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영상 금융

속보

더보기

[영상] ①애플, 주식투자자의 흔한 고민…삼성전자 사? 애플 사?

기사입력 :

최종수정 :

※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더 작게
  • 작게
  • 보통
  • 크게
  • 더 크게

※ 번역할 언어 선택

미국 1등 애플과 한국 1등 삼성전자…실적은?
한국인의 삼성전자와 애플 주식 투자금액은?
스마트폰 판매량 1등은 삼성, 마진율 1등은 애플
해외주식 양도세율 22% 감안하면 삼성전자 유리?

[서울=뉴스핌] 한태봉 전문기자 = 한국은 왜 미국과 달리 애플의 아이폰 사용자수가 적을까? 한국인들은 한국기업인 삼성전자의 갤럭시 폰을 더 선호하기 때문이다. 스탯카운터(Statcounter)가 분석한 2022년말 기준 한국의 '스마트폰 점유율'은 삼성이 62.8%, 애플이 31.0%다. 반면 미국은 애플이 55.9%, 삼성이 29.8%다. 결론적으로 미국은 애플, 한국은 삼성의 스마트폰 선호도가 더 높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도 젊은 층을 중심으로는 아이폰 점유율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갤럽의 '2023 스마트폰 사용률&브랜드' 조사에 따르면 국내 18~29세의 애플 아이폰 사용률은 전년도의 52%에서 13%포인트 증가한 65%를 차지했다. 반면 삼성 갤럭시 사용율은 전년도의 44%에서 12%포인트 감소한 32%에 그쳤다. 인구구조상 18~29세의 비중이 높지는 않지만 장기적으로 애플의 점유율은 한국에서 좀 더 늘어날 여지가 있어 보인다.

시가총액으로 따져보면 어떨까? 2023년 7월말기준 애플주식의 시가총액은 3,700조원(3조890억달러)으로 미국 1위이자 세계 1위다. 반면 한국 1위 기업인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464조원(보통주+우선주 합산)에 불과하다. 격차가 무려 8배에 달한다. 그렇다면 애플과 삼성전자 중 한국에서 인기 있는 주식은 뭘까?

재미있는 사실은 한국인들의 주식 선호성향 역시 스마트폰 선호성향과 비슷하다는 점이다. 애플 주식보다 삼성전자 주식을 월등히 더 선호한다. 이유가 뭘까? 익숙함이다. 심리적 접근성 측면에서 애플보다 삼성전자가 훨씬 더 가깝다. 미국 주식에 대한 접근성 또한 과거보다 좋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한국 주식과의 접근성에는 비교할 수 없다. 

개인투자자들은 지난 2년7개월간 섬성전자 주식과 애플 주식을 얼마나 사들였을까? 한국 개인투자자들은 2021년도에 삼성전자 주식을 무려 31조원 넘게 순매수 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애플주식 순매수 금액은 9,240억원에 그쳤다. 격차가 무려 30배가 넘는다. 2022년도에도 삼성전자 주식은 16조원 넘게 순매수했지만 애플 주식 순매수 금액은 5,940억원에 불과하다. 여전히 30배 가까운 격차를 유지했다.

결론적으로 한국인들은 삼성전자와 애플 주식 중 뭘 살지 크게 고민하지 않는다. 그냥 삼성전자를 사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대신 한국 투자자들은 매도할 때도 화끈한 모습을 보여준다. 삼성전자에 대한 한국인들의 애정이 식은 건 2023년에 들어서면서 부터다.

오랜 기간 눌려 있던 삼성전자 주가가 간신히 7만원을 회복하면서 한국 개인투자자들의 매도러시가 이어졌다. 연초 이후 7개월간 무려 -10조5,818억원을 폭풍 매도하며 변심하는 모습을 보였다. 같은 기간 애플 주식도 -7556억원을 매도했지만 규모 자체는 삼성전자가 압도적으로 크다.

정리해보면 지난 2년7개월간 한국 개인 투자자들은 삼성전자를 36조6,113조원 순매수했다. 반면 애플 주식의 순매수금액은 1조원에도 못 미치는 7,624억원에 불과했다. 누적 순매수금액 격차가 무려 47배다. 한국의 투자자들은 정말로 삼성전자 주식의 미래를 애플 주식보다 더 밝게 보고 있었던 걸까?

 

그렇다면 실제 투자수익률은 어땠을까? 삼성전자 주식 매수세가 본격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했던 2020년말에 삼성전자 주가는 81,000원이었다. 그로부터 2년7개월이 지난 2023년7월말 삼성전자의 주가는 69,800원에 불과하다. -14%라는 부진한 수익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애플 주식은 131달러에서 196달러까지 치솟아 50%라는 양호한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 한국인의 삼성전자와 애플 주식 총 보유 금액은?

한국 개인투자자의 삼성전자 총 보유금액도 확인할 수 있을까? 2022년말 기준 삼성전자의 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약 21%다. 그 외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공단(7.5%)과 블랙록 펀드(5%)가 있다. 나머지 지분율 1%에 미달하는 소액주주들이 보유한 주식수가 약 40억만주에 달한다.

소액주주 비중은 66.9%다. 이 수치를 2023년7월말 시가총액 464조원에 대입해보면 소액주주들의 보유금액은 약 320조원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지분율이 1% 미만이라고 해서 사회통념상의 소액주주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지분율 1%면 무려 4조원이다. 웬만한 기관투자자들도 1%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기 어려운 구조다.

따라서 실제 개인투자자들의 삼성전자 주식보유액을 정확히 확인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소액주주 인원이 얼마나 되는지는 알 수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이 발표한 '2022년12월 결산 상장법인 주식 소유자 현황'에 따르면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한 소액 주주수는 무려 638만명에 달한다. 국민주란 바로 이런 것이라는 걸 확실히 보여주는 회사가 삼성전자다.

