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첼로티 "벌어진 한국 수비 간격이 경기 흐름 바꿔"
홍명보 "압박 타이밍·강도 맞지 않아 실점 개선해야"
[서울=뉴스핌] 박상욱 기자 = '삼바 축구'의 고난도 압박에 홍명보호가 스리백 모의고사를 망쳤다. 홍명보 감독은 10일 브라질과의 친선경기에서 강팀과의 맞대결을 대비한 '백3' 전술을 꺼내 들었다. 수비 시 윙어들을 내려 5-4-1 형태로 전환하며 안정감을 노렸지만 브라질의 날카롭고 유기적인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한국의 수비 라인은 경기 내내 흔들리며 0-5 대패를 당했다.
안첼로티 감독은 경기 후 "선수들이 공이 있을 때와 없을 때 모두 높은 수준의 플레이를 보여줬다"며 "백3로 나선 한국을 강하게 압박했다. 이스테방이 좋은 움직임을 보이면서 한국 수비 간격이 벌어졌고, 그게 경기 흐름을 바꿨다"고 지적했다. 이는 홍 감독의 숙제를 명확히 드러낸다. 스리백의 전제는 수비 숫자가 아니라 조직력이다. 공수 전환 속도와 압박의 완성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오히려 독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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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로이터=뉴스핌] 박상욱 기자= 옌스 카스트로프가 10일 열린 브라질 대표팀과의 친선경기에서 파울로 엔리케와 공을 다투고 있다. 2025.10.10 psoq1337@newspim.com |
전반 13분 이스테방의 선제골은 낮은 수비 라인에서 비롯됐다. 브루누 기마랑이스의 침투 패스 한 번에 수비진이 무너졌다. 전반 41분엔 비니시우스, 카세미루, 호드리구로 이어진 브라질 특유의 짧은 연계 플레이에 당했다. 후반에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후반 2분 김민재의 빌드업 실수로 이스테방이 추가골을 넣었고 곧바로 호드리구와 비니시우스의 연속 득점이 이어졌다.
홍명보호의 스리백은 브라질의 전방 압박과 빠른 전환에 완전히 무너졌다. 지난 7월 동아시안컵부터 다듬어온 전술이었지만 미국과 멕시코전에서 노출된 문제점이 그대로 드러났다. 홍 감독은 당시 강팀을 상대로 실점을 최소화하고 역습을 노리는 플랜B로 스리백을 준비했지만 이번엔 오히려 수비 간격과 빌드업 불안이 뚜렷했다.
홍 감독은 경기 후 "실점 장면에서 압박의 타이밍과 강도가 맞지 않았다. 앞으로 개선해야 한다"며 차분히 진단했다. 하지만 수비 라인의 간격 조정, 중원과의 거리 유지 등 구조적인 문제가 여전히 풀리지 않았다. 브라질의 강도 높은 압박에 라인을 올리지 못하면서 수비진은 계속해서 박스 안에 주저앉았고 공격 전환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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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로이터=뉴스핌] 박상욱 기자= 원두재가 10일 열린 브라질 대표팀과의 친선경기에서 히샬리송의 드리블을 저지하고 있다. 2025.10.10 psoq1337@newspim.com |
홍명보호의 스리백 실험은 중대한 기로에 섰다. 미국과 멕시코전에서 1승 1무를 거두며 가능성을 엿봤지만 브라질전에서 한계를 드러냈다. 미국 원정에서는 김민재가 중심을 잡으며 스리백이 안정된 듯 보였지만 멕시코전에서 압박 강도에 밀려 후반 내내 수비가 흔들렸다. 브라질전에서 그 약점이 극대화됐다.
홍 감독이 월드컵을 대비해 플랜B로 세운 스리백은 여전히 미완성이다. 수비 숫자를 늘렸음에도 라인 조율이 되지 않으면 실점 위험은 오히려 커진다. 게다가 후방 빌드업 시 선수 간 간격이 벌어지면 전환이 느려지고 이는 곧 상대의 압박에 직격탄이 된다. 오는 14일 파라과이전을 통해 다시 한 번 스리백을 꺼내 들 홍 감독의 고민이 한층 깊어지고 있다.
psoq133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