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위기' 더본코리아, 상장 비전 증명해야
[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 "지금의 1순위는 점주님들 상황을 빨리 타개해 나가는 것입니다"
더본코리아를 이끄는 백종원 대표가 얼마 전 미디어 간담회에서 전한 말이다. 그는 앞으로 세 달 동안 300억원을 투입해 가맹점 활성화에 나서겠다며 "석 달만 기다려달라"고 호소했다. 백 대표는 방송활동을 모두 중단하고 가맹점 대상의 소규모 간담회를 진행, 상생안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실제 더본코리아는 이달 가맹 브랜드의 대상으로 특정 메뉴를 최대 50% 할인하는 프로모션을 시작했다. 백 대표가 제시한 300억원 가운데 일부는 이같은 프로모션과 브랜드 마케팅에 쓰일 것으로 보인다.
가맹사업은 더본코리아의 주요 사업이다. 지난해 기준 전체 매출에서 가맹사업 비중은 85.5%에 달한다. 또 다른 축인 유통사업 비중은 12.6%에 그친다. 유례없는 위기 속에서 회사의 핵심인 가맹사업부터 돌보겠다는 그의 의중은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백 대표는 가맹사업으로 성공한 기업가이자 각종 방송에서 외식 해결사 역할을 도맡은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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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 2025.05.20 romeok@newspim.com |
그런데 이번 위기의 시작은 올 초 '빽햄'에서 시작됐다. 만약 더본코리아가 상장하지 않았다면 빽햄 논란은 해프닝으로 끝났을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백 대표의 더본코리아가 지난해 상장을 통해 내놓은 비전이 유통사업 확대, 유통 부문의 글로벌화, 종합식품기업 도약이라는 점이다. 상장 이전 빽햄은 곁다리 제품이었지만 상장 이후 회사의 비전인 유통사업 대표 상품이 됐다.
더본코리아는 가공식품, 소스 등 유통사업으로 해외시장을 공략하겠다며 높은 몸값 논란에도 그대로 코스피에 입성했다. 당시 더본코리아는 풀무원, 대상 등 이미 두부와 김치로 해외에서 역량을 증명한 식품업체를 비교기업으로 세웠다. 높은 몸값으로 증시 입성에 성공했다는 건 백 대표와 더본코리아의 가능성과 비전을 믿고 응원한 사람들이 그만큼 많다는 이야기다.
한편 더본코리아가 상장을 준비할 당시 업계에선 의아하다는 반응도 있었다. 동종업체인 맘스터치가 상장을 철회한 이후 오히려 해외시장 등에서 빛을 보기 시작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트렌드가 빠르게 바뀌는 프랜차이즈 특성상 여러 결정권자를 두는 기업공개 방식보다는 경영자가 리더십을 가지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인식도 있다.
이와 관련 백 대표는 "당초 상장을 결심했던 이유는 회사를 지속가능한 구조로 전환하기 위한 것이었으며 그 핵심 축은 '유통 확대'와 '지역 개발'에 있다"며 "더본코리아가 보유한 다양한 소스와 K콘텐츠의 인기를 활용해 해외 시장을 공략하고 지역 축제 등을 통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전략"이라고 언급했다.
세계 시장을 넘본다던 더본코리아는 유통 상품 중 하나인 '빽햄' 논란을 시작으로 위기에 빠졌다. 백 대표가 내놓은 비전이 어쩌면 거품일 수 있다는 의구심이 커졌기 때문이다. 백 대표와 관련한 후속 논란들도 대부분 상장 과정에서 성장 동력으로 꼽은 유통사업, 지역개발 부문에서 불거지고 있다.
백 대표가 외식사업 잘한다는 건 모르는 사람이 드물다. 가맹본사로서 가맹점의 매출을 늘리기 위해 노력하고 문제를 시정하는 것도 당연한 의무다. 그러나 가맹사업으로 그의 이미지가 좋아지거나 잇단 논란이 사그라질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지금 세상이 백 대표에 요구하는 것은 유통사업 비전에 대한 증명이다. '한식의 세계화를 공언한 장본인인데 실현할 수 있느냐', '외식이 아닌 식품에서 경쟁력을 보여줄 수 있느냐' 등이다. 부디 백종원 대표와 더본코리아가 위기를 극복하길 바란다.
romeo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