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율 관세, 美와 무역 합의 못 이루면 印 핵심 산업 파괴될 것"
"印 제조업계, 수출 시장 다변화 추진하겠지만 단기 내에는 어려워"
[방콕=뉴스핌] 홍우리 특파원 = 50%에 달하는 미국의 관세에 인도 제조업계가 공황 상태에 빠졌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정부의 '메이크인 인디아' 정책에 위협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12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미국 유통 업체 월마트와 의류 브랜드 갭 등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는 고칼다스 엑스포츠(Gokaldas Exports)의 시바라마크리슈난 가나파티 대표는 "관세가 50%에 달하면 사업을 할 수 없다"고 매체에 전했다. 고객들이 인도 내 공급망 축소를 검토하고 있다며, 베트남과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등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그는 덧붙였다.
인도 의류수출진흥위원회의 수디르 세크리 위원장은 "관세로 인해 향후 7개월 동안 업계의 수출액이 약 50억 달러(약 6조 9000억원) 감소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이는 2023/24회계연도(2023년 4월~2024년 3월) 업계 대미 수출액의 절반가량에 해당하는 것이다.
매체는 미국의 고율 관세가 모디 정부의 제조업 육성 정책인 메이크 인 인디아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동남아시아 주요국은 물론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관세를 떠안게 된 상황에서 인도가 미국과 무역 합의를 도출하지 못할 경우 핵심 산업이 파괴될 수 있고, 중국을 대체한 글로벌 제조 허브가 되겠다는 목표 달성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짚었다.
현재 인도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제조업 비중은 약 14%다. 2014년 집권한 모디 총리가 메이크 인 인디아를 강조하며 제시한 '2025년 GDP 대비 제조업 비중 25% 달성' 목표에 한참 못 미친 것이다.
노무라의 경제학자들은 미국의 관세가 사실상 "무역 금수조치"와 유사하다고 평가한다. 마진이 낮은 분야의 인도 중소기업을 황폐화시키고, 글로벌 공급망 내 비중 확대를 원하는 인도의 노력을 훼손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도 뉴델리 소재 싱크탱크인 글로벌 무역 연구 이니셔티브의 아자이 스리바스타바는 "의류·보석·새우 등 수출 부문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미국 매출이 50~70%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했고, 미국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를 역임한 웬디 커틀러 아시아 소사이어티 정책연구소 부회장은 "대부분 인도 상품의 대미 수출이 사실상 차단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도 제조업계는 미국과의 협상 상황을 지켜보면서 수출시장 다변화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인도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 협회의 슈라다 수리 마르와 회장은 "미국 관세는 단기적 역풍이 될 것이다. 기업들은 이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 소재 싱크탱크 전략 및 국제 연구 센터의 리처드 로소 인도 및 신흥 아시아 경제 위원장은 "인도 제조업체들은 수출 시장 다변화를 시도할 것"이라면서도 "현재의 무역 난관을 헤쳐나갈 길을 찾는다 해도 (불확실성은) 트럼프 행정부의 남은 3년 반 동안, 어쩌면 그 이후에도 항상 존재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가나파티는 "새로운 시장으로 신속하게 전환하는 것은 어려울 수 있다. 노력한다면 2년 내에 이룰 수 있겠지만 마진이 줄어들 것"이라며 "인도 정부는 제조업 중심 경제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양호한 무역 관계'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가나파티는 "미국은 지금도 앞으로도 큰 시장일 것"이라며 "만약 미국이 제외된다면 엄청난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hongwoori84@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