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 무담보로 ㈜한강버스에 876억원 대여...500억원 대출 신용 제공
한강버스, 안전 문제로 운행 중단...SH 투자금 회수 가능성 '미지수'
매각 택지 감소·임대사업 확대 따른 매출 축소 우려...재정 리스크 확대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서울시 한강버스의 사업성을 놓고 여·야 정치권 공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운영 법인의 주요 주주로 참여한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가 재정적 타격을 받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SH는 사업자 ㈜한강버스의 최대주주로서 무담보로 자금을 대여하는 등 지원에 나서고 있으나 안전 문제 등으로 한강버스의 운영이 흔들리면서다.
이미 SH는 부채 증가가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매출 확보가 용이한 택지개발 부문의 주요 사업들이 순차적으로 완료됐다. 동시에 SH는 수익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임대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한강버스 리스크까지 떠안게 된 상황에서 재정건전성 확보에 대한 SH의 고민이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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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강에서 한강버스가 시범운항을 하고 있다. 서울시는 28일 운항 초기 최적화 과정에서 기술적ㆍ전기적 결함이 발견돼 성능 고도화와 안정화를 위한 '무승객 시범운항'을 한 달간 진행한다고 밝혔다. 2025.09.29 leehs@newspim.com |
◆ SH, 한강버스에 대여금·신용 제공...자금 회수·수익성 확보 '빨간 불'
21일 업계에 따르면 한강버스 사업의 성패에 SH의 재정이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건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SH는 사업자 ㈜한강버스에 담보 없이 876억원을 빌려줬다. 2024년 2월 271억원, 2024년 11월 496억원, 2025년 4월 110억원 등이다. 한강버스 사업을 신속히 추진하기 위해 SH가 직접적으로 자금을 지원한 것이다.
담보를 통해 우회적으로 대여금을 상환받는 방식이 마련돼 있지 않은 만큼 SH가 손실을 떠안을 가능성이 존재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0일 진행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법적으로 상환받을 수 있는 방법이 강구돼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소송 등 법적 다툼은 장기간이 소요되는 만큼 대여금 회수에 대해서는 ㈜한강버스의 상환능력에 의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SH는 ㈜한강버스의 대출 실행을 위해 신용을 제공하기도 했다.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한강버스가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에서 각각 250억원 규모 대출을 일으키는 과정에서 SH는 컴포트레터(증서)를 작성했다. ㈜한강버스의 신용만으로 대출이 어렵자 SH의 신용을 제공한 것이다.
해당 증서에 따라 대출 약정서상 기한 이익 상실 시 SH는 한강버스의 선박과 도선장을 잔존가치 가격으로 매입해야 한다. 매입 이후 ㈜한강버스가 선박·도선장을 SH로부터 용선해 운영하는 구조다. 원리금 상환이 어려울 정도의 사업 부진 시에도 SH가 선박·도선장 매입 부담과 사업 운영 책임을 부담해야 하는 셈이다.
앞서 SH는 ㈜한강버스 출범 과정에서 출자금 51억원을 사용했다. ㈜한강버스는 SH 지분 51%, ㈜이크루즈 지분 49%로 구성된 민관합작회사다. ㈜이크루즈는 1994년에 설립된 민간 유람선 운영 기업으로 이랜드 계열 이랜드파크가 최대주주다.
지분율 차이는 적지만 자금 조달 기여도는 SH 측이 크다. 이건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현재까지 서울시 등이 한강버스 사업에 투입한 자금은 약 1755억원이다. 이중 SH가 대여금 876억원, 은행권 대출 500억원(보증), 출자금 51억원 등을 부담한 반면 이크루즈는 출자금 49억원만을 사용했다. 오 시장은 국정감사에서 "㈜한강버스는 사실상 민간회사"라고 발언했으나 민간사업자보다도 SH의 자금 부담이 크다.
문제는 한강버스 사업의 지속가능성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SH가 안정적으로 투자금을 회수하고 운영수익을 얻기 위해서는 한강버스가 안정적으로 운영되면서 일정 수준 이상 탑승객을 확보해야 한다. 운항 수입과 선착장 광고 수입, 부대시설 수입 등을 토대로 흑자 발생 시 우선 자금을 차입금 상환에 사용하고, 이게 완료되면 지분 비율대로 SH와 ㈜이크루즈가 수익을 나눠갖는 구조다. 지난달 18일 첫 출항 후 열흘 만에 시민 2만5000여 명이 한강버스에 탑승하면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운영 첫날 화장실이 막혀 역류한 데 이어 지난달 20일 폭우로 팔당댐 방류량이 늘어 운항을 중단했다. 같은달 22일에는 잠실 방향으로 향하던 한강버스에서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고 마곡행 버스에서는 전기 계통 이상이 나타났다. 안전 문제가 제기되면서 한강버스는 지난달 29일부터 한 달간 운행이 중단된 상태다.
◆ 분양사업 먹거리 축소·임대사업 부담 확대...재정건전성 유지 '관건'
SH는 한강버스 사업의 본격화 이전에도 이미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를 받고 있었다. 올해 1분기 SH의 매출은 5089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9617억원) 대비 하락했다. SH 매출의 대부분은 택지개발 및 주택건설을 통한 분양사업 수익이 차지하는데 분양사업 수익이 지난해 1분기 8537억원에서 올해 1분기 3912억원으로 줄어든 영향이다.
마곡, 위례, 고덕강일 등 주요 지구 사업이 순차적으로 완료됨에 따라 분양사업 수익이 축소됐다. 서울 시내에 땅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SH가 활용 가능한 토지가 점점 줄어들고 신규 택지개발과 주택건설을 수행할 방법을 고안해야 하는 상황이다.
임대사업 부담은 커졌다. 오 시장이 '미리내집' 등 공공임대를 강조하면서 SH도 2025년 추가경정예산안에서 '토지 및 주택 임대사업' 예산을 1조2472억원에서 1조8573억원으로 증액하는 등 임대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다만 임대사업으로는 높은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 시민에게 시세 대비 저렴한 임대료에 주택을 공급해 주거 안정을 지원하는 것이 사업의 목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미 건립된 민간주택을 SH가 사들여 임대로 운영하는 매입임대주택 사업의 경우 매입비용 부담이 크다. SH의 부채비율은 2023년 178.3%, 2024년 194.8%, 올해 상반기 205.9%로 확대됐다. 용산 역세권 개발사업, 구룡마을 개발사업 등 택지개발사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사업 초기 단계에는 자금 투입 부담이 크다. 이에 따라 주요 개발사업의 수익화가 본격화되기 전까지는 수익 축소 및 차입금 확대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미래 먹거리 축소와 지출 확대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불안정성이 큰 한강버스 사업은 SH의 리스크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다만 오 시장은 국정감사에서 "원래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흑자 기조로 전환될 것이라는 자신감을 얻었다"며 "운항 수입뿐 아니라 선착장 부대시설에서 얻는 수익, 광고 수입 등을 고려하면 적자가 날 수 있는 사업이 아니다"고 강조한 바 있다.
blue9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