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백승은 기자 = 올해 역대급이라는 말이 유독 많이 등장했다. 이상기후로 인한 기록적인 폭염으로 지난 10년간 가장 많은 온열 산재가 발생하기도 했다. 역대 가장 더웠던 가을이 지나고 또 다시 엄청난 폭설이 쏟아졌다. 피해는 고스란히 민생에 돌아갔다.
정부는 "완만한 내수 회복 조짐", "완만한 경기 회복세"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경제를 진단했지만 시민이 겪는 경제는 여전했다. 통계청의 '2024년 10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전(全)산업·소비·투자의 생산지수가 모두 전월 대비 줄어 '트리플 감소'했다.
백승은 경제부 기자 |
내년에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한국은행은 내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1.9%로 전망했는데, 이는 한국의 잠재성장률(2.0%)을 밑돈다. 한은이 잠재성장률을 하회하는 1%대 경제성장률을 내놓은 것은 처음이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을 지난 전망(2.1%) 보다 0.1%p 낮은 2.0%로 전망했다.
해외에서도 한국의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다고 관측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당초(2.2%)보다 0.1%p 낮춘 2.1%로 전망했다. 아시아개발은행(ADB) 역시 내년 경제성장률을 기존 전망보다 0.3%p 낮은 2.0%로 책정했다.
이런 가운데 12월 3일 오후 10시 23분 기후 위기에 버금가는 커다란 일이 닥쳤다. 전국 대학교수가 올해의 사자성어로 꼽은 '도량발호'(跳梁跋扈, 제멋대로 권력을 부리며 함부로 날뛴다)'가 들어맞는 상황이다.
계엄 사태가 지나가자 정쟁이라는 파도가 들이닥쳤다. 탄핵 정국에 내년도 민생 정책이 '일시정지' 상태다. 당장 내년 경제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2025 경제정책방향'도 후순위로 밀렸다. 기획재정부는 매년 12월 중순에서 하순에 이듬해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는데, 올해는 내년 1월로 밀려날 가능성이 높다.
경제정책방향은 기획재정부 등 7개 경제부처가 한 해 경제 상황을 전망하고 핵심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일정이다. 건설업 침체, 내수 부진에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무역 위기까지 닥쳐올 내년 경제 정책 향방을 잡는 데 필수적이지만 닥쳐온 정쟁 앞에 속수무책으로 밀려나는 중이다.
하반기 공개 예정이었던 제2차 사회이동성 개선방안도 연기됐다. 사회이동성 개선방안은 정부의 '역동경제 로드맵'의 한 축으로, 청년층과 여성 등 고용 취약계층의 구직활동을 돕는 게 골자다. 저출산으로 인구는 줄어드는데 아무 이유 없이 '그냥 쉬었다'는 청년은 증가 추세인 현재 상황을 막아보겠다는 취지다. 그렇지만 이 방안도 혼란한 정국에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지난 2018년 올해의 사자성어로 꼽힌 '임중도원(任重道遠)'을 다시 꺼내야 한다. 짐은 무겁고 갈 길은 멀지만, 어려운 일을 할 때 인내심을 가지고 꾸준히 해 나가야 한다는 교훈을 담았다. 정치 상황과 별개로 내일도 살아 나가야 하는 시민들이 있다. 정부는 그들에게 집중해야 할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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