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공단 업무 중복수행...서울대공원-에버랜드도 하던 업무
'야생성 없는 산양 양산' 우려도
[세종=뉴스핌] 이동훈 기자 = 국립생태원이 멸종위기 야생생물 산양의 번식에 잇따라 성공했지만 양식에 가까운 형태의 번식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야생생물을 '고급 동물원'에서 보호하며 번식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그다지 놀라운 실적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국립생태원보다 앞서 산양의 종족번식을 하고 있는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실제 야생상태에서 진행하고 있다.
특히 야생성이 없는 이같은 형태의 번식은 에버랜드나 서울대공원처럼 공립-사립 동물원에서도 하던 일인 점을 감안할 때 국민 혈세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의 지나친 자화자찬이란 지적이 나온다.
11일 전문가들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립생태원이 최근 3년연속 성공한 산양의 번식은 다른 환경부 산하기관인 국립공원관리공단과의 중복된 업무인데다 일반 동물원에서도 하고 있는 일이라는 점을 볼 때 생태원의 과도한 업무확장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립생태원은 지난 2015년 설악산에서 구조된 암수 산양을 국립공원공단으로부터 2017년까지 이관받아 국립생태원 사슴생태원에서 번식을 연구하고 있다. 이들 산양은 이듬해인 2018년부터 매해 새끼를 낳아 번식에 성공했다.
천연기념물 제217호 토종동물인 산양은 개체수가 급감해 보호 필요성이 높은 동물이다. 이같은 번식 성공에 대해 국립생태원은 번식의 안정화를 위한 지속적인 서식 환경 개선에 대한 연구의 결과라고 평가했다. 경사가 심한 구릉지에 사는 산양의 특성을 고려해 돌로 만들어진 산을 형성하고 산양들이 숨을 공간을 마련하는 것과 노력으로 산양이 무난히 번식할 수 있었다는 게 생태원의 설명이다.
박용목 국립생태원장이 직접 나서 "산양 번식에 잇따라 성공한 것은 번식의 안정화를 위한 지속적인 서식 환경 개선에 대한 연구의 결과"라고 보도자료에서 밝혔다.
하지만 이같은 국립생태원의 홍보는 자화자찬 성격이 강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야생동물을 고급 동물원에 서식하게 하고 고도의 투자를 해 나온 성과라는 것. 산양이 번식에 성공한 국립생태원 사슴생태원은 일반 동물원에도 있는 비공개 동물원이다. 이 때문에 천적이 없고 국립생태원이 설명하는 '서식지 파괴'로부터도 보호된다.
다만 원장이 직접 말한 '지속적인 서식환경 개선'은 조경에 가까운 인공 돌산을 조성한 것 말고는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산양은 해발 500미터가 넘는 급경사지에 서식한다. 국립생태원은 이를 본따 인공돌산을 조성했다고 설명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3년 연속 번식에 성공했다는 것은 분명 실적이라고 볼 수 있지만 일반 대형 동물원도 생태원처럼 국민 혈세를 투입해 투자를 할 수 있다면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서울시 산하기관인 서울대공원도 지난해 산양 번식에 성공했으며 민영 동물원인 에버랜드도 국립생태원보다 훨씬 앞서 산양 종보전사업을 벌이고 있다. 사실 국립생태원의 주요 업무가 동물원과 대형 아쿠아리움(수족관)을 조성해 전시·관람이다.
[세종=뉴스핌] 이동훈 기자 = 국립생태원이 산양 번식을 위해 조성한 돌산 [사진=국립생태원] 2020.06.11 donglee@newspim.com |
더욱이 야생상태 산양의 종족번식은 지금까지 국립공원관리공단이 해왔던 업무라는 점에서 국립생태원이 또다시 산양 번식을 추진하는 것은 중복 업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립공원공단 산하 기관인 국립공원생물종보전원은 설악산과, 오대산, 월악산 등에서 야생상태의 산양을 복원하기 위한 연구를 이미 진행하고 있으며 지난해 서울대공원이 번식에 성공한 산양과 국립생태원의 산양도 모두 국립공원공단이 기증한 개체들이다.
물론 국립생태원도 멸종위기종복원센터에서 멸종위기 야생생물의 보전, 증식 및 복원에 관한 사업을 할 수 있다. 다만 굳이 국립공원공단이 하고 있으며 민영 동물원도 할 수 있는 산양 복원을 굳이 국민혈세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이 중복으로 할 필요는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 들어 지난 2017년 본격 운영되기 시작한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는 2018년 경북 영양군 영양읍에 시설을 준공한 후 멸종위기 야생생물 복원에 나서고 있다. 당시 멸종위기종복원센터는 수달, 금개구리, 참달팽이 등의 종복원을 진행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중복된 업무를 하는 것에 대해 국립생태원은 산양을 번식해 새끼 양을 애초 데려온 설악산으로 국립공원관리공단에 이관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렇게 되면 야생성이 떨어진 산양이 야생 환경에서 적응할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야생 동물을 야생 상태에서 번식하지 않고 동물원을 만들어 번식에 성공한 후 이를 홍보하는 것은 과장된 자화자찬이라 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필요성이 크지 않은 사업을 벌여 세를 불리려는 공기업 방만경영의 일환이라고도 볼 수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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