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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기적의 비만약, 치료제답게 쓰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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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비만치료제 위고비가 청소년에게도 처방 가능해졌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12세 이상 청소년의 체중 관리를 위한 적응증을 승인하면서다. 전문가들은 이번 허가로 청소년 비만 치료 접근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기대만큼 우려도 크다. 비만치료제의 체중 감량 효과가 부각되면서 처방 기준인 체질량지수(BMI) 30 이상에 해당하지 않거나, 27 이상에 고혈압과 당뇨 등을 앓지 않는 이들도 미용 목적의 '살 빼는 주사'로 비만치료제를 소비하는 풍토가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부 김신영 기자

특히 젊은층 사이에서 아이돌이나 인플루언서의 이른바 '뼈말라' 체형을 추구하는 문화가 유행하면서 비만치료제를 오남용하는 실태가 잇따르자 청소년들 또한 처방 기준을 벗어난 약물 사용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위고비 처방 건수는 국내에 출시된 지난해 4분기 기준 4만9815건에서 올 상반기 34만5569건으로 7배 가까이 급증했다. 일론머스크와 킴카사디안 등 해외 유명인사들 또한 위고비로 살을 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기적의 비만약'으로 이름을 알렸고 출시 이후 품귀 현상이 빚어졌다. 

이처럼 처방량이 급증한 원인으로는 무분별한 처방이 꼽히기도 한다. 일부 병의원에서는 정상 체중 환자에게도 위고비와 마운자로 등의 비만치료제를 쉽게 처방해주고 있어서다.

위고비는 BMI 30 이상인 성인 고도 비만 환자이거나, 27 이상 30 미만이면서 고혈압 등 비만의 동반 질환을 보유한 성인 비만 환자들을 대상으로 허가된 전문의약품이다. 실제 기자의 주변에서도 BMI가 정상 범주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위고비를 처방받아 체중을 감량했다가 부작용을 겪은 사례를 찾아볼 수 있었다. 30대 여성인 해당 지인은 "5kg 정도 감량하면 마른 몸매가 될 것이란 욕심에 용랑이 높은 위고비를 처방받았다가 한동안 위와 장에 가스가 심하게 차서 투약을 중단했다"며 "아예 먹을 수조차 없고 나갈 수 없어서 부작용의 심각성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 대상 국정감사에서는 비만치료제가 미성년자에게 처방되거나 BMI 확인 없이 처방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위고비에 이어 출시된 비만치료제 마운자로의 경우 출시 한 달 만에 만 18세 이하 처방 점검 건수가 12건에서 70건으로 6배 정도 증가했고, 위고비는 지난해 미성년자 처방 점검이 2604건에 달했다고 주장했다. 청소년 적응증이 허가 되기 전임에도 불구하고 무분별한 처방을 내린 셈이다.

약물의 오남용은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 GLP-1 계열 약물의 위고비와 마운자로는 메스꺼움과 구토, 두통 등 뿐만 아니라 급성 췌장염 등의 부작용 사례가 보고됐다. 성장기에 있는 청소년들이 비만치료제를 오남용할 경우 부작용은 일시적 증상이 아니라 성장과 발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려면 비만을 '질병'으로 봐야한다고 강조한다. 미용 관점이 아닌 치료의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소아청소년기 비만의 경우 정상적인 성장 유도와 함께 치료가 이뤄져야 해 외모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비만을 바라봐서는 안 된다고 조언하고 있다.

정부는 비만치료제 오남용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위고비와 마운자로를 '오남용 우려 의약품'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원내 조제 행위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허가 기준을 벗어난 처방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위고비의 청소년 처방 허가는 비만 치료 환경을 한 단계 진전시킬 수 있는 계기다. 청소년 비만의 약 80%가 성인 비만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조기 치료는 질병 진행을 막는 중요한 수단이 된다. 그러나 약물에 의존한 다이어트와 '마른 몸매'를 추구하는 문화에 악용될 경우, 치료제가 유행성 '다이어트 약'으로 소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를 차단할 제도적 장치 마련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다. 

정부와 보건당국이 처방 기준과 안전 관리 체계를 강화하지 않는다면, 치료제는 유행 약물로 전락할 것이다. 치료제는 치료제답게 사용돼야 한다. 

sykim@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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