그런데 한국인들의 삼성전자 사랑은 좀 유별나 보인다. 4년전인 2019년말까지만 해도 삼성전자의 주주 수는 고작 57만명에 불과했다. 그런데 4년만에 무려 581만명이 증가한 638만명이 됐다. 주주수가 11배 넘게 급증한 셈이다. 주주수가 급격히 늘어난 가장 큰 이유가 뭘까?

2018년에 실시한 삼성전자의 50대 1 액면분할 덕분이다. 액면가 5,000원의 주식이 100원으로 뚝 떨어지면서 250만원이던 주가가 5만원까지 낮아졌다. 개인투자자들이 투자하기에 부담 없는 가격대가 된 셈이다. 액면분할은 한국 개인투자자 총 1,424만명 중 45%인 638만명이 삼성전자 주식에 투자하는 계기가 됐다.

그런데 아무리 그래도 쏠림이 너무 심하다. 주식 보유자수 2위를 기록한 카카오와 비교해 봐도 무려 3배를 훌쩍 뛰어넘는다. 혹시 한국인들이 삼성전자 주식을 이렇게도 선호하는 근본적인 또 다른 이유가 있는 걸까? 지난 16년간 꾸준히 배신당해온 한국 주식시장의 역사 와도 관련이 깊다. 한국증시는 지난 16년간 변동성은 높지만 먹을 건 별로 없는 시장으로 악명이 높았다.

2007년도의 코스피 최고점은 2,080포인트다. 하지만 그로부터 16년이 지난 2023년7월말 기준 코스피지수는 여전히 2,600포인트에 불과하다. 16년간 누적상승률이 고작 25%에 불과하다. 연 평균 1.6%의 초라한 상승률이다. 은행예금 금리보다도 못하다. 이런 횡보장세가 지속되면서 학습효과를 얻은 한국인들의 국내 주식 투자방식은 크게 2가지로 나뉘게 됐다.

첫번째 방식은 전통적인 장기투자 방식을 버리고 한국증시의 변동성에 맞춰 트레이딩을 지속해 수익을 추구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잘 맞추면 엄청난 수익을 낼 수 있지만 잘못 맞출 경우 엄청난 손실을 보게 된다. 일례로 코스닥시장에서 개인투자자 보유순위 3위에 랭크된 '에코프로비엠'의 올해 수익률은 한 때 5배가 훌쩍 넘었다. 반면 1위에 랭크된 '카카오게임즈'의 최고점 대비 하락률은 -70%가 넘는다. 천당과 지옥의 대표적 사례다. 어쨌든 맞추면 대박이고 틀리면 지옥이다.

두번째 방식은 애매한 대형 우량주에 대한 관심을 끊고 삼성전자 같은 초 우량 1등 주식에만 장기 투자하는 방식이다. 아예 자식 명의로 주식을 사 주기도 한다. 한국에서 10년 이상 장기 투자할 종목은 그동안의 경험으로 볼 때 정말 몇 개 안된다. 한국 투자자들이 장기 투자할 종목으로 점 찍었다가 결국 배신당한 종목이 한 두개가 아니다. 결국 가장 믿을만한 주식이 삼성전자이다 보니 이렇게 삼성전자 쏠림 현상이 생겼다고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미국 1위이자 세계 1위 애플주식을 한국인들은 총 얼마나 보유하고 있을까? 6조6천억원에 불과하다. 삼성전자 보유금액과 비교해보면 지분율 1% 미만의 소액투자자 보유 기준으로는 약 320조원, 개인투자자의 경우 보수적으로 절반만 추정해도 160조원은 넘을 것으로 보여 격차가 무려 25배 차이나는 수준이다.

 

또 최근 들어 현금흐름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높은 배당수익률을 따져 보는 투자자들도 늘어나고 있다. 한국 1등 기업인 삼성전자의 연간 배당수익률은 2%로 상당히 양호하다. 저금리 시절의 은행금리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반면 미국 애플의 경우 연간 배당률이 0.48%에 불과하다. 삼성전자가 현금흐름 측면에서 월등히 유리해 보인다. 하지만 이게 다일까?

여기서 중요한 건 삼성전자를 매수하는 투자자들의 대부분은 공격적 성향이라기 보다 안정적 성향이라는 사실이다. 공격적 성향의 투자자들은 느리고 지루한 삼성전자 주식보다는 2차전지 관련 주식 같이 변동성 높고 고수익이 기대되는 테마 주식에 투자하는 경우가 더 흔하기 때문이다.

이제 근본적인 질문으로 넘어가 보자. 주식에 투자하는 가장 큰 이유는 돈을 벌기 위해서다. 따라서 투자수익률 관점에서 다시 생각해 보면 한국인들은 애플과 삼성전자 중 지금처럼 삼성전자 주식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게 더 맞는 방향인 걸까? 냉정히 판단했을 때 2개의 주식 중 어떤 주식에 투자하는 게 장기적인 관점에서 더 유리할까?

 

◆ 12년 전…'스티브 잡스'가 없는 애플은 이제 끝이다?

지금으로부터 12년 전인 2011년 10월 5일, IT산업의 혁명인 '아이폰'을 만들어 냈던 불세출의 천재 '스티브 잡스'의 타계사실이 전 세계에 알려졌다. 병명은 췌장암. 불과 56세의 젊은 나이라 더욱 안타까움이 컸다. 스마트폰을 통해 인류의 삶을 완전히 바꿔버린 '혁신의 아이콘' 잡스의 죽음에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애도를 표했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IT계의 전설이 된 스티브 잡스가 사망 50일 전에 새로 임명한 '애플'의 수장 '팀 쿡'에게 쏠렸다. '스티브잡스'는 왜 '따분한 살림꾼'으로 평가받던 '팀 쿡'을 차기 CEO로 임명한 걸까? 이번에도 과연 스티브 잡스가 옳은 걸까? 여러 의견들이 있었지만 일반적인 대중들의 평가는 단호했다. "스티브 잡스가 없는 애플은 이제 끝이다!"

