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수출 30% 가까이 줄며 충격
관세 인하가 숨통 틔울까
[서울=뉴스핌] 오영상 기자 = 일본의 대미 무역흑자가 반토막 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고율 관세 정책이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면서 일본의 주력 수출품인 자동차를 중심으로 수출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일본 재무성이 17일 발표한 8월 무역통계(속보치)에 따르면, 일본의 대미 무역흑자는 3240억엔(약 3조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월 대비 50.5% 줄었다.
8월 대미 무역흑자 수치는 지난 2023년 1월 이후 가장 작은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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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의 수출항에 적재돼 있는 컨테이너 [사진=로이터 뉴스핌] |
◆ 美 관세 인상 직격탄...자동차 수출 28% 급감
수출 감소를 이끈 것은 단연 자동차였다. 8월 일본의 대미 자동차 수출액은 3076억엔(약 2조9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4% 줄었다. 수출 대수도 9.5% 감소한 8만6480대에 그쳤다.
자동차는 일본의 대표적인 수출 품목으로 대미 수출 감소가 전체 무역수지 악화로 직결됐다. 여기에 건설·광산용 기계(-26.1%), 반도체 제조장비(-38.9%) 등 다른 주력 품목 수출도 줄며 충격을 더했다.
수출 부진의 배경에는 역시 미국의 관세 정책이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일본산 자동차에 27.5%의 높은 관세를 부과하면서 가격 경쟁력을 약화시켰다.
미일 양국이 협상을 통해 관세율을 15%로 낮추기로 했지만, 본격적인 효과가 나타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교도통신은 "일본 업체들이 비교적 관세 영향을 덜 받는 저가 차량 수출을 늘리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며 "관세 인하가 수출 회복으로 이어질지가 관건"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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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요코하마항에서 수출 대기 중인 일본산 자동차들 [사진=로이터 뉴스핌] |
◆ 관세 완화에도 불확실성 여전
대미 무역에서의 고전은 일본의 전체 무역수지에도 반영됐다. 일본의 8월 전체 무역수지는 2425억엔(약 2조3000억 원) 적자를 기록하며 두 달 연속 적자 행진을 이어갔다.
수출액은 전년 대비 0.1% 감소했고, 수입액은 5.2% 줄었지만 흑자 전환에는 역부족이었다.
전문가들은 미국 관세 완화가 일본 자동차 업계에 숨통을 틔워줄 수 있다고 보면서도, 글로벌 경기 둔화와 공급망 불안 등 대외 환경이 여전히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자동차 의존도가 높은 일본 수출 구조 자체를 다변화하지 않는 한, 미국의 통상 압박이 이어질 경우 비슷한 충격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goldendo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