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권력은 국민의힘이 장악...민주 탈환 나서
서울시장 선거 만만치 않아...변화의 바람 기대
[서울=뉴스핌] 이재창 정치전문기자 = 범여권인 진보 진영이 5일 30대의 진보 정치인이자 인도계 무슬림인 조란 맘다니 뉴욕주 의원의 뉴욕시장 당선에 대해 "시민의 승리"라며 일제히 환영했다. 국민의힘은 상대적으로 조용했다. 내년 6월 지방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유불리가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변화의 바람을 통해 주요 광역단체장을 탈환해야 하는 범민주 세력과 수성에 나서는 국민의힘의 상반된 입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34세인 비주류 정치인 맘다니의 당선은 유권자의 기존 정치에 대한 심각한 혐오와 세대 교체 열망이 낳은 산물이다. 때 묻지 않은 새로운 젊은 정치인의 선택을 통한 세대 교체로 낡고 부패한 기존의 정치를 갈아엎으라는 시대적 요구의 반영이다. 기득권 청산을 통한 정치 교체를 이루겠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변화와 혁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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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란 맘다니 미국 민주당 뉴욕시장 후보. [사진=로이터 뉴스핌] |
변화와 혁신의 핵심은 인적 교체다. 정치적 물갈이다. 더불어민주당 등 범여권이 일제히 환영 논평을 낸 이유다. 장기적으로는 기득권인 자신들이 타깃이 되겠지만 당장은 아니다. 발등의 불은 내년 6월 지방선거다.
민주당은 입법과 행정, 사법 등 3권을 장악했지만 지방 정부는 여전히 국민의힘 세상이다.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대구시장, 인천시장, 대전시장 등 전국의 주요 광역단체장은 경기도를 제외하곤 대부분 국민의힘 소속이다. 지방 권력에 관한한 여야가 바뀌었다. 민주당이 주요 단체장의 탈환에 나서는 입장이다.
이들이 뉴욕시장의 교체에 의미를 부여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뉴욕은 우리로 따지면 사실상 서울시장이다. 수도인 워싱턴 D.C.는 세계 정치의 중심이지만 인구 70여 만 명의 소도시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탈환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오세훈 현 시장의 지지세가 만만치 않다. 대부분의 여론 조사에서 오 시장이 여당 후보들에 앞서 있다. 승기를 잡기 위해서는 변화가 절실하다.
맘다니 당선이 주는 또 하나의 시사점은 그의 시민 밀착형 공약이다. 주택 문제와 생활 물가 등 정치가 아니라 민생으로 유권자의 요구에 부응했다. 10년간 20만 호 공급을 통한 주택난 해소와 공공요금 동결 등의 공약으로 고립감을 느끼는 청년과 서민의 어려움을 파고들었다. 우리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
민주당의 서울시장 예상 후보들이 환영의 글을 통해 맘다니 당선에 의미를 부여한 이유다. 박주민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맘다니 뉴욕시장 당선에 대해 "시민이 주도하는 변화, 새로운 시대의 시작을 보여주는 상징적 순간"이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시민의 삶을 바꾸는 정치, 기득권이 아닌 시민 중심의 정치가 이상이 아니라 현실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며 "뉴욕이 보여준 변화의 에너지가 서울 시민들에게도 전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홍근 의원은 페이스북에 "맘다니 시장은 '부담 가능한 뉴욕'이란 슬로건 아래 임대료 안정화와 주택 공급 확대를 핵심 공약으로 내걸었다"며 "지금 서울 시민들의 마음 속에도 '부담 가능한 서울'을 향한 강렬한 소망이 있음을 느낀다"고 적었다.
서울시장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는 조국 조국혁신당 비상대책위원장은 페이스북에 "맘다니 시장의 성공은 평범한 시민의 삶을 바꾸겠다는 용기의 결과"라며 "맘다니 시장이 보여준 사회권 중심의 시정 비전은 조국혁신당이 지향하는 방향과 같은 결을 가졌다"고 했다.
경기도지사 출마를 준비하는 한준호 민주당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맘다니 후보는 스스로를 민주적 사회주의자라고 부르면서 뉴욕시민 생활고를 해결하겠다는 핵심 공약을 제시했다"며 "우리 당과 제가 목표로 삼고 있는 실용주의 정치와도 그 맥이 닿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와 민생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뉴욕 시민이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지를 상징하는 일대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대선에 출마했던 권영국 정의당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34세, 사회주의자, 무슬림이 미국 최대 도시 시장으로 당선된 대 사건"이라며 "뉴욕이 겪고 있는 문제는 한국의 대도시들이 겪는 문제와 그리 다를 바가 없고 앞으로 그가 뉴욕에서 펼쳐 나갈 '감당할 수 있는 뉴욕'을 응원하고 공부하는 마음으로 지켜보겠다"고 했다.
각기 처한 입장은 다르지만 공통점은 변화에 대한 기대다. 뉴욕처럼 우리 지방선거에서 '바꿔 열풍'이 불기를 은근히 기대하고 있다. 지방선거 승리에 대한 열망이 담겨 있다. 지방 권력을 차지한 국민의힘의 목소리가 상대적으로 적은 이유이기도 하다.
leejc@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