◆ '팀 쿡' 임명한 잡스… 죽은 제갈량이 '삼성' 물리치는 격?

하지만 대중들의 전망은 완벽하게 틀렸다. 지나고 보니 역시 '스티브잡스'가 옳았다. 그로부터 12년이 지난 2023년 현재 애플 시가총액은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스티브 잡스'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뒤 지난 12년간 도대체 '애플'과 '팀 쿡'은 무슨 일을 한 걸까? 먼저 지난 12년간 '애플'의 경이적인 실적 변화를 살펴보자.

 

스티브 잡스가 사망할 당시인 2011년의 훌륭했던 애플 실적이 계속 유지될 거라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 당시 영업이익 41조원(338억달러)은 이미 어떤 회사도 넘볼 수 없는 이익 규모였다. 하지만 새로운 CEO 팀 쿡이 애플을 맡은 뒤 11년이 지난 2022 회계년도의 영업이익은 143조원(1,194억달러)으로 3.5배 급증했다.

단 1개의 기업이 143조원라는 경이적인 영업이익을 낼 수도 있다는 걸 몸소 보여준 애플에 전 세계 투자자들은 경악했다. 매년 엄청난 현금이 고스란히 애플 내에 쌓여 가고 있다. 시장 참여자들은 이 놀라운 실적증가를 마침내 현실로 인정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11년동안 애플 주가는 무려 15.8배 폭등했다.

하지만 이 모든 걸 다 '팀 쿡'의 공이라고 할 수는 없다. 스티브 잡스는 마치 '죽은 제걀량이 살아있는 사마의를 물리친 것'처럼 그 당시 애플을 빠른 속도로 추격하던 유일한 맞수 삼성전자를 물리칠 '비장의 카드' 3개를 숨겨 놓았다.

첫째는 '명품 이미지', 둘째는 'iOS 운영체제'를 통한 서비스 분야 확대, 셋째는 '웨어러블 기기'의 '장기 성장계획'이었다. 애플은 스티브잡스가 사망하기 전에 만들어 놓은 '비장의 카드' 3가지를 차근차근 실현하며 전진해 왔다. 그래서 '명품 이미지'와 'iOS 운영체제'와 '웨어러블 장기계획'이 없는 3무 상태에서 빠른 속도만으로 추격전을 벌인 삼성전자를 멀찌감치 따돌렸다.

단순히 스마트폰 판매량 순위로 보면 삼성전자가 글로벌 1위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이익 점유율 기준으로 따져보면 애플과 삼성전자 간의 격차는 상당히 크다. 물론 삼성전자는 세계 1위의 반도체 회사다. 애플의 주력인 스마트폰 분야만으로 삼성을 단순 비교하는 건 옳지 않다.

애플 역시 급할 때마다 삼성의 디스플레이에 손을 내민다. 게다가 삼성은 애플이 스마트폰으로 돌풍을 일으키던 시기에도 유일하게 애플과 대등하게 맞서는 슈퍼파워를 보여준 회사다. 그 당시 천하를 호령하던 휴대폰 제조사인 노키아, 모토로라, 소니에릭슨, LG는 모두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상당한 내상을 입었다.

삼성은 스티브잡스가 없던 2012년에는 스마트폰 점유율 30%를 달성하며 점유율 20%에 불과했던 애플을 역전한 한국 최고의 기업이다. 하지만 현재 스마트폰 분야에서만큼은 삼성이 애플을 뛰어넘었다고 인정하는 전문가는 없다. 이는 여러 가지 수치로 명확하게 확인된다. '죽은 스티브잡스가 살아 있는 삼성을 이겼다'는 표현이 나오는 이유다.  

그렇다고 이 모든 공이 스티브 잡스의 것만도 아니다. 스티브 잡스 사후에 애플을 이끌어 온 팀 쿡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그렇다면 잡스 이후 팀 쿡은 지난 12년간 어떻게 거대기업 애플을 바꾸어 놓았을까? 팀 쿡의 필살기는 뭘까? 바로 창의적인 웨어러블(IT 기기를 사용자 손목 등 몸에 지니고 다닐 수 있는 기기로 만드는 기술) 시리즈다.

스티브잡스의 최초 구상을 뛰어넘는 독창적인 웨어러블 시리즈는 애플의 아이폰과 유기적으로 연동되며 애플을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만드는 데 기여했다. 애플의 대표적인 웨어러블 기기로는 '애플 워치'와 '무선 에어팟'을 들 수 있다. 그리고 2024년 출시를 예고한 MR 헤드셋 '비전 프로'도 장기적으로는 기대되는 웨어러블 기기다. 

 

◆ 삼성전자 매출액이 애플보다 높았다고?

재미있는 사실이 있다. 믿어지지 않겠지만 11년전에는 애플보다 삼성전자의 매출액이 더 높았다. 잡스 타계 시점인 2011년으로 다시 돌아가보자. 애플의 2011년 회계연도 매출액은 130조원, 삼성전자의 매출액은 165조원이다. 오히려 매출액은 삼성전자가 애플을 압도했다.

물론 이 당시에도 영업이익은 애플이 41조원, 삼성전자가 16조원으로 애플이 2.5배 많았다. 어쨌든 영업이익은 애플이 우위였지만 지금처럼 격차가 크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잡스가 타계하고 팀 쿡이 CEO를 맡은 지도 벌써 12년이 지났다. 그 후 애플의 실적은 어떻게 변했을까?

