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어닝쇼크'…21년 만의 화장품 적자
중국 의존·북미 난항, 글로벌 전략 삐걱
이선주 사장, 로레알에서 키엘·입생로랑 성장시킨 글로벌 전문가
북미·중국 안정화와 신흥시장 공략 '핵심 과제'
[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 LG생활건강이 글로벌 화장품 시장 경쟁 심화와 실적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대표 교체라는 승부수를 꺼냈다. 올해 2분기 화장품 부문이 21년 만에 적자로 전환되는 등 위기감이 고조된 상황에서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 경영 경험을 갖춘 로레알 출신 이선주 사장을 신임 최고경영자(CEO)로 선임하며 글로벌 리밸런싱 전략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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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생활건강 이선주 사장. [사진=LG생활건강 제공] |
◆ 실적 부진에 '원포인트 인사' 단행
29일 LG생활건강은 이사회를 열고 10월 1일자로 글로벌 화장품 기업인 로레알 출신의 이선주 사장을 신임 CEO에 선임했다고 밝혔다.
이번 인사는 그룹의 인사를 두 달 앞둔 원포인트 인사다. LG그룹은 통상 11월 중하순쯤 인사를 단행한다. 이는 최근 LG생활건강의 실적 악화 때문으로 분석된다. 올해 2분기 LG생활건강의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548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5.4% 감소했다. 매출은 1조6049억 원으로 8.8% 줄었고, 순이익은 386억 원으로 64% 감소하며 시장 전망치를 크게 밑도는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특히 주력인 화장품 부문 매출은 6046억 원으로 19.4% 줄었고, 영업솔실 163억 원을 기록하며 2004년 이후 처음으로 적자를 냈다. 면세·방판 등 전통 채널 부진과 중국 의존도에서 비롯된 구조적 한계, 글로벌 시장 공략 지연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LG생활건강은 2019년 북미 시장 확대를 위해 미국 더에이본을 인수하는 등 글로벌 전략을 강화했지만, 인수 효과는 기대에 못 미쳤다. 중국 시장에서는 '더후' 리브랜딩으로 온라인 매출이 일부 회복됐으나 오프라인 부진을 만회하지 못했고 미국 시장에서는 인디 브랜드와의 경쟁 속에 마케팅 비용만 늘어나며 수익성 악화로 이어졌다. 글로벌 재도약을 내세웠던 이정애 대표는 럭셔리 화장품에서 강점을 보였지만 북미 투자 부담과 중국 시장 회복 지연에 발목이 잡히며 뚜렷한 반전 동력을 마련하지 못했다. 이정애 사장은 새 CEO를 중심으로 내년 이후를 준비할 수 있도록 정기인사 이전에 용퇴를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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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애 LG생활건강 사장.[사진=LG생활건강] |
◆ 이선주 사장, 글로벌 브랜드 성장 경험 '주목'
신임 이선주 사장은 글로벌 및 국내 화장품 업계에서 30년간 마케팅과 경영 경험을 쌓아온 전문가다. 로레알에서 '키엘'과 '입생로랑'을 성공적으로 성장시킨 이력이 대표적이다. 특히 키엘 브랜드를 글로벌 매출 2위 국가로 끌어올렸으며, 국제사업개발 수석부사장 시절에는 매출을 두 배로 확대해 로레알 럭셔리 부문 내 2위 브랜드로 도약시켰다.
LG생활건강은 이 사장이 엘앤피코스메틱과 카버코리아에서 글로벌 전략과 브랜드 경쟁력 강화를 주도하며 미국 시장 진출과 브랜드 아이덴티티 확립에 기여한 점도 높게 평가했다. 회사 측은 "로레알 출신의 다양한 글로벌 경험과 마케팅 감각을 바탕으로 화장품 사업 혁신과 글로벌 시장 리밸런싱을 이끌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향후 과제는 북미·중국 시장에서 안정적인 성과를 내고 글로벌 신흥 시장을 공략하는 것이다. 이 사장은 북미 시장에서는 젊은 세대를 겨냥한 브랜드 육성과 온라인 채널 확장을, 중국에서는 온라인 중심 전략을 강화해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동시에 일본·동남아시아·EMEA(유럽·중동·아프리카) 지역 맞춤 전략과 인공지능(AI) 기반 제품 개발, 연구개발(R&D) 패스트트랙 도입 등으로 신성장 동력 확보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1970년생인 이 사장은 이화여자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했다. 2002년 로레알 코리아 그룹 커뮤니케이션 이사로 출발해 2006년 키엘·입생로랑 브랜드 총괄 상무, 2013년 로레알 USA 국제사업개발 수석부사장, 2016년 로레알 코리아 부사장을 지냈다. 이후 2018년 엘앤피코스메틱 글로벌 전략본부 사장, 2021년 카버코리아 CEO(유니레버 뷰티&웰빙 한국 총괄)를 역임했으며, 2024년에는 테라로사 커피 CEO를 맡았다.
업계 관계자는 "LG생활건강이 글로벌 K뷰티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북미·중국 시장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 한다"며 "신임 CEO가 얼마나 빠르게 글로벌 전략을 현실화하느냐가 향후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mky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