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켈 제련소 7000억 투자, 연평균 1800억 수익 전망
MHP 확보로 원가 경쟁력 강화…양극재 가격 20~30% 인하 목표
"안주하면 사라진다" 위기 인식 속 과감한 결단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지난해 사면 이후 경영 일선에 복귀한 이동채 에코프로 창업주(현 상임고문)의 승부수가 인도네시아에서 본 궤도에 올랐다. 니켈 제련소 투자를 앞세운 과감한 행보가 원자재 안정 확보와 가격 혁신으로 연결되면서 이차전지 불황을 버틸 새로운 동력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에코프로는 이달 중순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섬 내 4개 제련소(QMB·메이밍·ESG·그린에코니켈)에 약 7000억 원을 투자해 지분을 확보했다. QMB와 메이밍에 각각 9%, ESG에 10%, 그린에코니켈에는 38%를 출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투자를 통해 연간 2만5800톤 규모의 니켈 중간재(MHP)를 안정적으로 수급하게 됐으며, 이는 전기차 약 60만 대를 생산할 수 있는 물량이다.
![]() |
이동채 에코프로 창업주가 지난 3월 6일 열린 '인터배터리 2025'에서 에코프로 부스를 방문해 전시관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에코프로] |
MHP(Mixed Hydroxide Precipitate)는 니켈·코발트 혼합수산화물로, 제련 과정에서 생산되는 핵심 중간재다. 니켈 금속보다 저렴하면서도 배터리 전구체 생산에 바로 투입할 수 있고, 코발트 성분까지 함께 함유돼 있다. 특히 니켈 함량이 80% 이상인 고니켈(High-Nickel) 양극재 제조에 적합해, 긴 주행거리를 요구하는 전기차 시장에서 반드시 필요한 원료로 꼽힌다.
양극재는 배터리 4대 소재(양극재·음극재·전해질·분리막) 가운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양극에서 전자를 주고받으며 배터리의 용량과 성능을 결정하고, 전체 원가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한다. 니켈·코발트·망간을 조합한 삼원계 양극재는 전기차 주행거리와 출력 향상에 직결되기 때문에 원재료 확보가 곧 경쟁력으로 이어진다.
이번 투자로 에코프로는 원자재 단계부터 주도권을 확보했다. 특히 그린에코니켈은 에코프로머티리얼즈(28%)와 지주사 에코프로(10%)가 합쳐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함에 따라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연결 자회사로 편입된다.
그린에코니켈은 이미 연간 매출 3500억 원, 영업이익 1000억 원 수준을 기록하는 우량 사업장으로, 에코프로머티리얼즈가 최대주주로 올라서면서 연결 실적에 반영될 예정이다. 에코프로는 올해부터 지분법 이익, MHP 판매 이익 등을 포함해 오는 2030년까지 연 평균 1800억 원의 이익을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에코프로는 1단계 성과를 기반으로 올해 말부터 2단계 사업인 인터내셔널 그린 산업단지(IGIP) 프로젝트를 본격 추진한다. 이 사업은 제련부터 전구체, 양극재, 배터리 셀 생산까지 원스톱 밸류체인을 구축하는 초대형 계획이다.
우선 약 500억 원을 투자해 제련소 합작법인 지분 20%를 확보하고, 완공 시 연간 6만6000톤의 MHP를 생산할 예정이다. 이후 추가 제련소 건설에서는 최대주주로 참여해 사업을 주도할 방침이다. 최종적으로는 제련–전구체–양극재–셀을 잇는 통합 라인을 통해 양극재 원가를 기존 대비 20~30% 절감하겠다는 목표다.
![]() |
에코프로가 투자한 인도네시아 제련소의 모습과 투자 현황 [사진=에코프로] |
업계에서는 이번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안착할 경우 에코프로의 글로벌 경쟁력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안정적인 니켈 원료 확보는 삼원계 양극재 가격 경쟁력의 핵심 요소이며, 통합 밸류체인은 물류·가공비 절감 효과까지 가져올 수 있다. 다만 니켈 가격 급락 등 원자재 시장 변동성이 수익성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된다.
이동채 창업주는 복귀 후 첫 과제로 해외 원자재 확보와 원가 경쟁력 회복을 앞세웠다. 인도네시아 제련소 투자는 단순히 수익을 위한 선택이 아니라 그룹의 생존 전략 차원에서 내린 결정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전기차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양극재 가격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원재료 단계까지 직접 통제하는 것은 장기적 경쟁 우위를 확보하는 핵심 수단으로 꼽힌다.
그는 지난해 복귀 직후인 10월 임직원들에게 "안주하면 3~4년 뒤 사라진다"는 메시지를 전하며 변화 없는 정체는 곧 도태라는 위기의식을 강조해 왔다. 업계 관계자는 "복귀 직후 단행된 인도네시아 투자와 밸류체인 확장 전략은 이러한 위기 인식이 구체적 실행으로 연결된 사례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sy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