투자자들의 우려와 달리 오히려 애플은 더 성장했다. 무려 3,660조원(3조500억달러)의 압도적인 시가총액(2023년6월말 기준)을 기록하며 1위를 달리고 있다. 전 세계 증시 역사상 처음으로 3조달러의 벽도 넘어섰다. 반면 한국 증시의 전체 시가총액은 2,453조원(코스피2,035조원+코스닥418조원)으로 애플 1개 종목의 3분의2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한국 1위인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얼마일까? 삼성전자의 2023년 실적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특히 2023년은 이례적으로 부진한 해였으므로 이를 기준으로 삼으면 데이터가 왜곡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실적 확정치가 공개된 2022년의 실적으로 삼성전자가 얼마나 성장했는지를 살펴보자.

삼성전자의 연간 매출액은 2011년의 165조원에서 11년뒤인 2022년에는 302조원으로 1.8배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16조2천억원에서 43조4천억원으로 2.7배 급증했다. 주가 또한 21,160원에서 69,800원으로 3.3배 증가했다. 폭발적인 성장은 아니지만 한국 1등 주식 답게 꾸준하게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아쉬운 점은 미국 1등 주식인 애플과의 영업이익 격차는 더 크게 벌어졌다는 점이다.

◆ 삼성전자의 주요 사업별 실적 체크

삼성전자의 사업보고서를 일반인의 관점으로 살펴보면 어려운 용어가 많이 나온다. 그래서 기본지식이 없는 투자자들은 사업보고서를 읽고 혼란에 빠질 수도 있다. 삼성전자의 사업보고서를 간단히 요약 정리하면 주력 분야는 크게 반도체,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가전, 자동차 전자장비 등 5개 부문이 중심축이다.

사업보고서 상에는 훨씬 난해하게 DS, MX/네트워크, SDC, VD/가전, 하만(Harman) 등으로 표기돼 있다. 실제 영위하는 복잡한 사업부문의 이름을 정확히 표기했기 때문이다. 또 특이한 점은 삼성전자가 명백한 수출기업이라는 사실이다. 국내사업 매출은 16%에 불과한데 비해 해외사업 매출 비중이 무려 84%에 달한다.

삼성전자의 총 매출액은 2020년에 236조원, 2021년에 279조원, 2022년에는 302조원으로 꾸준히 증가해 왔다. 이 중 매출 비중이 가장 높은 분야는 스마트폰 사업이 주력인 'MX/네트워크 분야'로 전체 매출 중 40%의 비중을 차지한다. 두번째로 매출 비중이 큰 분야는 반도체 사업이 주력인 'DS 분야'로 33%의 비중이다. 이 2개가 삼성전자의 원투 펀치다.

그 외에도 디스플레이 사업이 주력인 'SDC분야'의 매출비중이 11%, 가전 사업이 주력인 'VD/가전 분야'가 20%의 매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2016년에 삼성 M&A 역사상 가장 큰 금액인 9조6천억원(80억달러)에 인수한 자동차 전자장비업체 '하만'의 매출비중은 아직 4%에 불과하다. 하지만 꾸준히 매출이 늘어나고 있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삼성전자의 총 영업이익은 2020년의 36조원에서 2021년에는 51조원으로 전년대비 42% 급증한 사상 최대실적을 보였다. 하지만 이후 메모리반도체 가격이 급격히 조정 받으면서 2022년에는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16% 감소한 43조원을 기록했다.

전체 영업이익 중 가장 높은 55%의 비중을 기록한 분야는 반도체 사업이 주력인 'DS분야'다. 두번째로 비중이 높은 분야는 스마트폰 사업이 주력인 'MX/네트워크 분야'로 전체 영업이익 중 26%의 비중을 차지했다. 디스플레이 사업이 주력인 'SDC 분야'는 14%의 비중을 차지했다. 반면 'VD/가전 분야'의 비중은 3%에 불과하다.

삼성전자의 영업마진은 제조업 치고는 상당히 높은 편이다. 2021년에 전사 영업마진이 무려 18.5%를 기록했다. 하지만 2022년에는 14.4%로 뚝 떨어졌다. 주요 사업별 마진율을 살펴보면 역시 반도체가 주축인 'DS 부문'이 24.2%로 가장 높은 마진율을 보였다.

애플의 아이폰과 경쟁하는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이 주력인 'MX/네트워크 부문'의 마진율은 9.4%로 한자리수에 불과하다. 삼성전자가 늘 애플보다 많은 스마트폰을 판매함에도 불구하고 마진율에서는 큰 폭의 격차를 보이고 있다는 점은 분명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다. 다행히도 디스플레이 사업이 주력인 'SDC 부문'의 마진율은 2022년도에 더 높아져 17.3%를 기록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TV, 에어컨 등의 가전분야가 주축인 'VD/가전 부문'의 터무니없이 낮은 마진율이다. 부피가 큰 TV, 냉장고, 에어컨, 세탁기 등의 가전제품은 보기만 해도 높은 마진을 누릴 것 같다. 하지만 2022년 기준 2.2%라는 최악의 마진율을 기록했다.

'VD/가전 부문'의 매출액이 60조원을 넘는 것에 비하면 1조3천억원의 영업이익은 초라하기까지 하다. 가전 경쟁회사인 LG전자의 전체 영업이익률도 4.3%에 불과하지만 삼성전자보다는 2배 높은 마진율을 보이고 있다. 앞으로도 가전 분야는 격화되는 경쟁으로 인해 영업이익에 크게 기여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렇다면 애플의 마진율은 어떨까? 애플의 2022년 전사 마진율은 무려 43.3%를 기록했다. 삼성전자의 전사마진율 14.4%로 비교하면 무려 3배에 달한다. 애플의 서비스 마진율이 71.7%라는 경이적인 수준이기에 가능한 수치다. 서비스에는 원가가 거의 들어가지 않기 때문이다.

