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캠코 빠지고 출연기관에 넘어갈듯
[뉴스핌=이강혁 기자] 자본전액잠식에 따라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는 쌍용건설의 회생방향이 오는 15일 가닥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내일 본회의를 열어 1조원 가량의 부실채권정리기금(정부 86%, 출연금융기관 14%) 청산절차를 결정한다.
쌍용건설 대주주인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관리에서 발을 뺀 이후 보유지분은 부실채권정리기금의 23개 출연금융기관으로 넘어가는 방안이 유력하다.
기금 출연금융기관에는 우리은행과 신한은행 등 현재 쌍용건설 채권단 상당수가 포함된 까닭에 사실상 쌍용건설의 회생과 매각작업은 캠코에서 채권단 손으로 넘어가는 셈이다.
당초 정부는 이달 22일 캠코의 쌍용건설 보유지분(38.75%)이 공적자금상환기금으로 현물반환되면, 이후 캠코로의 재위탁을 고려해 왔다.
하지만 쌍용건설의 경영상황이 최악의 국면을 맞고 있는데다, 최근 외부자본 유치를 통한 경영권 매각작업도 지지부진하자 기금 출연금융기관에 지분을 넘기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당국이 세부 내용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아 자세히 파악하기는 어렵다"면서도 "부실채권정리기금이 청산되더라도 쌍용건설 지분은 정부가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이 확고한 만큼 지분을 출연기관에 넘기는 것으로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국영건설사 논란을 차치하고 쌍용건설의 원활한 회생과 매각작업을 위해서라도 공적자금상환기금이 대주주가 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의지가 강하다는 것이다.
현재 쌍용건설의 캠코 지분은 정확하게는 부실채권정리기금이 소유주다. 기금은 청산되면 출연비율에 따라 출연기관 몫으로 넘어가게 된다. 이때 쌍용건설 주식을 정부가 캠코로부터 현물반환 받지 않고 바로 출연기관에 넘기거나 지분 맞교환 형태로 처리하는 방향성이 가능하다.
다만, 출연기관 대부분이 이같은 방안에 난색을 표하고 있어 향후 적잖은 논란도 예상된다. 기관들 입장에서는 정부가 결정하면 따르지 않을 수 없지만 쌍용건설 관리가 최악의 국면을 맞고 있는 상황에서 떠안을 경우 추가적인 손실을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 출연기관 관계자는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결정하면 기관 입장에서 거부하기 어렵지만 대우조선해양 등 좋은 것은 정부가 그대로 가져가고 쌍용건설처럼 어려움에 처한 것을 기관보고 가져가라는 건 합리적이지는 않다"고 의견을 나타냈다.
때문에 캠코는 현재 진행중인 쌍용건설의 제3자 배정방식 유상증자를 청산일까지는 어떻게든 성사시켜 보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만약 기한 내 유상증자가 가시화되면 현재 지분을 10%대로 낮출 수 있어 대주주 지위에서 벗어날 수 있고, 쌍용건설에게도 자본유치에 따라 자본잠식을 벗어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향이다.
캠코 입장에서는 쌍용건설을 좋게 만들어서 반환하느냐, 아니면 최악의 상황에서 발을 빼느냐의 기로에 서 있는 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쌍용건설 회생이나 경영권 매각작업은 채권금융기관들의 출자전환 결정 없이는 없이는 사실상 불가능한 국면"이라면서 "여신기능이 불가한 캠코보다는 은행 등 채권기관이 대주주 지위를 가지면 증자나 출자전환 등 위기를 벗어날 카드가 많아진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한 채권은행 관계자는 "쌍용건설의 경쟁력만 놓고 보면 향후 인수에 관심을 보이는 곳은 적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현재 진행중인 유상증자 성공에는 여러 어려움이 있어 고민스러운 부분"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뉴스핌 Newspim] 이강혁 기자 (ik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