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성현은 6월 초 막을 연 ‘순이 삼촌’에서 주인공으로 역사의 아픔인 제주도 4.3 사건을 목격하는 동시에 관객들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맡았다. 연극 ‘순이 삼촌’은 이제 막바지에 접어들었지만, 백성현은 처음 무대에 섰던 날의 기억을 간직하고 있다.
“처음 무대에 올랐을 때 너무 떨렸어요. 연습한 대로만 하자는 생각으로 무대에 섰죠. 스스로 안 떨린다고 여겼지만, 마음만 그럴 뿐 몸이 덜덜 떨리더라고요. 제사를 지내는 장면에서는 손이 떨려서 향을 못 피울 정도였어요. 막이 오르고 첫 주는 정신없이 지나갔던 것 같아요. 얼마나 긴장을 했던지, 첫 연극 무대가 끝나고 목이 나가서 이틀간 고생한 기억이 있네요.”
1995년 영화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을 통해 불과 5살에 연예계에 발을 내디딘 백성현은 큰 인기를 구가한 드라마 ‘보고 또 보고(1998)’ ‘다모(2003)’ ‘천국의 계단(2003)’ 등을 통해 명품 아역 배우로 얼굴을 알렸다. 최근에는 드라마 ‘빅(2012)’ ‘아이리스2(2013)’ 등을 통해 성인 연기자로서 입지를 굳혔다.
데뷔 18년 차. 연기에는 잔뼈가 굵은 백성현이 연극 무대에 도전한 이유는 명확했다. 백성현은 연기에 대한 욕심, 배우로서 자존심이 엿보이는 강단있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
“예전부터 여러 선생님께 ‘배우는 연극을 해봐야 한다’는 조언을 많이 들었어요. 무대에 서 보지 않은 배우는 반쪽짜리고요. 저도 연극 무대에 서고 싶다는 열망은 늘 있었어요. 하지만 소속사라던가(웃음) 이런저런 고려를 하다 보면 선택에 제약이 있거든요.”
“그런데 좋은 기회가 생겨서 기뻐요. 앞으로 연극이든 뮤지컬이든 다양한 무대에서 관객들을 만나고 싶어요. 뮤지컬이요? 노래는 자신없지만, 연습을 통해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요?”
백성현은 대중과 접근성이 높은 드라마의 힘이 연극보다 강하다는 사실을 담담히 인정했다. 그는 동시에 정치나 여타 이해관계를 떠나, 과거의 상흔과 아픔을 재조명하는 ‘순이 삼촌’을 만나 기쁘다고 말했다.
“이 연극을 보신 관객들에게 뭔가를 느끼라고 강요하고 싶진 않아요. 그저 ‘이런 사건이 있었다’고 알리고 싶은 거죠. ‘우리와 똑같은 사람들,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던 사람들이 이런 무고한 죽임을 당했다’라고요.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이런 사건이 있었다는 것을 알고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데뷔 이래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온 백성현. 지칠 만도 하건만 여전히 일에 대한 열정과 포부로 가득 차 있다. “쉬지 않고 일하고 있는 것은 참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피곤할 때는 있어요. 하지만 한 달 이상 쉬면 뭔가 기분이 이상해져요. 나태해지는 듯하고(웃음). 롤 모델이 (황)정민 형인데, 정민 형 보면 쉬지 않고 일하시잖아요? 언젠가 정민 형이 ‘놀면 뭐하냐’고 하시더라고요. 또, ‘배우는 작품을 선택하는 데 있어서 까다로우면 안 된다’는 말을 해 주셨어요. 저도 정민 형 말이 옳다고 생각해요. 예전에는 ‘국민배우가 되고 싶다’거나 ‘모든 사람의 기억에 남는 배우가 되고 싶다’ 같은 목표를 세웠던 적도 있어요(웃음). 그런데 지금 드는 생각은 ‘매 작품 보는 사람에게 감동을 드리고 싶다’에요. 누군가에게 감동을 주거나 사람의 감정을 움직이는 건 그 자체로 참 감동적이지 않나요? 작품마다 보는 이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
[뉴스핌 Newspim] 글 장윤원 기자 (yunwon@newspim.com)·사진 강소연 기자(kang1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