印 5000억 달러 美 상품 구매는 '확약' 아닌 '의향'으로 수정
印 구매할 美 상품 목록에 '농산물' 제외...디지털 서비스세 철폐 문구도 삭제
[방콕=뉴스핌] 홍우리 특파원 = 미국과 인도가 무역 협정 체결에 합의한 가운데, 미국이 양국 무역 협상 결과물인 '팩트 시트(요약 보고서)' 일부 내용을 수정했다고 밝혔다.
인도의 관세 인하 대상 품목에서 '콩류'가 삭제되고, 인도의 '5000억 달러(약 726조 2500억 원)' 규모 미국산 제품 구매 등과 관련한 표현도 달라지면서, 미국이 발표했던 초기 합의안이 인도의 강력한 자국 산업, 특히 농업 보호 의지에 밀려 사실상 후퇴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인도와 미국은 지난 7일 공동 성명을 내고 관세 인하 및 경제 협력 심화 등을 골자로 한 잠정적 무역 협정 프레임워크(틀)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앞서 3일 인도와의 무역 협상 합의를 발표한 뒤 처음으로 공개한 합의 내용에 따르면, 미국은 대부분의 인도산 상품에 대한 관세율을 기존 50%에서 18%로 인하하기로 했고, 인도는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중단하고 무역 장벽을 낮추기로 했다.
11일(현지 시간) 인도 이코노믹 타임스(ET)에 따르면, 수정된 팩트시트에는 인도가 관세를 철회 또는 인하할 미국산 제품 목록에서 '콩류'가 삭제되고, "인도는 건조증류곡물(DDG)·적수수·신선 및 가공 과일·대두유·와인 및 증류주·기타 제품을 포함한 모든 미국산 공산품과 광범위한 미국산 식품 및 농산물에 대한 관세를 철폐 또는 인하할 것"이 담겼다.
콩류는 인도에서 정치·경제적으로 민감한 품목이다. 인도가 세계 최대 콩 생산국이자 소비국인 만큼 관련 정책이 농민 표심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미국 측의 콩류 삭제는 인도 측이 발표한 무역 협정의 농업 부문 내용과 궤를 같이하는 조치이기도 하다. 인도가 공개한 무역 협정의 농업 부문 관련 내용에 따르면, 콩류는 '고도로 민감한 분야'로 분류됐으며, 이번 협정에서 해당 품목은 관세 인하 없이 완전히 보호받는 상태로 남게 되었음이 명시되어 있다.

백악관은 또한 인도의 미국산 제품 구매 의무 조항도 대폭 완화했다. 기존의 "인도는 50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을 구매할 것(will purchase)"이라는 문구를 "구매할 '의사가 있다(intends to buy)'"로 수정함과 동시에 인도가 구매하기로 한 제품 목록에서 농산물을 제외했다.
당초 발표된 공동 성명에는 "인도는 향후 5년간 미국산 에너지 제품, 항공기 및 항공기 부품, 귀금속, 정보기술 제품, 코크스용 석탄 등을 5000억 달러어치 구매할 계획"이라고 언급됐다.
인도의 연간 예산 규모를 고려할 때 5000억 달러어치의 미국산 제품 구매를 '확약'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던 가운데, 인도 정부가 5000억 달러라는 막대한 구매액이 법적 구속력을 가진 '확약'이 아닌 '상업적 의지'임을 강조하며 수정을 요구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와 함께 디지털 서비스세 관련 내용도 달라졌다. 백악관은 앞서 "인도는 디지털 서비스세를 철폐하고, 차별적이거나 부담스러운 관행 및 기타 디지털 무역 장벽을 해소하는 강력한 양자 디지털 무역 규칙을 협상하기로 했다"고 밝혔지만, 현재는 인도의 디지털 서비스세 철폐 문구가 삭제되고 "인도는 강력한 양자 디지털 무역 규칙을 협상하기로 약속했다"로 수정됐다.
인도 정부는 수개월간의 협상 끝에 체결된 미국과의 이번 협정이 민감한 이익을 보호하고 노동집약적 산업에 큰 기회를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고얄 장관은 미국과의 무역 협정 관련 공동 성명 발표 직후 가진 의회 연설에서 "무역을 확대하는 동시에 농민과 취약 계층을 보호하는 것이 우리의 최우선 과제였다"며 "이번 협정은 인도의 농업, 낙농업 및 기타 주요 산업을 보호하는 '농민 우선' 협정"이라고 말했다.
hongwoori84@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