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나영 기자= 최근 경기 침체로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사업 외길을 걸어온 중소·중견기업들이 사업 다각화로 수익원 확보에 나서고 있다. 미래 먹거리와 신성장동력 구축을 통해 위축된 시장 수요를 극복하는 경영 전략을 모색하는 것이다.
'2차전지·인공지능(AI)' 최첨단 산업의 부상, 1인 가구 증가 등 빠르게 변하는 산업 전환기 속에 기업들은 시장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과제에 당면했다. 특히, 시장 변동성 및 연구개발(R&D) 투자에 대비해 재무 안정성 강화에 나선 중소기업들은 한 분야의 사업을 고집하기보다는 사업 다각화를 추진함으로써 안정적인 생존 기회를 확보해가고 있다.
이나영 중기벤처부 기자 |
중소기업중앙회는 지난해 500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중소기업 경영실태 및 2024년 경영계획 조사'를 실시한 결과, 조사에 응한 중소기업 49.8%는 2023년 경영환경을 '어려웠다'고 평가했다. 이에 중소기업의 2024년 핵심 경영전략을 복수응답으로 묻는 질문에는 '신규사업 추진 등 사업 다변화'를 응답한 기업이 48.6%로 가장 많았다. 이어 '원가절감 및 긴축'(42.4%), '금융리스크 관리 강화'(25.8%), '신규판로 확대'(25.8%) 순으로 조사됐다.
실제 국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들은 경제 환경 및 업황 변화에 매우 민감하다. 관련 시장 성장 둔화는 매출 급감으로 이어져 기업의 수익성 악화로 바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외길만을 고집해오던 기업조차도 사업 다각화에 나설 수 밖에 없는 구조다.
특히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사업 다각화는 안정적인 매출 창출을 위한 필수 코스로 자리잡았다. 신약 개발 투자 및 바이오 전문 의약품만으로 수익 창출을 이뤄내기에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인내의 시간을 견디기 위해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건강기능식품 및 화장품, 헬스케어 제품 등의 판매를 통해 적극적으로 나서며 수익성을 확보해가고 있다.
이처럼 중소기업들의 사업 다각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리 잡았다. 수익 창출의 구조를 분산시킴으로써 재무적 안정성 및 자금 확보가 가능해진 것이다. 이로써 현금창출원(캐시카우)의 역할의 사업부문은 외부 환경에 의한 매출 불안정성을 줄임으로써 안정적이며 장기적인 성장에 일조하고 있다.
다만 중소기업들의 사업 다각화는 '매출 극대화'라는 목표 달성에 성공적인 방법이 될 수 있지만 자칫 문어발식 사업 확장으로 변질될 수 있는 위험성도 지니고 있다. 구체적인 계획과 단계별 절차를 소홀히 한 채, 무분별한 사업 확장 추진은 기업 전체를 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사업 다각화 추진을 통해 투자자를 악용하는 사례도 발생할 수 있다. 실제 증시 이슈 테마 업종을 사업목적으로 추가한 기업들이 사업을 추진하지 않은 일들이 발생했다. 지난해 금감원은 반기보고서를 대상으로 2차전지·가상화폐·AI·신재생에너지 등 7개 주요 테마 업종의 신사업 추진 현황 실태를 분석했다. 그 결과, 신규 사업목적으로 추가한 상장사 233개 중 절반에 달하는 129개사가 당시까지 관련 사업 추진 현황이 전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신사업에 진출의 성장성을 보고 투자한 투자자들의 자금을 다른 용도로 사용해 악용할 우려가 발생한 것이다.
기업들의 사업 다각화는 안정적인 성장 단계로 이어지기까지 다양한 문제를 안고 있다. 이와 같은 문제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우선 기업 당사자들의 역할이 무척 중요하다. 신사업 추진 시 구체적 전략 및 계획, 단계별 절차를 철저히 수립하고 무분별한 사업 확장은 지양해야 한다. 또한 새로운 시장 진출과 더불어 내실 다지기에도 집중해야 한다. 사업 다각화를 안정적으로 성공시킨 기업들의 대부분은 기존 사업과 교차점을 기반으로 미래 먹거리를 확보해 나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중소기업들의 사업 다각화는 미래 성장동력 기반을 마련할 기회이기도 하지만, 앞서 우리나라 경제 생태계 확장에 크게 기여하는 일이다. 이에 경제 성장의 큰 축을 담당하고 있는 중소기업들이 다양한 산업 시장에 안정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규제와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nylee5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