비현실적인 서비스 마진율을 제외하고 애플의 제품 마진율만 따로 떼 놓고 보면 어떨까? 제품 마진율도 36.3%다. 삼성전자 전사 마진율 24.2%보다 12%가 높은 수치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분야인 'MX/네트워크 부문' 마진율 9.4%와 비교해 보면 격차가 거의 4배 수준이다. 이게 바로 애플의 힘이다. 애플이 스마트폰 전체 판매량에서 삼성에게 밀려도 압도적으로 높은 이익을 달성하는 비밀이기도 하다.

◆ 삼성전자가 애플보다 부족한 딱 1가지는?

삼성전자와 애플을 단순비교 했을 때 삼성전자가 애플보다 부족한 부분으로는 어떤 게 있을까? 앞에서 지적했던 낮은 마진율과 하드웨어 대비 취약한 소프트웨어 분야다. 애플은 iOS라는 강력한 스마트폰 운용체제를 갖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의 타이젠은 수많은 도전에도 불구하고 스마트폰 운용체제 시장 진입에 실패했다. 결국 타이젠은 안드로이드와 iOS의 양강 구도를 극복하지 못했다.

하지만 주식투자자 입장에서는 더 심각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 바로 너무나도 높은 삼성전자의 이익변동성이다. 지난 12년간 애플의 영업이익은 꾸준히 성장해 왔다. 반면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들쭉날쭉하다. 삼성전자의 주력 사업인 반도체 부문은 시황산업이다. 이는 반도체 업황이 안 좋을 경우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감소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1등 주식은 최고의 수익률을 주지는 않지만 변동성이 작은 게 장점이다. 그런데 영업이익이 흑자와 적자를 오가며 널뛰면? 상당한 마이너스 요인이 된다. 삼성전자와 애플의 사업구조는 엄연히 다르다. 하지만 반도체 분야의 높은 가격변동성으로 인해 영업이익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 큰 게 삼성전자의 최대 단점이다.

삼성전자의 분기실적을 살펴보면 높은 변동성을 체감할 수 있다. 반도체가 주력인 'DS부문'의 2022년 2분기 영업이익은 무려 10조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4분기에는 3천억원으로 급감했다. 충격적인 건 2023년 1분기에 -4조6천억원의 적자로 돌아섰다는 점이다. 2분기에도 -4조4천억원의 적자가 지속됐다.

극악의 변동성이다. 반도체 부문의 급격한 실적하락으로 2023년1분기와 2분기의 심상전자 전체 영업이익도 간신히 적자를 면한 6천억원과 7천억원을 달성하는 데 그쳤다. 2022년 2분기의 14조1천억원과 비교하면 무려 -13조5천억원의 이익이 감소한 충격적인 실적이다. 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미래 예측이 불가능할 정도다. 

 

이는 주가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지난 2년 7개월(21년1월~22년7월)간 삼성전자 주식의 누적수익률은 -14%로 부진하다. 반면 같은 기간 애플 주식의 누적 수익률은 +50%로 양호한 편이다. 과거의 데이터는 삼성전자가 확실히 부진했다. 그렇다면 앞으로 미래의 주가는 어떻게 움직일까?

◆ 삼성전자 VS 애플, 지금은 어떤 종목이 유리?

삼성전자 주가는 반도체 시황에 따라 변화무쌍하게 움직인다. 이는 투자자 관점에서 볼 때는 그만큼 트레이딩 기회가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지금 시점에서 세계 1등 기업인 애플과 한국 1등 기업인 삼성전자 주식을 비교해 보면 삼성전자 주식에 투자하기 좋은 점이 2가지 있다.

첫번째 투자포인트는 반도체 업황이 바닥을 치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의 과거 주가 반등 사례를 살펴보면 업황이 바닥인 상태에서 주가 반등이 먼저 시작된 경우가 많았다. 이번에도 역시 마찬가지다. 낙폭이 과대한 삼성전자의 주가는 단기적인 관점에서 좋아질 여력이 많다.

두번째 투자포인트는 바로 세금이다. 애플은 해외 주식이라서 한국인이 투자 시 양도차익이 250만원을 넘어가는 금액만큼은 22%의 세금을 내야 한다. 하지만 국내 주식의 경우 2024년말까지는 세금이 0원이다. 이후에는 금융투자소득세가 도입돼 5천만원이 넘는 주식 양도차익에 대해서는 22%의 세금이 부과될 예정이다.

따라서 삼성전자 주주 638만명 대부분은 2024년말까지 비과세 혜택을 누릴 것으로 보인다. 양도차익에 대한 22% 과세율은 상당히 높은 편이다. 세후 수익률에 미치는 영향도 막대하다. 삼성전자와 애플에 동일하게 1억원을 투자해 100%의 수익이 발생했다고 가정했을 때 삼성전자의 최종 수익금은 1억원이지만 애플의 수익금은 7천8백만원으로 뚝 떨어지게 된다.

금융투자소득세가 2025년부터 실제로 시행될지도 지켜봐야 한다. 국내 주식 양도차익에 대한 세금 부과는 반대의견도 많아 2025년에도 다시 한번 제도 시행이 유예될 가능성도 있다. 또 실제 시행되더라도 연간 5천만원까지는 비과세이므로 웬만한 개인 투자자들에게는 영향이 적다.

