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인 창구공무원 폭행까지 당했지만 '쌍방고소' 후 '휴직중'
[포천=뉴스핌] 양상현 기자 = 올해 1월 고용노동부가 산업안전보건법을 30여 년 만에 전면개정해 산업현장 사고를 줄이기 위한 관련 법과 제도를 정비했지만, 경기 포천시청의 한 공무원이 민원인에게 폭행을 당하는 사고가 발생해도 시는 한달 동안 뒷짐만 지고 경찰 조사결과를 지켜만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포천시청 전경 [사진=포천시] |
13일 시와 전공노 포천시지부 등에 따르면 지난달 12일 오후 2시께 민원인 A씨는 시청 문화체육과를 방문해 관인면 중리 소재 '포천 레이스웨이'에서 자동차 경주를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시는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체육시설업 등록을 할 수 없다는 내용을 전달했다.
이 과정에서 A씨는 공무원 B씨의 복부와 가슴을 폭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B씨는 지난달 19일 병원에서 4주 진단(늑골골절)을 받은 뒤 이달 4일부터 병가와 함께 지난 11일 6개월 휴직을 신청한 상태다.
민원인 A씨도 B씨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경찰에 진술해, 현재 이 사건은 쌍방고소로 경찰이 조사 중이다.
이 사건과 관련해 시는 "경찰 조사의 추이를 보고 조치하겠다"는 입장이다.
13일 포천시청 자치행정과 관계자는 "이 사건은 민원인과 담당 공무원이 이야기 하는 과정에 서로 책상을 밀치며 실랑이 하는 과정에 민원인이 맞았다고 주장하며 경찰에 진술해, 시로서는 사실관계를 정확히 알아야 하고, 경찰 조사결과가 나와야 이를 바탕으로 직원에 대한 보험처리와 변호사 선임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공노 포천지부는 "공무원에 대한 폭행이 있었음에도 시에서 피해자 지원 및 재발 방지대책이 없었고, 사고발생 하루 전날인 지난달 11일에는 부시장 면담을 통해 직원 피해 방지 대책 수립을 요청했었다"고 말했다.
또 지난달 25일 공문을 통해 공무원을 보호할 수 있는 대책을 요구했고, 또 이달 5일에는 자치행정국장 및 과장, 총무팀장 등을 만나 대책 마련을 요구했지만, 더딘 진행에 불만스럽다는 입장이다.
포천시가 사건을 은폐하고 있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강성모 문화체육과장은 "폭행사건을 소문내서 알릴 것도 없지만, 쌍방고소까지 된 마당에 은폐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며 은폐 의혹을 일축했다.
민원인의 공무원 폭행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공무원에 대한 폭행 건수는 2017년 92건에서 지난해 1~8월 143건으로 급증했다. 2017년 월평균 7.7건이던 공무원 폭행건수가 지난해 17.9건으로 배가 넘게 늘어난 것이다. 중앙부처와 자치단체에선 폭언과 폭행, 반복민원 등 특이민원이 한 해 평균 3만건 이상 발생한다.
공무원 상대 폭력은 중앙부처보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자주 발생한다. 청사 출입이 제한된 중앙부처와 달리 지자체는 업무시간에 청사를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기 때문이다. 별다른 제지를 받지 않고 단체장 집무실을 들어갈 수 있다는 점도 한 요인이다.
하지만 상부 기관에서는 민원인의 민원이 무엇인지, 그들이 선량한 민원인인지 따져보지도 않는다는 지자체 공무원들의 하소연이다.
한 공무원은 “악성 민원인 때문에 고통받는 일선 민원부서 공무원들은 어디에 민원을 제기해야 하냐”며 “악성 민원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직원들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 줬으면 좋겠지만 현실은 휴직계를 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설 연휴를 전후해서는 고질적인 악성 민원에 시달리던 노인장애인과 장묘문화팀의 팀장과 직원이 함께 휴직계를 내기도 했다. 시 관계자는 "K팀장은 교육으로, K직원은 육아휴직 중이다"고 밝혔다.
yangsanghy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