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인공지능(AI) 산업 육성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그의 핵심 지지층인 보수 지역사회에서 반발이 확산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최근 미주리주의 한 감리교회에는 약 200명의 주민이 모여 트럼프 행정부의 AI 정책에 대한 우려를 공유했다. 캔자스시티 인근 위성도시 인디펜던스에 66억 달러 규모의 데이터센터 건설이 신속 승인되면서, 전력·용수 수요 확대와 지역사회 영향에 대한 불안이 커진 데 따른 것이다.
지역 사역자로 일하는 리사 개럿은 "나는 이 행정부에 투표했고, AI가 나에게 영향을 미치기 전까지는 그것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며 "나에게는 손주들이 있다… 그들이 현실이 아닌 세계로 끌려 들어가고 있다는 점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우려는 트럼프 지지층 전반에서도 확인된다. FT가 여론조사기관 퍼블릭 퍼스트에 의뢰해 지난 1월 6~12일 미국 성인 201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유권자의 약 60%가 AI의 급속한 발전을 우려했고 약 80%는 추가 규제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그럼에도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1년간 기술 기업들과의 협력을 강화하며 데이터센터 인허가를 신속 처리하고, AI 안전 규제를 추진하는 주(州) 정부 움직임에는 제동을 걸어왔다. 실리콘밸리 출신 인사들이 주도하는 참모진은 AI가 대규모 일자리 감소나 환경 피해를 초래할 것이라는 주장에 반박하며, 미국의 AI 우위를 "국가 안보의 필수 과제"로 규정하고 있다.
행정부는 주 단위 AI 규제를 제한하는 연방 입법을 추진했으나 핵심 지지층인 일부 마가(MAGA) 진영의 반대로 무산됐고, 이후 행정명령을 통해 유사 조치를 강행했다. 해당 명령은 AI 규제를 도입하는 주에 연방 자금 지원을 제한할 수 있음을 시사하고, 법무부에 규제 시도를 조사하도록 지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보수 진영 내부에서는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2028년 공화당 차기 대선 주자로 거론되는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AI의 "매우 해로운" 영향을 언급하며, 트럼프 측의 규제 제한 시도를 "주 정부의 권한을 무력화하고 빅테크가 규칙을 쓰도록 내버려두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아칸소주의 세라 허커비 샌더스, 유타주의 스펜서 콕스 주지사도 공개적으로 행정부와 다른 입장을 보였다.
공화당 내부에서는 AI가 오는 11월 중간선거, 나아가 2028년 대선의 핵심 쟁점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보수 싱크탱크 아메리칸컴퍼스의 브래드 리틀존은 "민주당 후보가 이 문제를 중심 메시지로 구축해 공화당을 완전히 압도할 실제 위험이 있다. 공화당이 AI 기업의 친구로 낙인찍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주(州) 차원의 규제 움직임도 거세다. FT 분석에 따르면 올해 미 전역 주 의회에서 최소 370건의 AI 관련 법안이 발의됐으며, 이 중 120건 이상이 공화당 주도 지역에서 나왔다. 미주리주 세인트찰스는 신규 데이터센터 건설을 1년간 금지하는 조치를 도입했고, 현재 영구 금지까지 논의하고 있다.
인디펜던스를 지역구로 둔 공화당 소속 조 니콜라 미주리 주상원의원은 "대통령이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다"며 "이 주의 선출직 공직자로서 내 주민을 보호할 수 없다는 말을 듣는 것은 내 원칙에 어긋난다"고 밝혔다. 그는 또 "데이터센터가 곳곳에 들어서고 있지만 여전히 아무 규제도 없다… 전국적으로 사람들이 AI와 결혼했다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며 "규제가 없다면 우리는 매우 빠르게, 매우 잘못된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행정부와 업계는 반발을 달래기 위한 메시지도 내놓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데이터센터 운영사가 전력 사용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언급했고, 백악관은 관련 시설에 연방 보조금이 지급되지 않을 것임을 강조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앤스로픽 등 기업도 일부 비용 부담과 지역사회 지원 확대를 약속했다.
그러나 백악관이 산업 지원 기조를 재고할 조짐은 크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의 AI 정책을 이끄는 데이비드 색스는 "우리는 뒤로 물러설 여유가 없다"고 밝혔고, 백악관도 아동 보호, 검열 방지, 지식재산권 존중, 지역사회 안전을 포함한 AI 정책 틀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급격한 변화 속에서 현장 주민들의 불안은 여전하다. 개럿은 "일론 머스크가 얼마나 빠르게 변화가 일어날 것인지 말하는 것을 들어봤지만… 가끔은 속도를 조금 늦추고 더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왜 이렇게 빨리 진행돼야 하는가? 경쟁이 있다는 건 알지만, 그 질문에 대한 좋은 답을 찾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wonjc6@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