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순보유 잔고 1~3위 이차전지·반도체株…투자자, 하락 베팅
중간재, 전체 대미 수출 53.2%…고율 관세 부과 시 직격탄
'단기적 현상' 주장도…"주주환원 정책 이뤄질 경우 공매도 잔고 감소"
[서울=뉴스핌] 김가희 기자 = 미국발 관세 리스크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차전지·반도체 관련 종목이 공매도 주요 타깃으로 떠오르고 있다. 관세 여파로 인한 업종별 타격 가능성이 선반영되면서 해당 종목을 중심으로 공매도 압력이 강해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4일 기준 코스피 시장에서 시가총액 대비 공매도 순보유 잔고 비중이 높은 종목은 한미반도체(5.84%), SKC(4.86%), 신성이엔지(4.54%), 동방(4.04%), 호텔신라(3.59%) 순으로 나타났다. 상위 5개 종목 중 1~3위가 모두 이차전지·반도체 관련주로 투자자들이 이들 업종에 대한 주가 하락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음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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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매도는 주가 하락을 예상하고 주식을 빌려 판 뒤, 주가가 떨어졌을 때 같은 수량의 주식을 사들여 되갚으며 차익을 실현하는 투자 방식이다. 공매도 순보유 잔고는 아직 상환하지 않은 공매도 물량을 의미하며 잔고 비중이 높을수록 해당 종목에 대한 주가 하락을 전망하는 투자자가 많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시장에서는 이차전지·반도체 관련주에 공매도 물량이 집중되는 원인으로 미국의 고율 관세 부과 가능성을 꼽고 있다. 미국과의 무역 긴장이 고조되면서 수출 의존도가 높은 이차전지·반도체 등 중간재 품목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공매도 증가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한국의 대미 수출액은 622억달러에 달했다. 미국은 총 수출의 18.6%를 차지하며 중국(18.1%)을 제치고 최대 수출 대상국으로 올라섰다. 이 가운데 중간재 수출액은 331억달러로 전체 대미 수출의 절반 이상(53.2%)을 차지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차전지·반도체에 대한 공매도 잔고 증가가 단기적 현상에 그칠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이경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주주환원 정책이 이뤄질 것이라고 가정했을 때 배당에 대한 기대감과 인덱스 기반 상승세가 지속될 경우 공매도 잔고는 빠르게 감소할 수 있다"며 "최근 이차전지와 삼성전자 주가 급등을 통해 그런 현상을 유추해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오는 8월 1일부터 한국산 제품에 대해 25%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통보한 바 있다. 현재 미국은 자동차(25%)와 철강·알루미늄(50%)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한 한국산 제품에는 기본 관세율 10%를 적용하고 있다.
rkgml92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