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류·보석·새우 등 수출 부문 가장 큰 타격...미국 매출 50~70% 감소 전망"
"세계 최고율 관세, 美와 무역 합의 못 이루면 印 핵심 산업 파괴될 것"
"印 제조업계, 수출 시장 다변화 추진하겠지만 단기 내에는 어려워"
[방콕=뉴스핌] 홍우리 특파원 = 50%에 달하는 미국의 관세에 인도 제조업계가 공황 상태에 빠졌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정부의 '메이크인 인디아' 정책에 위협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12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미국 유통 업체 월마트와 의류 브랜드 갭 등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는 고칼다스 엑스포츠(Gokaldas Exports)의 시바라마크리슈난 가나파티 대표는 "관세가 50%에 달하면 사업을 할 수 없다"고 매체에 전했다. 고객들이 인도 내 공급망 축소를 검토하고 있다며, 베트남과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등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그는 덧붙였다.
인도 의류수출진흥위원회의 수디르 세크리 위원장은 "관세로 인해 향후 7개월 동안 업계의 수출액이 약 50억 달러(약 6조 9000억원) 감소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이는 2023/24회계연도(2023년 4월~2024년 3월) 업계 대미 수출액의 절반가량에 해당하는 것이다.
매체는 미국의 고율 관세가 모디 정부의 제조업 육성 정책인 메이크 인 인디아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동남아시아 주요국은 물론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관세를 떠안게 된 상황에서 인도가 미국과 무역 합의를 도출하지 못할 경우 핵심 산업이 파괴될 수 있고, 중국을 대체한 글로벌 제조 허브가 되겠다는 목표 달성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짚었다.
현재 인도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제조업 비중은 약 14%다. 2014년 집권한 모디 총리가 메이크 인 인디아를 강조하며 제시한 '2025년 GDP 대비 제조업 비중 25% 달성' 목표에 한참 못 미친 것이다.
노무라의 경제학자들은 미국의 관세가 사실상 "무역 금수조치"와 유사하다고 평가한다. 마진이 낮은 분야의 인도 중소기업을 황폐화시키고, 글로벌 공급망 내 비중 확대를 원하는 인도의 노력을 훼손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도 뉴델리 소재 싱크탱크인 글로벌 무역 연구 이니셔티브의 아자이 스리바스타바는 "의류·보석·새우 등 수출 부문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미국 매출이 50~70%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했고, 미국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를 역임한 웬디 커틀러 아시아 소사이어티 정책연구소 부회장은 "대부분 인도 상품의 대미 수출이 사실상 차단될 것"이라고 말했다.
![]() |
[사진=바이두(百度)] |
인도 제조업계는 미국과의 협상 상황을 지켜보면서 수출시장 다변화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인도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 협회의 슈라다 수리 마르와 회장은 "미국 관세는 단기적 역풍이 될 것이다. 기업들은 이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 소재 싱크탱크 전략 및 국제 연구 센터의 리처드 로소 인도 및 신흥 아시아 경제 위원장은 "인도 제조업체들은 수출 시장 다변화를 시도할 것"이라면서도 "현재의 무역 난관을 헤쳐나갈 길을 찾는다 해도 (불확실성은) 트럼프 행정부의 남은 3년 반 동안, 어쩌면 그 이후에도 항상 존재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가나파티는 "새로운 시장으로 신속하게 전환하는 것은 어려울 수 있다. 노력한다면 2년 내에 이룰 수 있겠지만 마진이 줄어들 것"이라며 "인도 정부는 제조업 중심 경제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양호한 무역 관계'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가나파티는 "미국은 지금도 앞으로도 큰 시장일 것"이라며 "만약 미국이 제외된다면 엄청난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hongwoori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