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둘러싼 프리미엄 패권 경쟁 심화
벤츠, LG·삼성 등과 '공급망 협업' 강화
BMW, 신차 공세 등 '고객 경험' 집중
[서울=뉴스핌] 이찬우 기자 = 국내 수입차 시장의 양대산맥 메르세데스-벤츠와 BMW가 서로 다른 방법으로 한국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전동화 전환이라는 공통 과제를 안고 있지만, 벤츠는 '한국=아시아 공급망·제조 거점'으로 보고 대규모 투자와 협력 체계를 구축하는 반면, BMW는 '한국=고객 가치·브랜드 충성도 극대화 시장'으로 규정하며 현지 고객 경험 강화에 전략의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이에 같은 타깃을 놓고도 방식은 완전히 다른 '전략의 분기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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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일 인천 파라다이스 호텔서 열린 메르세데스-벤츠 미래 전략 컨퍼런스에서 공개된 4종의 전동화 모델. [사진=이찬우 기자] |
1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벤츠는 미래 전략 간담회를 열고 2026년부터 한국 시장에 출시될 주요 신차와 중기 제품 로드맵을 공개했다.
행사에는 메르세데스-벤츠 그룹 AG 이사회 의장 겸 최고경영자(CEO) 올라 칼레니우스와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마티아스 바이틀 대표이사가 직접 참석해 글로벌 및 한국 사업 전략을 설명했다.
벤츠는 2027년까지 40여 종의 신차를 국내에 출시한다는 이례적인 공격 계획을 공식화하며 전기차 라인업 확대에 사실상 올인하고 있다.
최근 행사에서도 MB.EA 차세대 전기차 플랫폼과 MB.OS 기반 차량 운영체계를 순차 적용해 한국을 기술 실증 시장으로 활용하는 구상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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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략의 핵심은 '한국 내 공급망 내재화'다. 최근 벤츠 경영진이 삼성전자·LG그룹과 잇따라 회동한 것도 배터리 공급망, 전장 부품, 소프트웨어 협업 등을 한국에 집중하기 위한 움직임이라는 분석이다. LG에너지솔루션 및 삼성SDI와의 신형 전기차 배터리 공동 개발, 국내 생산 거점 활용 논의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칼레니우스 CEO는 기자간담회에서 "LG와 삼성과 매우 생산적인 미팅을 가졌다"며 "삼성·LG 같은 '글로벌 챔피언'과는 오랜 기간 파트너십을 이어왔고, 앞으로 어떻게 기술의 한계를 넓히고 다음 도약을 이룰지 함께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 나아가 벤츠는 한국을 아예 '아시아 조달·구매 허브'로 격상했다. 단순한 판매 시장이 아니라 생산·부품·기술 개발까지 묶어내는 구조로 확장하는 셈이다. 여기에 '리테일 오브 더 퓨처'라는 새로운 판매 방식을 국내에 도입할 준비를 하며 온라인 중심의 고객 접점을 확대하고, 기존 딜러 네트워크와의 역할 재조정도 단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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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종도 BMW 드라이빙 센터에서 신차 2종이 소개되고 있다. [사진=이찬우 기자] |
반면 BMW는 철저하게 '한국 고객을 위한 전략'을 앞세운다. BMW는 최근 5년간 한국에서 프리미엄 전기차와 M 브랜드 판매에서 모두 강세를 보였다.
특히 2023~2025년 동안 한국을 세계 최초 출시국으로 선택한 사례가 빠르게 늘었다. 대표적으로 신형 5시리즈와 i5 전기차는 한국에서 글로벌 첫 데뷔를 했다. 이는 한국 소비자의 구매력, 브랜드 충성도, 빠른 전동화 적응력 등을 반영한 결정으로 해석된다.
한국 고객 전용 프로그램도 BMW 전략의 핵심이다. BMW BEV Membership은 충전·보증·구독형 서비스까지 패키지로 묶은 전기차 전용 멤버십으로, 국내 전기차 고객의 불안 요소를 해소하기 위한 '락인(Lock-in)' 장치로 작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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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종도 BMW 드라이빙센터에서 드라이버들이 드리프트 쇼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이찬우 기자] |
또 전국 M 퍼포먼스 서비스 센터 확장과 오너 이벤트 강화로 고성능 브랜드 M의 수요를 안정적으로 확대하며, 단순 판매를 넘어 '라이프스타일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BMW코리아가 인천 영종도에서 운영 중인 'BMW 드라이빙 센터'도 이런 소비자 경험 전략을 상징한다. 전용 서킷과 다양한 주행 코스, 교육·체험 프로그램을 갖춘 이 시설을 통해 고객은 단순 시승을 넘어 주행 성능과 브랜드 철학을 직접 체험할 수 있고, BMW는 전기차와 M 모델을 중심으로 한 시승 행사, 체험형 이벤트를 상시적으로 운영하며 브랜드 경험의 밀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쇼룸·서비스 인프라에 더해, 물리적인 체험 공간까지 앞세워 '브랜드와 시간을 보내게 하는' 방식으로 충성 고객층을 다지는 셈이다.
두 브랜드의 차이는 결국 '한국 시장을 어디에 위치시키느냐'의 문제로 요약된다. 벤츠가 한국을 공급망·제조·기술 협력의 중심축으로 끌어올리는 산업형 전략을 편다면, BMW는 한국 고객의 사용 경험과 브랜드 가치를 최우선으로 삼는 소비자 중심 전략을 고도화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벤츠는 제조·협력·투자를 묶어 한국을 동북아 전기차 산업 허브로 육성하는 전략이고, BMW는 고객 경험을 기반으로 브랜드 파워를 확장하는 전략"이라며 "전기차 전환의 본격화 속에서 두 브랜드가 한국 시장에서 맞붙는 방식도 앞으로 더 뚜렷이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chanw@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