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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살 강아지 '코코'의 산책…사료공장·장례식장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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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 '코코' 1인칭 시점 스토리텔링
펫푸드 업체 우리와·장묘업체 21그램

■ 지난 25일 농림축산식품부 기자단은 반려동물 사료 제조업체 '우리와'와 반려동물 장례업체 '21그램'을 방문했습니다. 이 기사는 강아지 시점에서 작성된 스토리텔링 기사입니다.

[충북=뉴스핌] 이정아 기자 = 나는 다섯살 강아지 코코다. 어제는 나에게 조금 특별한 하루였다. 엄마가 나를 번쩍 들어 버스에 태우더니 충북 음성과 충남 천안으로 놀러 간다고 했기 때문이다. 야호!

버스에 같이 탄 사람들은 오늘 산책을 '농림축산식품부 기자단 팸투어'라고 불렀다. 알고 보니 내가 먹는 밥이 어디서 오는지, 내가 언젠가 맞이할 마지막 순간은 어떤 모습일지 보여주려는 자리였다.

가상의 강아지 '코코'. [일러스트=ChatGPT] 2025.09.26 plum@newspim.com

버스 안에서 사람들은 연신 노트북과 자료를 들여다봤다. "반려동물 관련 산업 규모가 8조원을 넘었다더라", "2032년에는 20조원까지 간다던데" 라는 등의 말을 서로 속삭였다.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그 말들은 자꾸 내 귀에서 맴돌았다. 나와 내 친구들이 그만큼 중요해진다는 건가? 역시 숫자는 지루하다.

◆ 강아지 코코, 국내 펫푸드 업체 '우리와' 공장 산책

음성에 도착한 버스가 멈추자 맛있는 냄새가 훅 들어왔다. 사람들은 나를 커다란 건물로 데려갔다. 문이 열리자 기계 소음이 퍼져 나왔다. 내가 매일 먹는 밥이 바로 여기서 나온다고 했다. 고개를 올려보니 사료업체 '우리와'라고 써 있었다.

엄마 손을 잡고 건물에 들어서자 뜨거운 증기와 함께 곡물 냄새가 진하게 풍겼다. 거대한 혼합기가 돌며 원료를 섞고,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포장된 사료가 차례차례 쌓여갔다.

[음성=뉴스핌] 이정아 기자 = 지난 25일 윤관식 우리와 생산팀장이 농림축산식품부 기자단에 공장 설명을 하고 있다. 2025.09.26 plum@newspim.com

'아직 산책을 마치지 않았는데, 밥을 먹어야 하는 건가? 밥을 먹고 싶지만 산책도 하고 싶은데'라는 생각을 하자마자 공장 관계자가 나에게 다가와 밥을 건넸다. 윤관식 우리와 생산팀장이다.

관식 팀장님은 사람들에게 "우리와 사료는 사람이 먹어도 될 정도로 품질 높은 원료를 사용한다"고 했다. 또 "우리와 공장은 일자 구조로 설계해 제조, 생산, 포장까지 엄격한 위생 절차를 지키고 있다"며 "그 어느 사료 공장보다 우리와 공장의 수준이 높다"고 자랑했다.

나는 벽에 문구를 바라봤다.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행복한 라이프스타일'. 이 사람들은 단순히 제품을 만드는 게 아니라, 우리의 건강과 일상을 바꾼다는 자부심으로 일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K-푸드처럼 펫푸드도 수출 효자 품목이 될 수 있다"고 말했고, 아저씨는 "맞다. 우리와 사료는 위생과 품질 관리에서 강점이 있다"고 답했다.

이제야 나는 내 밥이 단순한 사료 한 줌이 아니라, 거대한 산업과 정책, 그리고 세계로 뻗어가는 여정의 일부라는 걸 알게 됐다.

그런데 잠깐, 관식이 아저씨 발밑으로 사료가 또르륵 흘러갔다. 나도 모르게 꼬리가 흔들렸다. 그래서 먹었냐고? 큼!

[음성=뉴스핌] 이정아 기자 = 지난 25일 펫푸드 업체 '우리와'를 방문한 농림축산식품부 기자들이 갓 만들어진 강아지 사료를 만져보고 있다. 2025.09.26 plum@newspim.com

◆ 모든 반려동물의 존엄한 이별…장묘업체 21그램 가다

나는 지금 화나 있다.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는데, 아무도 내가 배가 고픈 걸 몰라줬기 때문이다. 사료 하나로는 만족할 수 없다.

