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경 차관 불지르자 복기왕 의원 기름 부어
與서 이 차관 사퇴론 제기...與 여론 역풍 우려
[서울=뉴스핌] 이재창 정치전문기자 = 여권의 부동산 대책발 악재가 쌓이고 있다. 10·15 부동산 대책으로 서울 지역 거래가 90% 줄어드는 등 시장이 얼어붙고 실수요자들이 발을 동동 구르는 상황에서 민심에 불을 지르는 여권 고위 관계자들의 설화가 잇따르고 있다. 집값 안정을 위해 내놓은 부동산 대책이 정권의 리스크로 번지는 형국이다.
특히 부동산 규제를 주도한 정부 핵심 인사들의 갭투자 정황이 드러나고, 강남에 40억 원 안팎의 고가 아파트를 보유한 것으로 전해져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비판이 나오는 터라 여권은 역풍을 우려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세가 가팔라질 수 있다. 여당 일각에서 책임론까지 불거진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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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복기왕 더불어민주당 의원. 2024.09.25 pangbin@newspim.com |
더불어민주당 주택시장안정화 태스크포스(TF) 멤버인 복기왕 의원은 23일 YTN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15억 원 정도 아파트면 서민 아파트"라며 "그 이상 되는 주택은 욕망의 과정"이라고 말했다.
복 의원은 10·15 대책에 대해 "15억 원 정도 아파트면 서민들이 사는 아파트라는 인식들이 있지 않느냐"며 "15억 원 아파트와 청년 신혼부부 정책은 건드리지 않았다. 이분들을 대상으로 주거 사다리가 없어졌다는 비판은 실체 없는 공격"이라고 말했다.
복 의원의 발언은 10·15 대책에 대해 '주거 사다리 걷어차기'라는 야당 비판을 반박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정부가 15억 원이 넘는 아파트에 대해서만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2억~4억 원으로 줄였고 15억 원 이하 아파트는 기존 9·7 대책 때와 똑같이 6억 원으로 유지했다는 것을 강조하려는 의도였던 것으로 보인다. KB부동산 기준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14억 3621만 원이다.
이에 당장 야당에서 "그러니 민심과 동떨어진 10·15 대책을 내놓은 것이냐"는 비판이 나왔다.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15억 원짜리 아파트가 서민 아파트라니 이재명 정부에서는 중산층은커녕 서민이 되는 것도 힘들어져 버렸다"며 "집을 못 산 나는 민주당 기준에서 불가촉천민 정도 되려나. 안 그래도 집 못 사서 분통 터지는데 민주당이 작정하고 염장을 지른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하긴 수억 원씩 갭 투자해서 강남에 수십억 원짜리 아파트를 보유하신 '부동산 천룡인'들이 설계한 부동산 정책인데 최소 15억 원 정도 아파트는 있어야 서민으로 보일 만하다"며 "그러니 이따위 망국적 부동산 정책이 나오는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갭투자 의혹이 불거졌거나 40억 원 안팎의 고가 아파트를 보유한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억원 금융위원장, 이상경 국토교통부 차관 등 이번 부동산 규제를 주도한 정부 핵심 관계자들을 겨냥한 것이다.
김 실장은 서울 서초구 서초래미안 아파트(146㎡)를 보유하고 있다고 신고했다. 2000년 부부 공동명의로 극동아파트재건축 조합원 입주권을 4억 원대에 구입한 것이 서초래미안 아파트로 재건축됐고 현재 같은 평수는 30억 원 안팎에 거래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구 경제부총리와 이 금융위원장은 비슷한 시기 서울 개포동 재건축 아파트를 9억 원 안팎에 사서 수십억 원 대 시세 차익(평가익)을 봤다. 이 아파트가 재건축돼 현재는 40억 원 안팎에 거래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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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경 국토교통부 1차관 모습 [사진=국토부] |
이 차관은 배우자가 전세를 끼고 주택을 매매하는 사실상의 '갭 투자'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차관의 아내 한모 씨는 작년 7월 규제 대상인 경기도 성남시 백현동 판교푸르지오그랑블 전용면적 117㎡를 33억 5000만원에 샀다. 한 씨는 잔금일 이전인 10월 5일에 14억 8000만 원에 2년 전세 계약을 맺었다. 이 아파트 같은 평수는 40억 원 안팎에 거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이 차관은 지난 19일 유튜브 채널 '부읽남TV'에 출연해 "집값이 떨어지면 그때 사면 된다", "지금 사려니 스트레스" "어차피 기회는 다시 온다"는 발언을 해 실수요자와 무주택자, 청년층의 감정을 자극했다. 특히 그의 부인이 사실상 갭투자를 한 것으로 알려지자 '내로남불'이라는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이 차관이 이날 오전 "부동산 정책을 담당하는 국토교통부 고위 공직자로서 국민 여러분의 마음에 상처를 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기자회견이나 간담회가 아니라 유튜브 생중계를 통해서였다. 이 차관의 사과에도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민주당은 초비상이 걸렸다.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이 50% 아래로 내려간 것으로 나타난 조사까지 나왔다. 야당은 물론 여당 일각에서도 이 차관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더 이상 민심의 역풍을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박지원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나쁜 사람이다. 국민 비위를 상하게 그따위 소리를 하면 책임지고 사퇴하는 것이 좋다"며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도 해임(의견)을 김민석 국무총리한테 내는 것이 좋고 대통령은 무조건 책임을 물어서 내보내야 한다"고 문책론을 제기했다.
박 의원은 "차관은 미동도 안 한다. 오동잎 떨어지면 가을이 온 것을 알아야 한다. 당 최고위원이 사과하면 '내가 책임져야 하겠다' 알아야 한다. 특히 관리 출신 아니냐"며 "알면서도 '버티면 되겠다' 할 것이다. 저는 그거 아주 파렴치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 내에서도 일부 동조하는 분위기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의 지지율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의 국정 감사 출석 논란과 캄보디아 우리 국민 납치·구금 사건, 여당의 과도한 조희대 대법원장 공격 등 겹악재로 이 대통령 지지율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여기에 부동산 리스크가 최대 악재로 부상하면서 여론 악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를 계기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관세 협상이 원만히 타결될지 여부도 변수다. 다음 주가 여론 흐름의 중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leejc@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