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IT와 실적 격차 본격화…'체력 검증 국면' 진입"
[서울=뉴스핌] 송기욱 기자 = AI(인공지능) 투자 과열 우려가 이어지고 있지만 증권가는 최근 실적 지표에서 오히려 '실체 확인 단계'가 시작됐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 글로벌 AI 대표 기업들의 매출과 EPS(주당순이익) 성장률이 전통 IT 업종과 뚜렷한 격차를 보이면서, 기대감 중심의 국면을 지나 실적 기반의 경쟁 구도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KB증권은 엔비디아·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애플 등 주요 AI 기업들의 최근 3년간 EPS, 매출 성장률, 밸류에이션(PE, PEG, ROE 등)을 비교한 결과 전통 IT 기업과의 성장 격차가 뚜렷하게 벌어졌다고 분석했다. 이들 기업의 서버·데이터센터·클라우드 부문 설비투자(CAPEX) 역시 꾸준히 확대돼 AI가 장기 성장의 기반을 이미 갖추고 있다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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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AI생성이미지] |
김세환 KB증권 연구원은 "AI 대표 기업들의 매출과 EPS는 이제 단순 기대감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며 "실제 실적 지표에서 전통 IT 대비 격차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내용연수 연장이 회계상의 착시라는 주장도 있지만, 냉각 기술과 SSD 전환으로 실제 고장률이 낮아진 만큼 교체 주기가 길어진 것은 구조적인 변화"라고 설명했다.
실제 기업들이 감가상각 기간을 늘린 배경은 기술적 개선에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김 연구원은 "5~6년 전에 출시된 A10이나 H10 칩도 지금 여전히 팔리고 있다"며 "냉각 방식 개선 이후에는 GPU를 더 오래 쓰는 사례가 늘었다"고 말했다.
다만 모든 기업이 같은 흐름을 보인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함께 제시됐다. 일부 AI 관련 기업에서는 잉여현금흐름(FCF) 수익률이 둔화하고 밸류에이션 부담이 커지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투자 판단 기준이 성장성에서 수익성과 체력 중심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김 연구원은 "AI가 구조적 버블이라고 보긴 어렵지만, 주가가 예민해진 것은 사실"이라며 "FCF가 더 내려가면 단기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증권가는 AI 투자 흐름이 멈춰야 할 단계는 아니라는 판단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성장성과 실체 검증이 이미 시작된 만큼 기업 간 체력 차이가 드러나는 국면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KB증권은 "AI는 끝나는 테마가 아니라 판단 기준이 바뀌는 단계"라며 "앞으로는 매출 성장률뿐 아니라 현금흐름 방어력과 투자 회수 능력이 핵심 지표가 될 수 있다"고 제시했다.
김승혁 키움증권 연구원 역시 최근 보고서에서 "AI는 기대감의 단계가 아니라, 실제 수익으로 연결되는 구간에 진입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엔비디아의 GPU 매출이 전년 대비 66% 급증했으며,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관련 매출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며 "버블 논란보다는 실체 확인이 먼저 이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IT 대형주와 나머지 기업 간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특히 메타 등 일부 기업은 AI 도입 이후 ROI(투자수익률)가 단기적으로 악화된 사례도 있다고 지적했다. 전 기업이 동일한 혜택을 누리는 것은 아니며, 시장은 이미 체력에 따라 기업을 구분하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제시했다.
oneway@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