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 투자 구조·통화 스와프 등 논의 전망
APEC 전 마무리 목표…"불가능한 건 아냐"
[세종=뉴스핌] 김기랑 기자 =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오는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을 만나 교착 상태에 빠진 한미 관세협상 돌파구 마련에 나선다.
이날 회동에서는 3500억달러(한화 약 490조원) 대미 투자 구조와 통화 스와프(교환) 체결 여부가 핵심 의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만남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전 협상 타결을 위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정부 관계자 등에 따르면, 구 부총리와 베선트 장관은 24일 뉴욕에서 만나 회담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는 통상 당국의 행보에 뒤이은 고위급 협상이다. 앞서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과 각각 협상을 진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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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종도=뉴스핌] 정일구 기자 = 한미 관세 협상을 마친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5.08.01 mironj19@newspim.com |
앞서 양국은 상호관세와 자동차 관세를 기존 25%에서 15%로 낮추고, 한국이 3500억달러 규모를 미국에 투자하는 데 합의했다. 아울러 1000억달러 상당의 에너지 수입도 함께 약속했다. 하지만 미국이 일본과 타결한 지분 투자 방식을 거론하며 직접 투자 확대를 요구해 협상이 진전을 이루지 못하던 상황이다.
그동안 정부는 3500억달러 투자액을 대부분 현금으로 조달할 경우, 외환시장에서 대규모 달러 수요가 한꺼번에 발생해 환율 급등과 자금 유출 압력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해왔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통화 스와프 없이 미국이 요구하는 방식대로 3500억 달러를 인출해 현금으로 투자한다면 한국은 1997년 외환 위기와 같은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이번 회담에서는 달러 안전판 역할을 할 한미 통화 스와프 체결 여부가 핵심 쟁점으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구 부총리는 대규모 투자가 외환시장 안정 조치와 병행돼야 지속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한국의 입장을 적극 설득할 것으로 전망된다.
통상 당국과의 협상도 진행 중이다. 여한구 통상본부장은 지난 23일 아세안 경제장관회의 참석차 말레이시아로 출국한 상태로, 현지에서 그리어 USTR 대표와 만나 관세 협상 후속 협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아직 구체적인 일정 등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현지 공식 일정을 소화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협의가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대통령실은 다음달 말 열리는 APEC 정상회의 전까지 협상을 마무리하겠다는 목표다. 위성락 대통령실 안보실장은 이날 뉴욕에서 브리핑을 열고 "지금 입장차가 크고 견해를 조정하는 일이 쉽지 않지만, 불가능하다고 보지는 않는다"며 "정상회담을 시야에 두고 그 전에라도 접점을 찾으면 타결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r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