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파업 초기에는 중소 제약사들의 타격이 컸다면, 이제 업계 전반의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의정 갈등으로 인한 의료 파업이 100일 넘게 이어지면서 제약업계에 불똥이 튀었다. 의료진이 병원을 떠나면서 진료와 수술 등이 중단돼 의약품과 의료기기 매출도 줄어든 것이다.
중기벤처부 김신영 기자 |
최근 만난 업계 관계자들은 2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매출과 영업이익 감소를 우려했다. 코로나19가 확산했을 당시에도 환자들이 병원을 자주 갈 수 없게 돼 처방 실적이 주춤했으나, 그나마 장기 처방이 가능해 타격이 크지 않았으나 지금은 의약품 공급 자체가 원활하지 못하다고 했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때는 환자들에게 약을 6개월 치 처방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의료진이 의대 증원에 반발해 자발적으로 진료를 중단했기 때문에 의약품 보유 수량조차 채워지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지난 1분기 실적에는 의료 파업 영향이 크게 반영되지 않았으나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 등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자 일부 제약사들은 판매 전략을 바꿨다.
수액 사업을 하는 한 제약사는 대학병원 입원환자들에게 쓰이는 수액제가 줄어들 것에 대비해 의료진 부재 이슈가 없는 1,2차 병원으로 판매 루트를 변경하며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의료기기 업체와 의약품 유통 업체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소규모 업체들의 경우 병원의 대금 지연 문제를 감당할 여력이 되지 않아 자금 압박에 시달리는 실정이다.
김영민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회장은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협회 내 활동 중인 일부 의료기기 업체 대표들은 집까지 내놔야 할 상황"이라며 현장의 어려움을 토로한 바 있다. 영세 의약품 유통 업체들은 3개월 단위로 병원에서 대금을 받아 의약품을 구매해 사업을 이어가야 하지만 지급이 늦어져 대출을 받아 현금을 마련해야 하는 위기에 놓였다.
의료진 부재로 임상시험 또한 지연되고 있다. 임상시험 전 개최하는 연구윤리심의위원회(IRB)가 열리지 않기 때문이다. 신약 개발에 대한 꿈을 품고 10년 가까이 연구를 이어온 기업들은 임상 시험 계획 승인을 손꼽아 기다렸지만, 다음 단계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정부와 의료계가 의대 증원 정책을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사이 산업계가 겪는 피해와 희생 또한 커지고 있다는 사실을 되돌아보고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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