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가상화폐 광풍 사태'와 피해 확산 유사
이커머스 대금 정산 규정·제도 미비가 문제 키워
[서울=뉴스핌] 한태희 기자 = "금융산업 발전을 제도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관련 규정이 없어서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최근 만난 금융업계 종사자가 한 말이다.
금융산업은 규제산업이라고 불릴 정도로 금융당국이 막강한 권한을 갖는다. 모세혈관처럼 촘촘히 연결된 금융시장 특성상 금융사 한 곳에서 발생한 문제가 경제 위기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금융시장 안정을 목적으로 각종 규정과 제도를 만들고 규제 장치를 두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금융당국이 규정과 제도를 손봐도 문제는 발생하기 마련이다. 문제는 금융당국 손이 닿지 않는 사각지대에서 나온다. 2017년 '가상화폐 열풍'이 대표 사례다.
[서울=뉴스핌] 한태희 기자 = 2024.07.29 ace@newspim.com |
2017년 당시 국내는 물론이고 세계적으로 가상화폐 투자 열기가 뜨거웠다. 비트코인은 2017년 1년 동안 약 1300% 상승했다. 가상화폐 투자를 넘어 투기 광풍이 불었다.
금융당국은 속수무책이었다. 관련 규정과 제도가 마련되지 않았던 탓이다. 당시 새로 등장한 가상화폐를 금융상품으로 볼지도 결론을 내지 못한 상황이었다. 신기술 등장과 발전으로 금융시장 흐름은 시시각각 변했지만 금융당국은 이를 따라가지 못했다. 금융당국은 뒤늦게 관련 법을 개정해 가상자산 사업자 등록 의무화, 자금 세탁 방지 조치 강화, 고객 실명 확인제 등을 도입했다.
2024년 7월 발생한 '티몬·위메프 사태'도 정부가 금융산업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 사례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전자상거래와 전자지급결제 부문 시장 흐름은 계속 변하지만 금융당국은 관련 규정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했다. 현행 '전자상거래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에는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업체 정산과 대금 관리 등에 관한 규정은 없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위메프는 월 매출 마감 후 익익월 7일, 티몬은 거래 발생한 달 말일에서 40일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 네이버나 지마켓 등은 통상 고객 구매 확정 이후 1~2영업일 후 대금 정산이 이뤄진다. 티몬과 위메프 대금 미정산 문제가 소비자 환불 대란으로 확산한 데에는 이같이 업체마다 제각각인 대금 정산 및 대금 관리가 한 몫했다.
금융당국은 한발 늦게 보완 장치를 마련했다. 이커머스가 정산을 위해 유입된 자금은 정산에만 사용될 수 있도록 은행 등 금융회사와 결제대금예치업(에스크로) 체결을 유도하기로 했다.
빠른 기술 발전과 산업 융·복합으로 새로운 금융상품 및 금융산업 등장은 필연적이다. 반면 금융당국 관리·감독 규정 마련은 금융산업 변화를 뒤따라갈 수밖에 없다. 금융당국이 이 간극을 좁히지 못하면 제2, 제3 티몬·위메프 사태는 발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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