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비급여' 탄생 배경은 요양기관 당연지정제
기피과 저수가 해결 없이 일방적인 편의주의 행정
의료 현장서 급여·비급여 구분 힘든 특수 상황 빈번
"환자가 가입한 보험을 정부가 규제?" 선택권 침해
[서울=뉴스핌] 조준경 기자 = 지난해 2월부터 시작된 '윤석열 정부표' 의료개혁 정책은 윤 전 대통령의 파면되며 실현 여부가 불투명해지고 있다. 한번에 의과대학 정원을 2000명 증원하는 의대증원도 의료계의 큰 반발을 불러왔지만, 의료계가 특히 주목하는 것은 이른바 '급여와 비급여 혼합진료 금지' 조치이다.
의료계 측에선 비급여 혼합진료 금지가 현행 요양기관 당연지정제로 인한 '폐해에 대한 몰이해'라며 여전히 맞서고 있다. 또 비급여 진료라고 해서 결코 비필수적이라고 볼 수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결국 최종적인 피해자는 환자가 보게 되고, 이득을 보는 것은 보험사가 될 것이란 지적도 나왔다.
정부는 지난해 2월 4일 발표한 '제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에서 "도수치료, 백내장 수술 등 비중증 과잉이 우려되는 비급여 진료는 혼합진료를 금지하고, 재평가를 통한 퇴출 기전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의사 수를 급격히 늘렸을 때 건강보험재정 지출이 늘어날 것이라는 의료계 측 논리에 반박하기 위해 비급여 혼합진료를 금지시키겠다는 대응책을 내세운 것으로 보인다. 특히 '비급여'에 집중함으로써 비필수적이라는 느낌을 일반 대중에게 주고자 하는 목적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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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신도경 기자] 한 정형외과 운동치료센터에서 도수치료와 필라테스를 동시에 진행한다. 2024.02.04 sdk1991@newspim.com |
우선 요양기관 당연지정제는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기업 부속 의원 등 극히 일부를 제외한 모든 의료기관은 요양급여 진료를 하는 요양기관으로 지정되는 것이다. 의료계는 이를 '강제지정제'라고 부른다.
문제는 병의원의 원가보전율이 강제지정제로 인해 100%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나오는 것이다. 지난 2022년 기준으로 대표적 필수 의료 과목인 내과(72%), 외과(84%), 산부인과(61%), 소아청소년과(79%) 등은 모두 원가보전율이 100%가 안 됐다.
비급여 진료는 강제지정제로 왜곡된 필수의료 원가보전율을 보전해주기 위한 하나의 방편이었다. 그런데 필수의료 수가를 손보지 않은 상태에서 일괄적인 혼합진료 금지를 실시하면 의사들의 필수의료 이탈이 더 가속화될 것이란 지적이다.
환자의 치료 선택권 제한 측면에서 봤을 때도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대한안과의사회는 지난 2월 9일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정책은 환자의 치료 선택권을 제한하고, 의료 서비스의 질 저하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가령 백내장 수술 시 다초점 렌즈 삽입은 환자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필수적 선택이다. 백내장 수술 자체는 급여 치료이지만, 다초점 렌즈 치료 재료는 비급여로 분류된다. 혼합진료가 금지되면 환자들이 필요한 치료를 받지 못하거나, 전액 본인 부담으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이 같은 문제는 다른 과에서도 발생한다. 이세라 대한외과의사회 명예회장은 최근 뉴스핌과의 통화에서 "의료 현장에선 급여와 비급여를 구분하기 어려운 상황이 많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몸에 종양이 발견돼 수술을 하려면 조직 검사를 해야 한다. 그런데 검사 결과가 통상 일주일 후에 나오기 때문에 급여가 될지 비급여가 될지를 구분하기 힘든 문제도 생긴다.
이 명예회장은 "혼합진료 금지는 의료의 왜곡을 더 많이 가져올 것"이라며 "지금 발생하는 거의 모든 의료계 문제는 강제지정제 때문이다. 저수가를 해결해서 기피과가 숨통을 트일 여유를 주는 것이 순서"라고 지적했다.
환자의 선택권 제한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이 명예회장은 "국민 입장에선 의료문제 해소를 위해 자신이 보험을 다 가입해 놨는데, 그걸 나라가 금지시키는 것을 이해하겠는가"라며 "(의료를) 시장에 맡길 수도 있는데 자꾸 관치로 통제하려니 문제가 발생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의료서비스 제공자와 이용자 사이의 자율적 계약관계를 인정해야 기피과 문제를 포함한 의료정책의 문제들이 해결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calebca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