하지만 단기투자가 아니라 장기투자 관점에서 본다면 삼성전자와 애플 중 어디가 더 유리할까? 삼성전자보다 이익변동성이 훨씬 작으면서 꾸준하게 이익이 성장해 가는 애플의 치명적인 매력을 무시할 수 없다. 애플은 정체된 스마트폰 시장의 부진을 돌파하기 위해 MR 헤드셋인 비전프로나 막대한 시장규모를 가진 전기차 시장마저 노리고 있다. 게다가 삼성전자에는 없는 앱스토어 등의 서비스 분야 매출이 점진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점도 장점이다.

잡스 타계 이후 지난 11년간 애플의 영업이익은 3.5배 증가했다. 하지만 주가는 그 보다 훨씬 많은 15.8배가 상승했다. 반면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2.7배 증가했고 주가는 3.3배 상승했다. 단순히 생각해보면 주가가 너무 많이 올라 고평가된 애플 대신 오히려 주가가 하락해 저평가된 삼성전자에 투자하는 게 현명한 선택이 아닐까?

증시의 역사는 이런 단순한 전략이 반드시 맞아떨어지지 않음을 오랜 기간 증명해 왔다. 애플이 글로벌 1등 회사라는 지위를 차지한 데는 수많은 이유가 존재한다. 따라서 글로벌 1등 주식에 투자한 후 장기간 보유하면 웬만한 시장 지수는 쉽게 이길 가능성이 높다. 결론적으로 단기적인 관점에서는 삼성전자 주식,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애플 주식 투자에 관심을 가지는 게 현명한 투자자의 자세일 수 있다.

 

②편에서 계속… ② 애플, 비싸서 더 잘 팔리는 아이폰과 애플워치 덕에 주가 고공행진?

 

자세한 내용은 해당 영상을 통해 확인해 보자.

뉴스핌 (촬영·그래픽 : 조현아 / 편집 : 이성우)

longinus@newspim.com

 

