠전문기자= LAFC 유니폼을 입고 특유의 '찰칵 세리머니'를 하고 있는 손흥민. [사진=LAFC] 2025.08.09 zangpabo@newspim.com |
① 리그 운영 방식: 플레이오프와 콘퍼런스
MLS는 미국프로농구(NBA)나 메이저리그야구(MLB)처럼 정규시즌 후 플레이오프를 통해 챔피언을 가린다. 동부·서부 콘퍼런스 각 15개팀이 있으며, 콘퍼런스 상위 8개 팀씩 총 16개 팀이 MLS컵 플레이오프에 진출한다. 이에 따라 최고 승률 팀이 MLS컵까지 통합 챔피언이 되는 것은 쉽지 않다. LAFC가 2022년에 이룬 통합 우승이 역대 유일하다.
반면 유럽 축구는 콘퍼런스나 플레이오프가 없는 단일 리그 체제다. 38라운드 성적 만으로 우승을 가린다. 승점이 가장 높은 팀이 챔피언이다. MLS는 북미 스포츠 팬들에게 익숙한 포맷을 가져와 축구에 접목시켰다.
② 승강제 유무: MLS는 '회원사 리그'
유럽은 성적에 따라 팀이 강등되거나 승격된다. 1부 리그에서 성적이 나쁘면 2부 리그로 떨어지는 구조다. 반면 MLS는 승강제가 없다. 구단은 성적과 무관하게 리그에 남을 수 있다. 미국식 프랜차이즈 시스템이 적용된 일종의 '회원사' 개념이다. 장기적인 투자 안정성은 보장하지만, 경쟁의 긴장감은 떨어진다는 비판도 있다.
대신 MLB처럼 마이너리그 역할을 하는 MLS 넥스트 프로리그가 있다. 그렇다고 2군 팀이 아무리 잘해도 1군으로 승격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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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장환수 스포츠전문기자= 손흥민 사진을 메인 화면으로 올린 LAFC 페이스북 홈페이지. [사진=LAFC] 2025.08.09 zangpabo@newspim.com |
③ 샐러리캡과 지정선수 제도
MLS는 샐러리캡을 도입해 구단별 총 연봉 상한선을 정한다. 유럽 빅리그는 그런 게 없다. 구단의 재정 능력에 따라 예산을 무한대로 쓴다. 다만 재정적 페어플레이(FFP) 규정이란 최소한 장치가 있긴 하다.
MLS는 경쟁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최근 연봉 상한 규정을 일부 완화할 수 있는 지정선수 제도를 도입했다. 구단당 3명까지, 샐러리캡을 초과해서 슈퍼스타를 영입할 수 있다. 데이비드 베컴(전 LA 갤럭시)부터 리오넬 메시(인터 마이애미)와 손흥민까지 이 제도를 통해 MLS로 건너왔다.
지정선수 제도가 생기면서 MLS는 수비에 비해 공격이 강한 리그가 됐다. 대부분 구단이 이 제도를 공격수 영입에 활용한 때문이다. 메시는 지난달 5경기 연속 멀티골 기록을 세웠다.
④ 유소년 시스템 vs 드래프트 제도
유럽 축구는 유소년 아카데미 육성에 초점을 맞춘다. 10대부터 구단 산하 팀에서 훈련하며, 성인 무대까지 단계적으로 성장한다. 이는 구단의 정체성과도 연결된다.
반면 MLS는 미국 대학 스포츠 시스템을 바탕으로 한다. 매년 슈퍼드래프트를 통해 대학 무대에서 활약한 유망주를 선발한다. 미국식 스포츠 리그에선 익숙한 방식이지만, 글로벌 축구 시장에선 이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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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슨 로이터=뉴스핌] 장환수 스포츠전문기자= 인터 마이애미 리오넬 메시가 7월 20일 뉴욕 레드불스와 원정경기에서 상대의 압박 수비를 뚫고 나아가고 있다. 2025.07.20 zangpabo@newspim.com |
⑤ 글로벌 vs 로컬 시장 지향
유럽은 세계를 무대로 한 글로벌 리그다. 경기 중계와 팬덤, 마케팅 모두 해외까지 겨냥한다. 반면 MLS는 철저히 북미 시장 중심이다. 최근 메시 효과로 글로벌 인지도가 올라가긴 했지만, 리그의 운영과 관심은 미국·캐나다 내에 집중돼 있다.
⑥ 팬 문화와 응원 문화
유럽은 지역 기반의 팬 충성도가 매우 높고, 홈·원정 응원 구분도 뚜렷하다. MLS도 서포터스 문화가 성장 중이지만, 비교적 자유롭고 가족 중심 분위기가 강하다. 유럽처럼 과격한 응원은 거의 없으며, 행사 중심의 관람 문화가 더 익숙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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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호형 기자 =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인터 마이애미 공동 구단주 데이비드 베컴이 지난해 1월 29일 서울 중구 명동 아디다스 플래그십에서 열린 팬 미팅 행사에 도착하고 있다. 2024.01.29 leemario@newspim.com |
⑦ 시즌 일정과 계약
MLS는 시즌이 2월~12월이다. 8월~다음해 5월인 유럽과 정반대다. 이에 따라 국제 이적시장 일정도 타이밍이 엇갈린다. 손흥민은 토트넘에서 시즌을 마치고 이적했지만, LAFC는 한창 순위 다툼이 치열한 상황이다.
MLS는 리그 사무국이 선수 등록권을 소유한다. 구단이 선수를 영입해도, 최종 등록과 계약은 MLS를 통해 이뤄진다. 유럽처럼 각 구단이 독립적으로 선수 영입과 판매를 결정하는 구조와 다르다.
⑧ 미디어 전략: 프랜차이즈 vs 전통 클럽
MLS는 프랜차이즈형 리그로 미디어를 통한 홍보를 우선시한다. 선수들의 SNS 활동과 인터뷰 노출이 장려된다. 북미식 문화답게 선수들도 말이 많고, 친근하게 소통한다. 유럽 전통 클럽은 아직도 '미디어는 필요악'이란 정서가 남아 있다.
중계와 해설도 딴판이다. MLS는 감성적이고, 선수들의 개인사 위주의 설명이 자주 보인다. 메시가 등장할 때 할리우드식 오프닝 영상이 나오는 등 이벤트 위주 연출을 하기도 한다. 경기 후 선수 인터뷰 영상 촬영은 의무 조항이다. 손흥민도 새로운 환경에 빨리 적응해야 할 것이다.
zangpab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