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A투어 RBC 헤리티지 3라운드, 벙커에 빠진 볼 아래에 게 파고들어 '고민'
경기위원 도착하자 게가 스스로 기어나와 해프닝은 피했으나 보기로 홀아웃
"게 살렸으나 파 세이브는 실패" "코로나19 확진 이어 '크랩 이슈' 만들 뻔"
[서울=뉴스핌]김경수 객원 골프라이터 = "파는 세이브하지 못했지만 게는 구했다" "그러잖아도 화제의 중심이 되고 있는 판에 '크랩 이슈'를 만들고 싶지 않았다"
한국선수 여섯 명이 모조리 커트탈락한 미국PGA투어 RBC 헤리티지(총상금 710만달러) 3라운드에서 흔치 않은 장면이 나왔다.
버바 왓슨의 볼 오른쪽 아래, 볼과 모래 사이에 게가 자리잡고 있다.[사진= 미국PGA투어 트윗] |
버바 왓슨. [사진= 로이터 뉴스핌] |
20일(현지시간) 미국 사우스 캐롤라이나주 힐튼 헤드의 해변에 들어선 하버 타운GL 17번홀(길이 161야드). 버바 왓슨의 티샷이 그린 오른편 벙커에 들어갔다. 볼이 조금 모래를 파고들었는데 볼과 모래 사이의 공간에 작은 게가 한마리 있었다.
왓슨은 동반 플레이어인 로리 매킬로이와 게와 관련된 농담을 하면서 경기위원을 불렀다. 그 상태에서 벙커샷을 해도 되지만, 주위의 눈을 의식한 결과다.
"지금 그러잖아도 미국PGA투어가 화제의 중심에 있는데 나까지 동물애호가와 팬들을 화나게 할 이유는 없다. 카메라가 빤히 비추고 있는 상황에서…." 왓슨의 말이다.
경기위원이 도착해 설명을 들으려고 하자 게는 기어나와 볼에서 제법 떨어진 곳으로 갔다. 왓슨은 그제서야 벙커샷을 했고, 볼은 홀에서 약 5.5m 떨어진 지점에 멈췄다. 2퍼트로 홀아웃해 그 홀 스코어는 보기였다. 왓슨은 합계 3언더파 210타(69·68·73)를 기록, 커트를 통과한 75명 가운데 공동 70위에 자리잡았다.
왓슨이 게 때문에 플레이를 중단하고 결국 보기를 하자 일부 언론에서는 "왓슨이 벙커에서 파 세이브에는 실패했으나 게를 살렸다"고 적었다.
왓슨이 경기위원을 부르지 않았다면 게가 있는 상태에서 벙커샷을 하거나, 게를 티·클럽·손가락 등으로 조심스럽게 쫓아내는 방법이 있었을 것이다. 전자는 게를 죽일 수도 있고, 후자는 볼을 움직이게 할 위험이 있다. 그게 아니라면 '동물이 판 구멍'으로부터 구제를 요청할 수도 있었겠다.
왓슨은 2015년 휘슬링 스트레이츠GC에서 열린 USPGA 챔피언십 4라운드에서도 동물과 관련한 해프닝이 있었다. 5번홀(파5)에서 그의 티샷이 개미가 파놓은 구멍 옆에 멈췄다. 왓슨은 구제를 요청했으나 경기위원은 "개미는 구멍파는 동물이 아니므로 구제가 안된다"고 판정했다. 그렇더라도 볼옆의 개미둑은 루스 임페디먼트이므로 치울 수 있었으나, 그 과정에서 볼이 움직이면 페널티가 따르므로 왓슨은 아무런 구제를 받지 못하고 그대로 친 적이 있었다.
한편 닉 와트니가 1라운드 후 코로나19 양성반응을 보여 화제가 된 이 대회 3라운드에서 웹 심슨, 티렐 하튼, 아브라함 앤서, 리안 파머는 합계 15언더파 198타로 공동 선두를 형성했다. 브룩스 켑카, 더스틴 존슨, 브라이슨 디섐보는 합계 12언더파 201타로 공동 16위, 매킬로이는 10언더파 203타로 공동 28위에 올라 있다.
지난달 만 50세가 된 최경주를 비롯해 임성재·안병훈·강성훈·김시우·이경훈은 2라운드 후 모두 탈락했다. 미국PGA투어 한 대회에서 한국선수 여섯 명이 커트탈락한 것은 유례를 찾기 힘들다. ksmk754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