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SI용역 유찰, 이틀 후 긴급 공고
감리 용역 입찰 참여 업체도 고작 3개 사
가상자산거래소 "제도화 기대감 낮아져"
[서울=뉴스핌] 이석훈 기자 = 한국예탁결제원(예탁원)이 토큰증권(STO) 관련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나섰지만, 정작 수주에 대한 개발 업체 수요는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6일 조달청에 따르면 예탁원은 지난달 2일부터 28일까지 '토큰증권 테스트베드 플랫폼 구축 사업 SI용역' 입찰 공고를 냈다. 사업 예산만 41억 2000만원에 달한다.
[사진=한국예탁결제원] |
이는 전자증권 등록기관을 해 온 예탁원이 STO 발행에 대한 관리 역할도 담당하기 위해서다. 발행인으로부터 자료를 제출받은 예탁원은 증권사들이 마련한 개별 분산원장에 노드로 참여하는 방식으로 STO 총량을 관리한다. 플랫폼은 ▲총량관리시스템 ▲노드관리시스템 ▲분산원장시스템 등 세 가지로 구성된다.
그런데 해당 입찰 공고는 단일 응찰을 이유로 유찰됐다. 조달청 관계자는 "보통 정상적인 입찰 단계를 거치려면 최소 두 군데 이상의 업체가 응찰해야 하는데, 참여 업체가 한군데에 그치면서 입찰 결과가 무효로 돌아갔다"고 설명했다.
이에 예탁원은 지난달 30일 동일한 내용을 긴급 공고해 업체 물색에 나섰지만, 입찰이 성공할 수 있을지 여부는 미지수다. 개찰일인 이달 11일까지 참여 업체 현황을 파악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난 8월 긴급 공고했던 '토큰증권 테스트베드 플랫폼 구축 사업 전산감리용역'에 응찰했던 기업 수도 3개 사(씨에이에스, 케이씨에이, 카미노)뿐이었다. 모두 정상 입찰 과정을 밟기 위한 기준선을 겨우 넘겼다.
이처럼 예탁원이 STO 관련 용역 발주에 애를 먹는 것은 지난 21대 국회에서 자본시장법 개정에 실패하자 업체 참여 의지가 대폭 줄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대형 가상자산거래소 관계자는 "STO 도입을 위한 법제화도 하세월인 데다 윤창현 전 의원 등 신규 사업에 관심이 높았던 의원들도 국회를 떠났다"며 "STO 관련 인프라를 마련하기 위해 인력 채용·기술 개발 등에 수십억원이 들어가는데, 입법 기대감만을 이유로 사업을 진행하려는 분위기는 사라졌다"고 전했다.
다른 가장자산업계 관계자도 "보통 분산원장 기술이 요구되는 업무를 가상자산거래소에 맡기긴 한다"며 "그런데 가상자산거래소의 주요 사업은 가상자산 거래지, STO가 아니다"고 밝혔다. 이어 "게다가 STO 법제화가 실패하면 플랫폼 개발도 결국 일회성 사업이 될 것"이라며 "메인 사업 비중을 줄이는 위험을 감수하면서 STO 사업에 진출하려는 업체는 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개발 업체의 용역 응찰 수요가 줄어들자, 예탁원의 플랫폼 구축 계획에도 차질이 생길 전망이다. 애초 예탁원은 지난달 업체 선정 절차를 마무리 지으려 했지만, 9월인 지금까지도 용역 입찰을 하지 못하면서다.
이에 대해 예탁원 측은 "이번 재공고 이후 사업 진행 시 사업 일정 상 큰 차질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stpoemseo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