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영국 중앙은행인 중앙은행(BoE)이 18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4%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영국의 기준금리는 올 들어 2월과 5월, 8월에 0.25%포인트씩 인하됐고 3월과 6월, 9월에는 동결됐다.
영란은행은 이와 함께 양적긴축(QT) 프로그램 규모를 연간 1000억 파운드에서 700억 파운드로 줄이기로 했다.
영란은행의 이날 정책 결정은 물가상승률이 목표치를 크게 상회하면서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는 반면, 경제성장률은 정체되고 있는 '영국 경제의 이중고'가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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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 모습.[사진=로이터 뉴스핌] |
영란은행은 이날 통화정책위원회(MPC)를 열고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금리 동결은 시장의 전망과 일치했다. MPC는 "중기 인플레이션 압력에 대한 상방 위험이 전망 평가에서 여전히 두드러진다"고 밝혔다.
앤드루 베일리는 영란은행 총재는 "인플레이션을 목표치까지 낮추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지만 여전히 (상승) 위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영국 인플레이션은 지난 7월과 8월 두 달 연속 3.8%를 기록했다. 작년 1월 4.0% 이후 1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뛰어올랐다. 9월에는 4.0%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영란은행의 목표치 2%의 두 배 수준이다.
이날 회의에서 금리 인하 주장도 제기됐다. 통화정책위원 9명 중 7명은 동결을, 2명은 0.25%포인트 인하를 주장했다.
컬럼비아대 국제공공정책학부 교수인 앨런 테일러와 런던정경대 경제학부 교수인 스와티 딩그라 등 외부 위원 2명은 영국 경제가 갈수록 성장 동력을 잃고 있는 상태를 감안해 0.25%포인트 인하를 주장했다.
금융시장에서는 양적긴축 속도 조절에 더 주목하는 모습이었다.
그동안 영국 국채 투자자들은 영란은행이 국채 매각 속도를 늦춰야 한다고 요구해 왔다. 장기 채권 가격 하락과 금리 상승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영란은행은 지난 2009년 금융위기를 계기로 경제 활성화를 위해 국채를 꾸준히 매입했다. 지난 2022년 영국 국채 보유량은 8750억 파운드로 정점을 찍었다. 이후 국채 매각에 나서 2022년 11월에는 연간 800억 파운드, 2023년 9월 회의 때는 1000억 파운드 규모로 국채를 매각하기로 했다.
이번 양적긴축 속도 조절로 국채 보유액은 내년 9월까지 4880억 파운드 정도로 줄어들 전망이다.
영란은행은 이날 양적긴축 프로그램 규모를 연간 700억 파운드로 줄이기로 하면서 내년에 초기 매수 가격을 기준으로 단기, 중기, 장기 국채의 매출을 40:40:20으로 나눌 것이라고 밝혔다.
양적긴축 속도 조절안을 놓고도 7대 2로 의견이 엇갈렸다고 한다. 외부 위원인 얼라이언스 맨체스터 경영대학원 명예교수 캐서린 만은 연간 620억 파운드 축소를 주장했고, 영란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 휴 필은 기존처럼 1000억 파운드 축소를 지지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번 양적긴축 계획은 시장 예상과 거의 일치했다"며 "영란은행 발표 이후 3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5.43%로 안정세를 유지했다"고 말했다. 최근 30년 만기 영국 국채 금리는 5.75%로 1998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뒤 하락세를 보였다.
이번 결정이 오는 11월 예산안 발표를 앞두고 있는 레이첼 리브스 재무장관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채권 수익률이 떨어지면 국가 채무 이자 부담도 작아진다.
KPMG UK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야엘 셀핀은 "속도를 늦추기로 한 결정은 예산안을 앞두고 영국 채권 시장의 압력을 어느 정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베일리 총재는 "새로운 목표는 금융정책위원회가 국채 시장 상황의 영향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통화정책 목표에 맞춰 은행 대차대조표 규모를 계속 줄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리브스 장관은 이날 결정을 환영하면서 "영란은행이 정부의 국채 발행 전략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영란은행이 올해 중 추가 금리 인하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골드만삭스 자산운용의 채권 거시전략 부문 책임자인 사이먼 댄구어는 "물가상승률이 높게 유지되고 있어 MPC가 금리를 인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다음 금리 인하는 내년 2월에 이뤄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베일리 총재도 "향후 금리 인하는 점진적이고 신중하게 이뤄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영란은행은 이날 영국 경제의 3분기 성장률 전망치를 0.3%에서 0.4%로 상향 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