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한계 수위에 이른 미국의 눈덩이 빚을 둘러싼 경고가 날로 고조되고 있다.
9조달러를 넘어선 기업 부채와 13조5000억달러에 달한 가계 부채, 이와 별도로 1조4000억달러에 이르는 학자금 대출과 올해에만 1조3400억달러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정부 부채까지 시한 폭탄이 터질 위기라는 주장이다.
달러화 [사진=블룸버그] |
시장 전문가들은 천문학적인 빚에 대해 ‘불감증’을 보이는 미국 사회를 놓고 끓는 물 속의 개구리라며 비판의 날을 세우고 있다.
서서히 상승하는 수온에 별다른 위기감을 느끼지 못하다가 결국 죽음을 맞이하는 개구리와 미국의 상황이 흡사하다는 얘기다.
21일(현지시각) 주요 외신에 따르면 금리 상승이 부채 버블이 무너져 내릴 것이라는 경고가 투자자들 사이에 제기됐다.
기업 부채가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대출)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잿빛 전망이 제기된 가운데 또 한 차례 비관론이 고개를 든 것.
미국 기업의 부채는 금융위기가 본격화되기 전인 2007년 4조9000억달러에서 최근 9조1000억달러로 급증, 약 10년 사이 두 배 불어났다.
이와 함께 시장 전문가들을 긴장시키는 것은 기업의 현금흐름이다. 총 부채에 대한 현금 비율은 지난해 말 12%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한 뒤 제자리 걸음을 보이고 있다.
금리 상승으로 인해 부채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고, 이는 궁극적으로 기업의 투자와 고용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
아문디 파이오니어의 마이클 템플 신용 리서치 이사는 CNBC와 인터뷰에서 “앞으로 12~18개월간 금리가 상승세를 지속할 경우 부채 폭탄이 터지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가계 부채도 위험 수위이기는 마찬가지다. 뉴욕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3분기 말 현재 미국 가계 부채가 13조5100억달러에 달했다.
이에 따라 가계 빚은 17분기 연속 증가했고, 2013년 2분기 이후 20% 이상 불어났다. 90일 이상 신용카드 연체는 8%에 육박, 미국 경제의 70%를 차지하는 내수 경기에 대한 전망을 흐리고 있다.
1조4000억달러에 이르는 학자금 대출과 9.1%로 치솟은 90일 이상 연체 역시 가계 경제를 뿌리부터 흔드는 리스크 요인이다.
미국 정부 역시 빚더미에 허덕이는 상황이다. 미 의회예산국에 이르면 내년 재정 적자 규모가 1조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부양책으로 인해 올해 늘어난 부채만 1조3400억달러로 추정된다.
무역전쟁 속에 중국의 미 국채 보유량이 2013년 기록한 고점에서 11.5% 급감한 가운데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입이 둔화될 경우 커다란 충격이 발생할 데 시장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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