물론 버스를 타기 전 밥을 먹고 나오긴 했다. 그래도 조금 전까지 맛있는 냄새를 맡게 해놓고 다시 버스를 타는 법이 어디 있나.

삐진 나를 달래려 엄마가 간식을 줬다. 그걸 먹고 꾸벅 졸고 말았다. 눈을 떠보니 창밖 풍경이 달라져 있었다. 버스는 어느새 천안을 향하고 있었다.

버스에서 내리자, 내가 가던 병원이나 놀이터와는 전혀 다른 냄새가 났다. 문 안으로 들어서니 차분한 음악이 흘렀지만, 사람들의 표정은 왠지 무거웠다.

처음엔 이곳이 뭔지 잘 몰랐다. 작은 방마다 낯선 물건들이 놓여 있었고,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분주하게 왔다갔다 했다. 가끔은 울음 소리도 들렸다.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점점 깨달았다. 여기는 나와 같은 동물들이 무지개다리를 건너기 전 마지막으로 머무르는 곳이었다. 분위기가 왜 이렇게 조용하고 진지한지 알 것 같았다.

[천안=뉴스핌] 이정아 기자 = 반려동물 장례업체 '21그램' 천안지점. 2025.09.26 plum@newspim.com

언젠가 옆집 초코는 우리 같은 반려동물을 위한 장례식장이 있다고 했다. 초코는 작년 겨울 이후로 더 이상 유치원에 나오지 않았다. 초코도 이곳을 거쳐 갔을까? 

어떤 아저씨가 사람들에게 자신을 21그램 권신구 대표라고 소개했다. 아저씨는 "본인이 가족처럼 생각하는 반려동물이 죽었을 때 장례를 치르기 위해 방문하는 사람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며 "21그램 천안점은 한 달에 약 250건 장례를 치르고 있다"고 했다.

아저씨를 따라간 추모관 한쪽에는 하얀 국화와 사진이 놓여 있었다. 사람들이 눈시울을 붉히며 발걸음을 옮기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아저씨는 "여기 있는 빨간 실로 보호자들이 반려동물의 손이나 발에 묶으면 영원이 연결된다는 풍습이 있다"며 "화장을 하기 전 추모실에서 마지막 시간을 보내게 된다"고 말해줬다.

나는 내 옆에 선 엄마를 바라봤다. 엄마는 금방이라도 울 듯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엄마의 손과 내 손이 이어지려면 어떡하지? 실이 잘 묶이게 털 정리를 해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를 따라 나오면서 21그램의 뜻을 알게 됐다. '사람과 반려동물이 겉모습은 달라도 영혼의 무게는 같다.' 그 짧은 문장에 모든 것이 담겨 있는 듯했다.

나는 잠시 눈을 감았다. 나와 내 친구들이 맞이할 마지막 순간이 외면받지 않고 존엄하게 기억되기를 마음 깊이 바랬다.

[천안=뉴스핌] 이정아 기자 = 반려동물 장례업체 '21그램' 천안지점. 2025.09.26 plum@newspim.com

언젠가 내가 이곳에 있을 때 나를 사랑해 준 엄마, 아빠가 내 곁을 지켜주겠지. 그거면 밥도, 고구마도, 트릿도 필요 없을 것 같다.

사람들은 오늘 산책을 특별히 여기는 눈치였다. 오늘 부산에서 제1회 '동물보호의 날' 행사가 열린다는 이야기도 나왔고, 정부가 동물복지 헌장을 선포한다는 말도 들렸다.

농식품부 사람들은 동물복지 헌장이 나와 친구들이 더 잘 먹고, 더 잘 쉬고, 마지막까지 존중받게 해주는 약속이라 했다.

솔직히 그게 무슨 뜻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모두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걸 보니 중요한 일인 것 같았다. 아마 사람들은 나와 내 친구들을 조금 더 행복하게 해주겠다는 말 같다.

나는 꼬리를 천천히 흔들었다. 결국은 사람과 함께라면 덜 외로울 거라 믿으면서. 그런데,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다시 눈이 감겨 온다.

음, 이번에 일어났을 땐 정말로 밥을 먹을.....수.....있겠..지?...쿨쿨.

[천안=뉴스핌] 이정아 기자 = 반려동물 장례업체 '21그램' 천안지점. 2025.09.26 plum@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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