[관련기사]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2026 대전망] '달러 시대의 느린 균열'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2026년 글로벌 자산시장 지형은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바뀔 모양새다. 월가 주요 IB와 글로벌 운용사들이 제시한 내년 전망을 종합하면, 핵심 키워드는 ▲약해지는 달러 ▲강해지는 금 ▲제도권에 깊숙이 편입되는 코인 ▲전략자산으로 격상된 원자재로 압축된다.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지위는 유지되지만, 각종 정책·재정·지정학 리스크로 인해 달러 의존도를 낮추는 '조용한 탈출(quiet hedging)'이 진행 중이라는 분석이다. [사진=퍼플렉시티 생성 이미지] ◆ 달러: 패권은 유지되지만 '천천히 새는 배' 2026년 달러를 둘러싼 큰 그림은 '완만한 약세' 흐름 속에서, 기축통화 패권은 유지하되 매력은 서서히 떨어지는 구조다. 여기에 연준의 금리 인하 경로, 주요국과의 금리 격차, 글로벌 성장·정책 리스크, 그리고 디달러라이제이션(de-dollarization, 탈달) 흐름이 겹치며 달러의 방향성을 좌우할 전망이다. 먼저 연준의 완화 경로를 살펴보면, 2026년 말 기준금리는 약 3%대 중반(3.4% 안팎)까지 내려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최근 발언들을 종합하면 인하 속도는 초기 시장 기대보다 더 느리고 신중한 방향으로 조정되고 있어, 지나친 달러 약세를 막아주는 '하방 안전판'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둘째는 금리 격차다. 연준이 금리를 내리더라도, 정책금리는 유럽중앙은행(ECB)의 2%, 영란은행(BoE)의 2~3% 수준보다 여전히 높은 수준이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수익률 격차가 과거만큼 크지는 않지만, 달러 자산이 어느 정도 금리 메리트를 제공하는 만큼 "달러가 한 방향으로 급락하는 구도"까지 보긴 어렵다는 진단이다. 이 같은 상대 금리 우위는 2026년 내내 달러가 급격히 무너지는 것을 막는 완충장치로 작용할 수 있다. 셋째는 글로벌 성장과 정책 리스크다. IMF는 2026년 세계 경제가 완만하게 성장세를 개선할 것으로 보고 있어, 극단적인 안전자산 선호가 달러로만 몰리는 환경은 아닐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다만 미국의 정치·재정 이슈, 부채한도·재정적자, 무역·관세 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여전히 "달러 방향성을 뒤흔들 수 있는 변수"로 남아 있으며, 상황에 따라 달러에 일시적인 강세·약세 충격을 모두 줄 수 있는 요인들이다. 장기 구조 측면에서 보면, 달러는 '패권은 유지되지만, 천천히 새는 배'에 가깝다. BNY멜론, JP모간, UBS, 냇웨스트, 피델리티 등 주요 글로벌 하우스들은 공통적으로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는 당분간 흔들리지 않는다"는 데 의견을 같이한다. 그러나 무역정책 불확실성, 미국의 재정적자 확대, 연준의 완화적 기조 등 구조적 요인들이 달러의 매력을 조금씩 갉아먹는 국면으로 진입했다는 데도 큰 이견이 없다. 국제통화기금(IMF)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 외환보유액에서 달러 비중은 2000년대 초반 70%대에서 2025년 2분기 56% 수준까지 떨어졌다. 냇웨스트와 피델리티는 이 흐름을 "빠르진 않지만 분명한 디달러라이제이션(de-dollarization)"으로 규정한다. 특히 러시아 준비자산 동결 이후 커진 '제재 리스크'는 여러 국가가 결제·준비자산을 다변화하도록 자극한 대표적 계기로 지목되며, 일부 중앙은행은 준비자산 구성에서 달러 비중을 줄이고 금·기타 통화 비중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런 전제 아래에서 보면 달러는 2026년 전반적으로는 약세 쪽으로 기울지만, 중간중간 강한 반등(숏 커버 랠리)이 나올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설득력을 얻는다. 물가가 예상보다 끈질기게 높은 수준을 유지하거나 예상 밖의 인플레이션 급등이 나타날 경우 연준의 추가 인하가 지연되면서 달러에 단기적인 지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여기에 지정학적 충돌, 금융시장 급락 같은 글로벌 리스크오프 이벤트가 겹치면 '안전자산 달러' 선호가 살아나면서 강세 국면이 일시적으로 재현될 가능성도 크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조건이 맞아떨어질 수 있는 시점을 2026년 3~6월 구간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연준의 주요 회의와 핵심 물가·고용 지표 발표가 몰려 있는 만큼, 상반기 중 일정 구간에서는 "완만한 약세 추세 속 달러 반등 구간"이 열릴 수 있다는 전망이다. 결국 2026년 달러는 방향성으로는 완만한 약세, 경로상으로는 구간별 반등이 섞인 '요철 있는 하향 곡선'에 가까운 그림으로 그려지고 있다. 달러지수 내년 전망 [사진=캠브리지 커런시스] ◆ 금: 탈달러·재정악화·지정학이 만든 '슈퍼 헤지' 월가 IB들이 그리는 2026년 금 가격의 큰 그림은 '상승'에서 '초강세'까지, 방향성이 한쪽으로 모여 있다. JP모간은 2025년 말 온스당 3,600달러대에서 2026년에는 4,000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일부 프라이빗 뷰에서는 5,000달러 안팎까지 거론한다. 골드만삭스·UBS 등도 4,000~4,500달러 구간을 기본 밴드로 제시하면서, 구조적 강세장이 이어질 경우 5,000달러 돌파 가능성까지 열어두는 분위기다. 이 같은 '슈퍼 헤지' 논리는 세 축에 기대고 있다. 첫째, 중앙은행의 공격적인 금 매수와 디달러라이제이션 흐름이다. 러시아 준비자산 동결 이후 "제재로 묶이지 않는 준비자산"을 찾는 움직임이 강화되면서, 다수 중앙은행이 외환보유액에서 달러·유로 비중을 줄이고 금 비중을 늘리는 방향으로 서서히 포트폴리오를 바꾸고 있다. 둘째,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재정악화와 부채 누적이다. 천문학적 정부부채와 확대된 재정적자는 통화가치 희석 우려를 키우며 "법정통화의 거울"로서 금의 역할을 다시 부각시키고 있다. 셋째, 연준의 완화 전환과 약달러 구도다. 금리가 내려가면 무이자 자산인 금의 기회비용이 줄고, 달러 약세는 달러 표시 금 가격을 끌어올리는 이중 효과를 낳는다. 기관투자가들의 인식도 이를 뒷받침한다. 나티시스 설문에서 글로벌 기관의 3분의 2는 "2026년에는 금이 코인보다 더 나은 성과를 낼 것"이라고 답하며 금을 1순위 방어자산으로 꼽았다. 동시에 상당수 기관이 전통적인 60:40 포트폴리오 대신 인프라·부동산·원자재·금 등을 섞은 60:20:20 구조를 선호한다고 응답해, 금과 실물자산을 "인플레이션·재정·지정학 리스크가 겹친 시대의 전략자산"으로 재평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IB들은 2025년 급등 뒤 2026년 일부 구간에서 단기 조정과 높은 변동성은 불가피하다고 보면서도, 조정이 나오더라도 "고점을 한 단계 올리는 조정"이라는 표현을 쓰며 중장기 방향성만큼은 강하게 위를 가리키고 있다. ◆ 코인: '대체 가치 저장 수단'...그러나 여전히 '실험 구역' 코인에 대한 월가의 시각은 한 줄로 "커진 건 맞지만, 아직은 실험 구역"이다. JP모간은 비트코인을 포함한 디지털 자산을 "달러에 대한 또 하나의 도전자"라고 부르면서도, 극단적인 변동성과 짧은 히스토리를 이유로 전략적 코어 자산이 아니라 위성(satellite) 성격의 위험자산으로 다뤄야 한다고 경고한다. 2024년 초 2조달러 수준이던 크립토 전체 시가총액이 2025년에는 4조달러 안팎까지 불어난 가운데, 규제 환경이 ETF·ETP 승인 등으로 제도권 친화적으로 바뀌며 비트코인을 '가치 저장 수단'으로 보는 시각이 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실제 결제·상거래 규모는 여전히 수백억 달러 수준에 머물며, 일상적 화폐나 결제 인프라로서의 역할은 초기 단계라는 점이 반복해서 지적된다.