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관령 휴게소서 80대 운전자 돌진해 10명 중경상
고령자 면허 반납 시 혜택 확대 및 조건부 면허 등 제도 정비 필요성 제기
[서울=뉴스핌] 정승원 기자 = 69세의 운전자가 서울 시청역 인근에서 도로를 역주행해 14명의 사상자를 낸 '서울 시청역 차량 돌진 사고' 1주기가 지난 가운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를 몰던 80대 운전자가 휴게소 매장 안으로 돌진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3일 경찰에 따르면 전날 오전 11시 32분경 강원 강릉시 성산면 영동고속도로 대관령휴게소 강릉 방향에서 SUV 차량이 매장 안으로 돌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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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전 11시 32분경 강원 강릉시 성산면 영동고속도로 대관령휴게소 강릉 방향에서 SUV 차량이 매장 안으로 돌진했다. 강릉 대관령휴게소 사고 현장.[사진=강원소방본부] |
이 사고로 휴게소 이용객 3명이 중상을, 7명이 경상을 입으며 총 10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SUV차량에는 80대 운전자와 70대 동승자가 탑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청역 차량 돌진 사고가 발생한 지 1년이 지났지만 또 다시 고령 운전자의 교통사고가 발생하자 고령운전자의 면허반납과 면허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다시 나오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만 65세 이상 노인 운전자의 교통사고 건수는 4만2369건으로 전체 교통사고의 21.6%를 차지했다.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최고치다.
고령자의 운전면허 반납의 효과는 연구로 증명됐다. 한국교통연구원의 고령 운전자 운전면허 자진 반납정책의 교통사고 감소 효과 연구에 따르면 65세 이상 운전자 1명이 면허를 반납할 때마다 교통사고는 0.01건 감소했다. 사회적 비용 역시 연간 42만원 가량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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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경찰과 지역 기초자치단체들이 고령자 면허반납 시 교통카드나 택시를 지원하고 있지만 실제 반납률은 2% 수준으로 높지 않다.
이는 현재 운전면허 반납 시 지원금이 20만원 수준으로 높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서울 강남구의 경우 최대 50만원 지원, 울산 울주군의 경우 온누리 상품권 40만원을 지급하지만 이동권이 제한될 수 있는 면허반납과 비교해서는 여전히 혜택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최재훈 국립군산대 법행정경찰학부 교수는 "면허반납제도의 효과는 여전하지만 점점 감소하고 있다. 제한된 예산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제도 시행에 있어 세부적 조정이 필요하다"며 "실제 운전을 하는 고령자가 운전을 중단할 수 있도록 대중교통과 택시를 연계하는 100원 택시와 같은 제도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면허제도를 개선해 조건부 운전면허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앞서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3월 실제 운전 능력과 연관된 운전면허 관리 강화안을 국토교통부, 보건복지부, 경찰청에 권고한 바 있다.
실제 운전 능력과 연관해 야간 운전이나 고속도로 운전을 제한하는 등 조건부 운전면허를 시행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자동차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 도입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면허 자진반납 효과를 높이기 위한 예산 확보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최신 자동차에 적용되고 있는 첨단 운전자 보조시스템(ADAS) 장착 등에 대한 보조금 마련 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회에서는 고령 운전자가 비상제동장치나 페달영상기록장치 등이 장착된 자동차를 구매할 시 비용을 지원(교통안전법)하거나 페달오조작 방지 장치 장착 의무화(자동차관리법) 등의 관련 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문지은 국회예산정책처 분석관은 "해외에서는 고령 운전자가 운전면허를 갱신할 때 ADAS 보조금 지원, 면허 반납자에 대한 대중교통 대체비용 지원이 이뤄진다"며 "고령자의 이동성을 담보하지 않은 면허반납과 운전중지는 보행 고령자의 사고 증가, 이동성 감소로 인한 고령자의 건강 및 삶의 질 악영향 등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문 분석관은 "유럽연합(EU)은 ADAS 탑재 의무화, 일본은 ADAS 탑재 차량에 대한 한정면허 도입 등 해외에서는 첨단기술을 활용한 고령 운전자 지원체계를 구축하고 있다"며 "ADAS 보급 기반 마련과 면허 적합성 평가 강화 등의 고령운전자 교통사고 저감정책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전했다.
orig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