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 레버리지 ETF 매수·종목 매도하는 흐름 뚜렷
금융투자업계 "장투 매력 낮다는 걸 인식했다는 것"
[서울=뉴스핌] 이석훈 기자 =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 국내 증시를 '단타용'으로만 여기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침체했던 증시 지수가 반등했는데도, 주식은 매도하는 반면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등 단기 투자 상품만 적극적으로 매수하고 있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한 달간(10월 25일~11월 25일) 개인 투자자는 코스피200, 코스닥150 등 양대 지수를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를 총 5680억원어치를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KODEX 코스닥150레버리지가 3305억원으로 가장 많았으며 ▲KODEX 레버리지(2260억원) ▲TIGER 코스닥150 레버리지(74억원) ▲TIGER 레버리지(41억원) ▲ACE 레버리지(9100만원) 등이 뒤를 이었다.
[서울=뉴스핌] 이석훈 기자 = 2024.11.26 stpoemseok@newspim.com |
이는 국내 지수가 트럼프 트레이드 이후 반등하는 모습을 보이자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의 상승에 베팅하려는 투자자 수요가 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코스피 지수는 미국 대통령 선거가 끝난 후 2416.86포인트(p)까지 떨어졌다가 지난 25일 2534.34p까지 회복했다. 같은 기간 코스닥 지수도 677.01p까지 내렸다가 692.28p로 소폭 상승했다.
그런데 개인 투자자들은 레버리지 ETF 매수는 늘리면서 국내 주식은 매도했다. 지난달 25일부터 한 달 동안 국내 상장 주식 4454만 7000주 가량을 팔아 치웠다. 시장별로는 코스피 상장 주식 약 3037만 5000주, 코스닥 상장 주식 약 1430만 4000주를 매도했다.
이를 두고 개인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의 장기 투자 매력도를 낮게 평가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레버리지 ETF란, 일반 ETF와 달리 선물 등 파생상품에 투자해 추종 지수보다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ETF다. 상승장에서는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지만 하락장에서는 그만큼 손실도 커져 고위험·고수익 상품으로 분류된다. 특히 상품구조상 주가 급등락에 취약해 단기 투자에 적합하다. 1만원짜리 주식이 50% 급락했다가 50% 오르면 7500원이 되지만, 지수 변동률의 두 배를 적용할 경우 0원이 되는 것과 같은 원리다.
즉 레버리지 ETF 투자가 늘면서 단기 상승 베팅 분위기가 퍼졌는데, 주식까지 매도하면서 초단기 투자 성향이 더욱 짙어졌다는 설명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주식을 매도하면서까지 레버리지 ETF 매수를 늘린다는 건 확실히 단기 투자에 대한 투자자 수요가 늘었다는 의미"라며 "최근 국내 증시 반등이 장기적 시장 성장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현재 국내 증시가 저점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주가가 내려가면 인버스 ETF에 투자하는 투자자도 있지만, 주가가 올라갈 가능성을 보고 레버리지 ETF에 투자하는 사람들도 있다"며 "물론 단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한 것일 테지만, 현재 주가가 바닥을 찍었다고 보는 투자자가 많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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