​ UBS와 같은 보수적인 하우스는 이런 변화를 인정하면서도 "코인은 어디까지나 투기적 자산"이라는 입장을 고수한다. UBS CIO는 비트코인 변동성이 연 70~80% 수준으로 전통 자산 대비 현저히 높고, 70% 이상 급락하는 대형 조정이 여러 차례 반복된 탓에 포트폴리오의 전략적 축으로 편입하긴 어렵다고 본다. 대신 장기 잠재력을 믿는 투자자라면 "완전 손실이 나도 전체 계획이 흔들리지 않을 정도의 극소 비중으로, 장기 보유하는 전략" 정도만 고려하라고 조언한다. 반대로 SSGA나 모간스탠리, 반에크 등 디지털 자산에 우호적인 기관들은 비트코인이 전통 자산과의 상관관계가 낮고 장기 위험조정 수익이 높다는 점을 들어, 1~4% 수준의 소규모 전략적 배분이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기관 머니의 온도차도 뚜렷하다. 나티시스 2026 인스티튜셔널 서베이에 따르면 글로벌 기관의 36%는 향후 크립토 투자 비중을 늘릴 계획이라고 답하지만, 동시에 66%는 "2026년 성과는 금이 크립토를 이길 것"이라고 응답했다. EY·코인베이스가 2025년 초 실시한 설문에서도 응답 기관의 59%가 "AUM의 5% 이상을 디지털 자산에 배분할 계획"이라고 답해 성장 잠재력을 보여줬지만, 가장 큰 우려 요인으로 여전히 변동성과 규제 리스크를 꼽았다. ◆ 원자재: AI·에너지 전환·안보가 만든 '전략자산'의 귀환 2026년 원자재 시장은 더 이상 단순한 인플레이션 헤지가 아니라, AI·에너지 전환·안보 이슈가 맞물린 '전략자산'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BNY멜론, JP모간, UBS, 냇웨스트, 피델리티 리포트는 접근법은 조금씩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원자재·에너지·전환 메탈에 구조적인 강세 요인이 집중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BNY멜론은 AI 데이터센터 구축, 전력 인프라 확충, 에너지 전환과 함께 각국의 방위·인프라 지출이 향후 수년간 원자재 수요를 떠받칠 것이라고 본다. JP모간은 천연가스와 전력을 "AI 혁명의 병목(bottleneck)"으로 규정하며 가스 발전, LNG 프로젝트, 송전망 등에 장기 투자 기회가 많다고 짚었다. UBS는 구리·알루미늄 등 산업금속 비중 확대를, 냇웨스트는 희토류·전략자원이 '공급망 안보'와 직결되면서 지정학적 중요성이 커질 것이라고 제시하고, 피델리티는 구조적으로 높은 인플레이션 환경에서 실물자산·절대수익 전략이 전통 60:40 포트폴리오의 필수 보완재가 된다고 분석했다. 나티시스 설문에서도 기관투자가의 65%가 전통 60:40 대신 인프라·부동산·원자재·금 등을 섞은 60:20:20 구조가 2026년에 더 높은 수익을 낼 것이라고 답해, 원자재·실물자산을 '필수 축'으로 보는 인식 전환이 확인된다.​ 블룸버그NEF와 IEA 자료를 인용한 보고서들은 AI 데이터센터와 전력망 확충 수요만으로도 2030년까지 전 세계 구리 수요의 2~3%포인트 추가 상향을 가져올 수 있다고 추정한다. AI 데이터센터는 단일 시설당 수만 톤 단위의 구리와 막대한 전력을 소모하는 만큼, 이미 공급 부족이 우려되는 구리·은·희토류·갈륨 등 핵심 금속 시장에 추가적인 타이트닝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전기차·배터리·재생에너지 확대로 리튬·니켈·코발트 등 전환 메탈 수요가 2026년 한 해에만 30~40% 급증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어, 에너지 전환과 AI가 결합된 새로운 '미니 슈퍼사이클' 가능성이 거론된다.​ 인플레이션·무역·정책 측면에서의 환경도 원자재에 우호적이다. 모간스탠리 등은 미국·유럽에서 관세·보호무역 정책이 상수로 남는 한, 명목 물가가 2%를 상회하는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과거 데이터상 인플레이션이 2%를 넘는 구간에서 원자재 상품 수익률이 평균적으로 기타 자산 대비 20%포인트가량 우위였다고 지적했다. 동시에 에너지 안보 우려와 탄소 규제가 섞이면서, 가스·LNG·원유·우라늄은 "절대 줄일 수 없는 베이스 에너지"로, 구리·알루미늄·리튬·희토류는 "에너지 전환을 위한 전략 금속"으로 포지셔닝이 재정의되고 있다. 이런 환경 속에서 월가 IB와 기관투자가들은 2026년 포트폴리오에서 원자재 비중을 한 단계 높이는 전략을, "달러·채권·전통 주식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에너지·인플레이션·안보 리스크를 헷지하는 가장 실질적인 방법"으로 제시했다. kwonjiun@newspim.com 2025-12-15 07:12
사진
李대통령, 전재수 장관 면직안 재가 [서울=뉴스핌] 박찬제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을 받는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에 대한 면직안을 재가했다. 대통령실 대변인실은 이날 오후 언론 공지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은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에 대한 면직안을 재가했다"고 밝혔다. [영종도=뉴스핌] 김학선 기자 = 통일교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이 11일 오전 'UN해양총회' 유치 활동을 마친 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해 입장을 밝힌 후 공항을 나서고 있다. 전 장관은 "직을 내려놓고 허위사실 의혹을 밝힐 것"이라고 밝혔다. 2025.12.11 yooksa@newspim.com 통일교 측으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진 전 장관은 앞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며 사의를 표명했다. 전 장관은 이날 오전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에 대해 "전혀 사실무근"이라면서도 사의를 밝혔다. 그는 "흔들림 없이 일할 수 있도록 제가 해수부 장관직을 내려놓는 것이 온당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전 장관은 의혹에 대해 "전혀 사실무근이고, 불법적인 금품수수는 단언컨대 없었다"며 "추후 수사 형태든지, 아니면 제가 여러 가지 것들 종합해서 국민들께 말씀드리거나 기자간담회를 통해 밝혀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 장관은 "(통일교 측으로부터)10원짜리 하나 불법적으로 받은 사실이 없다"면서 "600명이 모인 장소에서 축사를 했다는 것도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앞서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2018∼2020년께 전재수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 원을 제공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 청탁성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pcjay@newspim.com 2025-12-11 17:14
기사 번역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종목 추적기

S&P 500 기업 중 기사 내용이 영향을 줄 종목 추적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