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대, 7일 '정부조직 개편안' 발표
행정 권력 지형 개편…기재부 분리 등
관가 불안 고조…부처 갈등·비효율 우려
부처 간 협력 메커니즘 작동법 고민 필요
[세종=뉴스핌] 김기랑 기자 = 이재명 정부의 조직 개편안이 공개되자 세종 관가가 술렁이고 있다. 정부는 이번 개편이 '일 잘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기 위함이라고 설명했지만, 정작 청사 안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다르다. 효율보다 혼선을, 혁신보다 갈등을 먼저 떠올리는 분위기다. 권한을 나누고 위상을 재편하는 과정이 자칫 부처 간 힘겨루기와 행정 비효율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불안이 곳곳에 스며 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정부·대통령실(당·정·대)은 지난 7일 '정부조직 개편안'을 발표하고, 정부조직법 등 관련 법률 개정안이 공포되는 즉시 개편을 단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개편안에 따라 현행 '19부·3처·20청·6위원회'는 '19부·6처·19청·6위원회'로 바뀌게 된다. 당·정·대는 부처의 명칭과 소속, 권한 등을 전면적으로 개편해 행정부의 권력 지형을 다시 짜겠다는 청사진이다.
기획재정부는 이번 조직개편에서 1순위로 언급된 당사자다. 기재부는 이름을 '재정경제부'로 바꾸고, 예산 기능을 국무총리실 산하에 신설될 '기획예산처'로 넘겨야 한다. 세제·국고와 경제 정책 기능은 남지만, 국가 재정 운용의 심장인 예산권이 빠져나가면서 컨트롤타워 위상에 균열이 생겼다. 세종 관가에서는 '예산 없는 경제부총리는 간판만 남는다'는 말이 공공연하다. 정책과 예산이 따로 놀지는 않을지, 정책 무게추가 어느 한쪽으로 쏠리지는 않을지 관가의 시선이 집중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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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부 김기랑 기자 |
반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표정이 밝다. 이번 개편을 통해 '과기부총리' 신설이 확정되며 위상이 한 단계 올라갔기 때문이다. 내부에서는 과학기술이 드디어 국정의 중심에 섰다는 자부심이 감돈다. 그동안 경제부총리와 사회부총리 사이에서 상대적으로 존재감이 약했다는 평가를 만회할 기회로 보는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부총리 타이틀만 달라진다는 냉소도 나온다. 제도적 위상 강화가 곧 정책 영향력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라는 견해다.
환경부도 이번 개편에서 한층 커진 역할을 맡게 됐다. 산업통상자원부 소관이던 에너지 정책을 넘겨받아 '기후에너지환경부'로 확대 개편되는 것이다. 정부는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 전환을 한 축에서 다루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입장이지만, 세종 관가의 반응은 엇갈린다. '환경부가 힘을 키웠다'는 평가가 있는 반면, 에너지 정책과 산업 정책이 따로 흩어지면 조율 과정이 더 복잡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관료들 사이에서는 탄소중립과 원전, 재생에너지 같은 굵직한 현안을 어디서 어떻게 조정할지가 더 어려워졌다는 말이 돌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이번 조직개편 방안에 직접 포함된 건 아니지만, 이미 이전이 확정된 부처라는 점에서 관가 안팎의 체감도는 더 선명하다. 해수부 본부를 부산으로 이전한다는 결정이 내려지자, 내부에서는 주류에서 밀려난다는 위기감이 번지기 시작했다. 세종에 있어야 국정 흐름과 긴밀히 연결된다는 인식이 강한 만큼, 정책 영향력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가장 크다. 부처 지방 이전을 지역 균형발전의 성과로 설명하는 정부의 논리와 달리, 실제 공무원들의 체감은 중앙 무대에서 멀어진다는 상실감에 가깝다.
관가에서 만나는 공무원들이 전하는 얘기는 솔직하다. "예산 빠진 기재부는 힘이 반토막 날 것", "이제 실세는 과기부와 환경부", "해수부는 사실상 부산 부처" 등의 자조와 우려 섞인 목소리들이 흘러나온다. 정부가 강조한 조직개편의 취지가 미래 대응과 업무 효율화임에도 불구하고, 실제 일선에 있는 관료들의 체감은 각 부처들이 가진 권한과 위상의 재편이다. 정부가 내세운 '일 잘할 수 있는 구조'라는 설명과는 다른 결이다.
이재명 정부가 강조하는 개혁의 명분이 부처 간 갈등과 비효율로 흐르지 않으려면, 무엇보다 정책의 속도와 무게를 어떻게 살려낼지에 대한 답을 내야 한다. 결국 정책의 성패는 조직 구조보다 현장을 움직이는 사람에게 달려 있다. 개편이 명분을 넘어 성과로 이어지려면, 권한 조정의 기술적 설계뿐만 아니라 부처 간 협력 메커니즘을 어떻게 작동시킬지도 분명히 해야 한다. 지금 흐르는 세종 관가의 불안한 기류는 조만간 새로운 조직 체계를 맞이할 정부의 첫 숙제로 떠오르고 있다.
r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