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시설, 현금·카드 이중가격 제시...현금결제 유도
업주, 경기불황 장기화...카드 수수료라도 아껴야
소비자 권리 침해, 세원 투명성 저해 우려
[서울=뉴스핌] 윤혜원 기자 = 사설 스포츠시설에서 현금과 카드간 가격차별을 두는 관행이 여전히 성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제는 버젓이 손님들에게 카드 결제시 10% 가량의 가산세가 붙는다며 현금결제를 유도하고 있었다.
기자가 서울 소재 헬스장과 요가원 등 사설 스포츠시설 10곳을 방문한 결과, 7곳이 이용료 결제시 현금과 카드간 가격을 달리 제시했다. 경기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업주들이 불법을 감행해서라도 카드 수수료를 절감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현금 할인·카드 할증...현금영수증 발급도 안돼
18일 여신금융업전문법에 따르면 카드 결제와 현금 결제에 차등 대우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신용카드 가맹점은 신용카드로 거래한다는 이유로 카드 결제를 거절하거나 카드 회원을 불리하게 대우하지 못한다. 이를 위반할 경우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하지만 기자가 찾은 서울 소재 헬스장과 요가원 등 사설 스포츠시설에선 이런 법이 온데간데 없었다. 시설 10곳 중 7곳이 이용료의 현금가와 카드가를 따로 제시했다. 현금 결제시 정액 또는 할인을 해주거나 카드결제시 부가가치세를 매기는 방식이었다.
A헬스장은 6개월짜리 퍼스널트레이닝(PT) 이용료가 현금 지불 또는 무통장입금시 200여만원이었다. 반면 카드가는 10% 부가세를 합친 220여만원으로 안내했다. B요가원도 3개월 수업에 현금가 32만원, 카드가 34만을 각각 책정하고 있었다. 이들은 현금가와 카드가를 명시한 가격표를 만들어놓고 고객에게 각종 혜택을 설명하며 현금결제를 유도했다.
현금결제를 하더라도 현금영수증을 발급해주는 업체도 사라진지 오래였다. 현금과 카드결제시 각각 다른가격을 책정한 업체 7곳 중 5곳은 현금영수증 발급이 불가능했고 나머지 2곳은 발급 가능 여부를 확인해봐야 한다고 했다.
◆업주 “경기 어렵다보니” 푸념...소비자 권리 침해·세원 투명성 저해 우려
스포츠시설 업주들은 현금결제 유도가 불법임을 알면서도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수단이라고 토로했다. 계속된 불경기 속에 카드 수수료 절감이 수익을 보전할 수 방법 중 하나라는 설명이다.
C헬스장 관계자는 “경기가 어렵다보니 회원 모집이나 유지가 어려워진 것은 물론 주변 헬스장과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며 “영세한 업체를 중심으로 폐업이 잦고 카드 수수료를 포함해 인건비, 시설비 등 각종 비용을 줄이는 추세”라고 말했다.
서울시 우리마을가게 상권분석서비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서울시 스포츠클럽의 생존률은 오픈 3년차 61%, 5년차 38%에 불과하다. 지난해 국내 일반가맹점 평균수수료율은 약 2.08%로 추산된다.
전문가는 자영업자의 영업난이 가중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카드와 현금 간 가격차별 행태는 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금·카드 차별은 소비자 권리를 침해하고 세원의 투명성을 저해할 수 있는 만큼 엄격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 교수는 “소비자가 현금결제를 하고 현금영수증을 발급받지 못할 경우 카드결제에 비해 중도해지나 환급이 어려워진다”며 “소비자가 피해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어 “카드결제 회피와 현금영수증 미발급으로 원래 잡혔어야 할 세금이 누락되면 세원의 불투명성이 증가한다”며 “세금을 제대로 내는 사람들에게도 과세 형평성을 해치는 일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hwyoo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