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투자 2000억달러…연간 상한 200억달러 고정
"외화자산 운용 수익 매년 120억~150억달러 수준"
[세종=뉴스핌] 양가희 기자 = 정부가 대미 투자액을 외화자산 운용수익으로 조달하기로 했다. 외환보유액 원금을 직접 사용하지 않는 현금투자 방식이지만, 안정적 수익률이 선행되어야 하는 만큼 시장 환경에 따라 조달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 정부는 부족한 투자액의 경우 해외 시장에서 정부 보증채를 발행해 채우겠다는 방침이다.
3일 정부에 따르면 대미 투자액 2000억달러는 한국투자공사(KIC)나 한국은행 외자운용원 등이 외환보유액을 운용해 얻는 이자나 배당수익 등으로 우선 구성된다.
대미 투자액은 총 3500억달러(약 500조원)으로, 이 중 2000억달러는 현금 투자다. 나머지 1500억달러는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로 충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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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억달러는 한 번에 투자하지 않는다. 투자액은 연간 200억달러(약 28조원) 한도 내에서 사업 진척 정도에 따라 정해진다.
상한선인 200억달러는 그간 한국이 요구한 최대치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앞서 우리 외환시장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현금 투자 규모를 연 150억~200억달러 수준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정부는 외환보유액에 손대지 않고 이자·배당 등 외화자산 운용 수익을 활용해 200억달러를 조달할 계획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달 브리핑을 통해 "이자, 배당 등 운용 수익이 적지 않아서 상당히 많이 활용할 수 있을 것 같고, 만약 그중 일부를 기채(채권 발행)하면 정부 보증채 형식으로 할 듯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기준 한국은행의 외화자산 운용수익과 국제기구 출연금 손익 포함 총액은 147억달러(약 21조원) 수준이다. 외화자산 운용수익을 더하면 150억달러로 추정된다.
외화자산 운용수익만으로 매년 200억달러를 충당할 수 있는지는 자산시장에 달려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외환보유액 4220억2000만달러 중 투자자산에 가까운 유가증권은 3784억2000만달러다. 이를 활용해 200억달러의 수익을 내려면 연간 수익률은 약 5.3%이어야 한다.
운용 수익이 부족한 경우 채권 발행도 선택지가 된다. 한 기재부 관계자는 "외화자산 운용 수익은 연간 120억달러에서 150억달러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며 "더 들어올 때는 200억달러도 들어온다. 나머지는 채권 발행 등으로 보충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김용범 실장은 "기채(채권 발행)하면 정부 보증채 형식으로 하겠다"며 "정부 보증채는 국내 외환시장에서 조달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이 미국·유럽·아시아 등 해외 시장에서 조달하도록 해 국내 외환시장 달러 수요에 영향을 미치지 않겠다는 의미다.
정부는 운용 수익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미국이 요청하는 투자 규모 상한이 200억달러인 것이지 매년 그만큼 요청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자산운용 상황에 따라, 미국의 투자 요청 규모에 따라 모든 변수가 있다"고 덧붙였다.
sheep@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